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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Dec 16. 2022

6. 완벽하진 않아도 정확하게

동네알바에서의 2022년 회고

MAKE WAR, NOT FIGHT.

MAKE PLAY, NOT STOP.

MAKE LOVE, NOT WAR.


이 글귀는 2022년을 시작하며 스스로 만들었던 디자인 매니패스토였다. 여러 판들이 얽힌 전쟁과 같은 시장에서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쪽을 택할 것,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쪽을 택할 것,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비단 전쟁이 아님을 명심할 것. 전쟁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닌가. 어쩌면 나는 전쟁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고 편해지고 아름다워지기를.


그래서 이런 거창한 문구를 내세운 2022년은 어땠나. 물론, 멈추지 않고 일했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일을 했다기보다, 정확한 방향으로 일하는 법을 배웠다. 완벽하진 않았을지언정, 고군분투하며 쌓은 자산은 앞으로 팀과 나에게 쏟아질 미래에 큰 보탬이 되리라.


올해에 배웠던 가장  자산인 태도에 대한 것은 이전 글에 충분히 밝혔던  같다.  글에서는 조금  실무를 배우며 쌓은 것들에 대해 정리, 아니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려고 한다. 쓰면서   딥하게 풀어볼 만한 프로젝트들은 선별하여 후에 소개해보도록 하자.



뜨거운 열정에 새벽까지 매니페스토 문서를 작성하며, 그려봤던 표지


https://youtu.be/WHhbac6PVqs

살아가면서 배우는 건,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거. 그러나 우리는 끝이 없을 거야.






디자인 시스템 1.0: 동네 디자인 엔진 론칭, 사장님 웹 버전 론칭



이전엔 앱 상에서 쓰는 기존 컴포넌트들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해왔었다. 그러나 정형화된 문서나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피그마에서 스스로 구축해 쓰는 키트가 있었고, 개발단에서는 개발단 나름의 규칙을 가늠하여 개발했다. '저기 있는 버튼과 같은 형태의 버튼이에요.'라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사장님 웹 론칭을 앱 스프린트 과제와 동시에 준비하며, 웹과 앱의 핏을 맞출 수 있는 통일된 디자인 언어가 필요했다. 또한 앱의 기능을 클론 해야 하는 경우, 디자인 자산들이 준비되어 있으면 내가 디자인을 선행하지 않아도 개발자 분이 우선하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프론트 개발자 분께서 먼저 필요성을 열렬히 제기해주셨다. 열린 마음 덕에 기술과 디자인을 오가며 티키타카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내가 피그마에서 쓰고 있던 에셋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으로 쓰고 있는 것들을 분리하고, 함께 리스트업 했다. 또한 각 에셋의 Property명과 각각의 상태명들을 합의하여 통일했다. 이 과정에서 UI들의 규칙과 UX를 구성할 때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합의들을 논했다. 화면상의 규칙이나 통일성을 정례화하고자 하며 서로가 생각하는 앱, 웹 사용성의 원칙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코드로 구현되는 에셋들보다 더 값졌다. 이런 대화를 통해 Principle들을 하나씩 수립해가야 한다는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손에 얻은 시스템 1.0으로 우리는 사장님 웹 버전을 전개, 빠른 시일에 론칭했다.


즐거웠던 시스템 이름을 짓는 과정. 디자인 드래곤이라니.





유저 스토리맵 워크숍



동네알바는 리텐션에 플래토를 그리는 데 성공했고, 우리는 '공고 등록 후 24시간 이내 매칭 되는 것', 알바님은 '가입 후 24시간 내 매칭 되는 것'으로 주된 아하 모먼트를 발견했다. 이후 우리는 아하 모먼트를 끌어올릴 구간들을 앱 내 활동 전반 속에서 발굴해야 했다. 더 잘 분석하기 위해 앱 내 로그를 재설계하기로 하고 착수하려는데 PM님이 선제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우리는 유저가 무엇을 위해 앱에 와서 어떤 목표로 행동을 하는지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는 것. 유저의 행동에 대한 큰 줄기가 합의되지 않은 채로는 정말로 중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방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에, 스프린트를 잠시 쉬고, 함께 시간을 내어 벽면에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배치했다. (이때 그간 진행해 온 인터뷰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간 겪어온 유저는 어떤 사람인지 알바님, 사장님 각각 논의하며 유저의 큰 주 활동을 구성하고 그 아래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세부 활동들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프로덕트 팀 전체가 유저가 IT 프로덕트에 접근하기 전부터 이탈하기까지 겪는 상황과 맥락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유저가 행동했으면 하는 루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겪게 되는 문제에 대해 매핑을 해보니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은 더욱 뚜렷해졌고 자연스레 팀 내의 합의도 생기게 되었다. 팀과 함께 제품을 벗어나 유저의 행보를 함께 걸어보는 정확한 시도였다.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유저와 만나 실질적인 문제를 함께 매핑해봐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일단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알바님부터. 동네알바 앱으로 공고를 올려 알바님을 모집했다. 매핑한 산출물을 함께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한 후 함께 다시 매핑을 해보는 형식이었다. 알바님들은 작은 포스트잇으로 자신의 과업을 차곡차곡 적어주었다. 생각보다 탐색 과정과 사후처리에 많은 리소스를 쓰는 모습을 발견했다.


