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아 Sep 30. 2022

5. 라라잡에서의 2년

태도, 그것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


2022년 8월, 입사 2년과 동시에 동네알바 출시 1년 반을 맞았다. 100만 다운로드 달성. 여러 그로스 관련 서적에서 다운로드 수 자체는 허상 지표라는 말을 끊임없이 접했지만, 그럼에도 감개가 무량하다. 그간 혼자서 모든 디자인을 책임지며 고군분투했던 날들이었다. 이제는 제품팀 구성도 훌륭한 분들로 갖추어졌고, 함께 꿈을 펼칠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도 모시려는 중.


https://www.wanted.co.kr/company/9214




차곡차곡 쌓인 시간, 변화된 태도


글을 써내려 갈 준비를 하며 On-Air 라는 곡을 듣는다. 어찌 되었든 우리를 믿는다는 가사가 저리다. 마침, 릴리즈 중인 버전의 파일을 On-Air로 칭했던 터라, 더욱 이 곡이 와닿는다. 돌이켜 본 피그마 파일들은 차곡차곡 쌓여 눈물겹게 나를 반겨준다. 그렇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축적된다.


2년의 시간, 약 60번의 업데이트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한마디로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지면에 걸쳐 적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므로. 오늘은 가장 중요했던 내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나는 2년간 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태도가 변했다. 그 태도를 팀에 대한 태도, 유저에 대한 태도, 그래서 '나'에 대한 태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피그마 정리는 언제나 즐거워 


https://youtu.be/GT5iRgsKBeM

On-Air라는 곡






팀에 대한 태도, 그것은 믿음


"수아님, 유저는 친구예요."

"우리가 데이팅 앱과 다른 것은 이것이 먹고사는 문제라는 거예요."

"유저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계속 유저를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유저에게 최선인 결과를 생각해보고 일정을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했던 그간의 시간들이 무엇보다 소중해요."

"수아님, 다른 분들이나 제가 드리는 행복도 전부 수아님의 것이에요."

"수아님, 믿고 더욱 설득해보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수아님, 디자이너의 상상을 실현하는 게 프론트 개발자인걸요."

"수아님, 무엇보다 수아님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수아님, 에너지를 나누어주셔서 어색한 마음이 사악 풀렸어요."

"수아님은 천재예요!"

“몰래 어디 학원 다닌 거 아니에요? 너무 많이 늘었어요!”

....


팀원들이 나누어 준 따뜻함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독고다이로 살아와 '나'밖에 모르던 김수아는 2년간, 디자이너로서 뿐만 아니라 '팀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 방법이란 간단하다. 믿는 것. 나를 믿고 주변 사람들을 믿으며 다가올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것.


홀로 디자인을 하며 외롭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때론 부족한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제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완성도와 그에 따른 심미적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털어놓는 사람이 되었다. 자유롭게 피드백과 응원을 보내주는 팀원들을 믿으며, 내 짐을 일정 부분 내려놓고 일상의 현상들에 훨씬 유연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협업에 있어 내 역할에 대한 책임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공동의 목표에 책임을 갖고 있는 동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맡은 바를 끝내주게 잘 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이해와 독려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서로의 역할이 겹치는 교차지점을 최대한 넓게 가져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 편이 재미있다. 보지 못했던 디테일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은 변해요!


팀원을 향한 무한한 믿음, 그것은 변화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사람은 변하는 존재냐고, 팀원들에게 때때로 묻곤 했다. 물론 여러 대답이 존재했지만, 나는 늘 자신감 있게 '변한다'라고 단언했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한다. 내가 변하고 싶으니까. 세상의 트라우마를 지우고 인생을 바꿀 아름다운 순간들을 많이 선사하고 싶다. 그러니까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믿어야지. 우리 모두와 나의 마음에는 빛이 있다고.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 요한복음 20:29






유저에 대한 태도, 그것은 소망


유저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절실한 소망. 그 소망은 진짜 유저의 필요를 탐구하는데서 출발한다.


유저가 이렇게 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최대한 지양하려는 사람이 되었다. 대신 유저는 이런 게 필요한데...라는 말을 더 자주 하려고 한다. 유저의 행동을 추측하는 말은 유저가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 말이다. 초반에 나는 확실히 유저의 행동을 규정하고 제품 안 행동지침을 만드는 것에 갇혀있었다. 그러나 내가 만든 대로 유저가 행동한다고 해서 좋은 설계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유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좋은 설계는 그 필요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설계일 테다.


유저는 우리가 완벽한 100을 만들어도 단순한 30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처리한다. 그것을 몸소 경험하며 깨달았다. 책이나 이론에서 충분히 접했던 이야기지만, 진실로 그를 생각하며 제품을 설계하는 데는 머나먼 간극이 있었다. 그러나 여러 도구를 통해 그를 파악하려 했던 시도들이 점점 체화되며 내 안의 고집을 깨트려 주고 있다. 역시, 사람은 변한다. 요즘은 처음 직관적으로 드는 질문을 조금만 비틀어보며 더 나아가는 연습을 한다.


공고를 더 등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왜 공고를 등록하지 않을까? → 공고를 등록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 공고가 필요할까? → 필요로 하는 공고는 어떤 모습일까?


5 Why로 알려진 방식이다. 단순하고 기본적이지만 나는 이 같은 사고를 할 때, 그런 대화를 나눌 때, 왠지 감동을 받는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이 훈련을 통해 자연스러워졌다는 점에서. 그것이 유저의 삶에 대한 공감과 애정에서 출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또한 우리 팀이 생존에 급급했던 초기의 모습에서, 점점 성장하여 진심을 다해 딥 다이브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게. 감격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소망을 생각하면 절절해진다. 나는 유저를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넓은 삶의 희노애락의 지평을 느끼고 싶다. 진심으로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고, 혹 이 소망이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소망 자체는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소망이 내 영원한 친구가 되기를 재차 소망한다.






나에 대한 태도, 그것은 사랑


일련의 태도가 변한 데는 어쩌면 나를 사랑해야 했기 때문일 거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나는 좀체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돈이 없어 목메듯 디자인을 시작했고, 부족한 내가 싫어서 수명을 깎듯 매진했다. 나는 종종 나를 생각하며 울곤 했다. 내가 너무 불쌍했다. 그러나 이젠 안다. 과한 자기연민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한다. 물론 앎과 해결은 다르다. 여전히 내게는 손톱 밑 아픈 가시처럼, 해결되지 못한 결핍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이제 결핍과 투쟁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사회와 연결되며, 얼굴 모르는 무수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는 내가 아닌 바깥을 향하는 법을 익혀간다. '일'이라는 하루의 반절을 통해 인생을 가늠한다. 살아서 천국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꾼다. 모든 게 뻥 투성이지만, 진짜라고 믿으면 즐겁다. 유쾌하다. 행복하다.


이제 정말 나를 사랑하게 된 걸 지도 모른다. 사랑은 노력해야 한다니까. 그러니 지속 가능한 노력을 기울이려는 만큼, 그런 태도를 유지하려는 만큼, 사랑도 커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게 사랑이 맞는 걸까? 친구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사랑을 규명하기보다, 분명히 사랑이 아닌 것을 배제하는 일이 더 빠를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불신과 냉소와 질투와 시기를 지우는 방식을 취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사랑이 뭔지 찾다가 패배하는 굴레에서 벗어나, 나쁘고 불편한 것을 치우고 모두에게 있을 변화들에 사랑이라는 뱃지를 달아주는 방식이다. 한 획, 한 획, 꼭꼭 눌러 '사랑'이라고 써보자.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완성되어 있지 않아서 즐거운


기적은 완성된 견고한 성벽이 아닌, 이어지는 노랫말에서 온다.


앞으로도 배워갈 것이 빼곡하겠지. 이 시간들이 어떤 트랙에 담겨 어느 순간에서 BGM 노릇을 할지 모르기에, 더욱 즐거운 것 같다. 클래식이 되진 못할지라도 나눠들을 사람들이 나타나겠지.


글을 꾸준히 쓰진 못하고 있지만,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이후의 글은 좀 더 지식을 정리하는 글을 써보도록!


이제 완벽한 3년차다!




사랑(명사)

1. 이성(異性)의 상대에게 성적(性的)으로 이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 드물게, 좋아하는 상대를 가리키기도 함.

2. 부모나 스승, 또는 신(神)이나 윗사람이 자식이나 제자, 또는 인간이나 아랫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위하는 마음의 상태. 때로, 자식이나 제자가 부모나 스승을 존경하고 따르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기도 함.

3. 남을 돕고 이해하고 가까이하려는 마음.

4. 사람이 가치 있는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일.


Only Lovers Left Alive
* 사랑이 아니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제 좌우명이에요.

동네알바, 알바 구인구직 시장을 혁신한다
* 제가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주문이에요.

글에 대한 피드백, 질문, 티타임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4. 질주 끝에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