인사이트와 별개로,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생생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이상으로 어떤 톤 앤 매너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들을 얻는 것 같았다. 우리 서비스가 그들이 빛나는 삶을 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경험을 덧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렇게 만들 것이다.


유저가 직접 적어준 스토리들. 회사 자산이지만 가보로 간직하고 싶다.





앰플리튜드 데이터 택소노미 설계



중점적으로 둬야 할 액션들을 파악했다면 이젠 앱 내 그것이 잘 작동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간 구글 애널리틱스로 피쳐 간 로그를 쌓고 트래킹 해왔지만, 좀 더 상세한 개선안을 도출하며 설득할 근거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진행한 스토리 맵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해졌을 터, PM님과 파트를 나눠 데이터 로그를 재설계했다. 앰플리튜드를 빠르게 도입하며 자동으로 모든 버튼에 쌓았던 데이터를 과감하게 날리기로 결정하고, 추적해야 하는 데이터를 모두 수기로 네이밍하고 핏을 맞췄다.


일은 기본적인 CVR(Conversion Rate: 전환율)을 논의하여 1차적으로 심고, UI상 CVR에 기여하는 요소들을 정리하여 2차적으로 심는 순서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User Property와 Event Property에 대해 정의하는 일이 어려웠다. 보지 않을 데이터를 수집하면 QA나 리소스에도 불협화음이 일 수 있기 때문에 정리하면서도 이 방향이 맞는지, 내가 과연 이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지, 이 데이터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뚜렷이 배운 것은, 내 디자인 산출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측정이 되어야 할지 생각하는 지평이 좀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지표가 올랐으면 어떤 부분 때문인지, 그에 대한 행동을 어떻게 추출해야 하는지 좀 더 다각적으로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이제 내가 하는 디자인적 액션이 진짜 매출이나 우리의 목표 지표를 달성시키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화해보게 된다. 객관화할 수 있는 방향과 스콥과 측정법을 궁리하고, 측정할 수 없다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들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CVR을 개선하고자 했던 실험과 프로젝트들


프로젝트마다 페이퍼 하나. 모든 프로젝트들이 선명하다.


빼곡한 문서들이 분투를 보여준다. 한 때는 완벽한 오버뷰를 만들기 위해 Expedition을 업데이트하는데 많은 리소스를 쏟았는데. 근 세 달 간은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았다. 기존 피처를 유지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분출하는 것이 우리의 전환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그렇게 10개 이상의 버전 업데이트를 거치며 점점 앱은 구석구석 고도화되고 있다. 물론 멋진 팀원분들이 또 합류하실 예정이니, 앱 오버뷰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쏟을 것이다. 하긴 해야 해.


아하 모먼트로 정한 '24시간 내 매칭'을 중점으로 두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임했다. 특히 매칭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액션들의 전환에 큰 힘을 쏟았다. 앱 플로우를 고치기도, MVP 이후 고수해왔던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 A/B 테스트도. 그렇게 수행한 올해 프로젝트들이 정말 좋았던 것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분투하며 그를 위해 나아갔던 것이다. 이제는 적시적소에 실험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정신이 팀에 자연스레 깃든 것 같다. 1인 개발자, 1인 디자이너로 시작한 작은 팀. 우리는 시장에서 워킹할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벗어나 유저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안을 실험해볼 수 있는 팀으로 확실히 성장했다.


불확실한 채용에 기대를 걸기보다, 마주한 프로젝트를 끝내주게 잘하려고 노력하면 다른 것들이 따라온다는 어떤 선생님의 말을 떠올린다. 끝내주게 잘하는 게 어떤 것인지 그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우리가 목표한 지표 자체에 정확하게 효과적인 (목표한 지표 외 긍정적인 지표가 올랐어도 그건 실패한 솔루션일 수 있다.)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 그것을 측정하는 것. 그 적합함이 전체적인 프로덕트의 방향과도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할 것. 그래서 결국 유저에게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걸지 궁리하는 것. 서비스가 사람이라면, 그래서 결국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






기업의 본질, 매출



CVR과 별개로 실질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BM(Business Model: 사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들을 설계해보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경기가 침체되며 무엇보다 LTV(Life 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은 이제 정설이 된 것 같다. 기업 가치가 평가되는데 많은 판도가 바뀌어 간다는 말들을 무시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도 어떤 측면에서 사용자가 돈을 지불할지 가늠해보는 일이 필수였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업종별, 근무 조건 별 상이할 수밖에 없는 매칭이나 지원율에 기대기보다 확실한 베네핏을 당장 줄 수 있는 간단한 상품을 출시했다. 동네 TOP공고. 특정 기간 동안 해당 동네 상단에 오로지 자리를 선점한 1개의 공고만 띄워주는 방식이다. 확실하게 한정된 동네 상단을 선점한다는 베네핏을 주고, 더욱 눈에 띌 수 있도록 노멀한 공고와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했다.


기존 제안 방식과는 다른, 더욱 독보적인 공고 노출에 유저가 지갑을 열 것인지 그 니즈를 파악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정적 출시 이후 성과가 좋아 확장 출시를 했고, 우리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유저의 니즈를 해소하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기존 3일이었던 기간도 확장하여 발전시켰다.


나로서는 매칭 자체를 이뤄지게 하는 이용권 이후 첫 BM을 설계했다는 의미가 컸다. 또한 유저가 '돈을 쓰는' 서비스란 어떤 서비스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플랫폼에서 자신의 공급을 어필해야 하는 '공급자'로서의 유저는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모델로서 다각적인 수준으로 지불했을 때, 가장 만족도가 크다고 한다. 자신이 맘에 드는 알바님에게 직접 말을 거는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직접 말을 걸지 않더라도 누구나 볼 수 있게 띄우는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그런 선택지들을 주는 것만으로도 유저의 니즈를 좀 더 넓게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플랫폼에서 재화로 생각하는 바를 더욱 디테일하게 설정하고 각각의 효익을 지금보다 배로 늘려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나는 확신했다. 아, 이 시장은 크다. 유저는 충분히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그 지불을 합리적으로 만들 의지가 있는 우리라면, 이 시장에서 우리는 최고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우린 팀이라 아님?


앞으로 개인의 비전을 모아 만든 스티커. 나는 내년 연애네 :)
워크숍마다 빼먹지 않고 제작한 포스터
사장님, 알바님이란 화분을 기르며
직무 별 동아리. 배지로 만들 셈이다.


중간중간 빼먹은 꼭지들이 많은 것 같아 그냥 사건들을 나열하겠다는 처음의 의지와 달리 섭섭하다. 샅샅이 찾으면 더 할 말이 많을 텐데. 하지만 그간의 기억과 기록은 바다 같으며, 어찌 되었든 글은 마침표를 찍어야 하기 나름이다. 어찌 됐든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은 팀 내 즐거움을 주기 위해 소소한 디자인을 했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어쩌면 가장 즐거운 디자인들이었다. 아직까지 깜찍한 디자인은 나도 즐겁고 팀원들도 좋아해 준다. 바쁘지만 시간을 내어한다. 디자인을 서비스의 주된 동력으로 인정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즐겁다.


올해, 동네알바 팀에서 디자인해서 다행이었다.


웃음이 가득한 팀에서, 좌충우돌할지언정 그 과정을 오롯이 배워가는 팀이란. 내년에 동네알바는 더 커질 것이다. 앞으로 오실 분들과 지금까지 함께한 팀원들이 신명 나게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회사는 이윤과 함께 가는 '공동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표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정규 노동뿐 아니라 모든 노동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휘발되지 않는 노동, 끔찍한 시간 팔이가 아닌 내 경험이 되는 노동, 그 소중함에 더욱 즐거운 창업.


재미있는 일을 기다리는 동료들이 얼마나 많게요?

정진하도록 하자.


내년 계획은 이다음에 쓰게 될 글에! 곧.



https://www.wanted.co.kr/company/9214



Only Lovers Left Alive
*사랑이 아니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제 좌우명이에요.

동네알바, 알바 구인구직 시장을 혁신한다
* 제가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주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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