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동기부여를 위한 글
https://youtu.be/JxCGW4tolgw?feature=shared
사랑했던 동네알바를 뒤로 하고, 새로운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합류하게 된 팀은 라포랩스. 라포랩스는 4050대 여성들을 위한 패션 커머스 앱 '퀸잇'을 만드는 팀이다. 빠른 성장과 실행을 추구하는 팀이지만, 채용단계에서부터 지원자를 세심히 배려해주는 인상을 받았고, 그저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단단히 다지고자 하는 팀이라고 생각해 최종적으로 합류를 결정했다.
첫 출근 이후에도 그 첫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일에 몰입해 있는 구성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라포랩스에는 빠른 결정에도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누구나 자연스레 피드백 할 수 있는 환경, 분위기가 갖춰져 있었다. 특히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의견이 동 떨어지지 않고 자연스레 실무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성과를 향해 다 함께 얼라인 되어 있지만, 그를 달성하는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따듯함을 유지하려는 노력 또한 느껴졌던 것 같다.
훌륭한 환경을 만났으니, 정진해야지. 이 글에서는 앞으로의 라포랩스 생활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개인적인 다짐을 써보려고 한다. 수습 통과라는 관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일 혹은 팀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으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강한 동기부여로 행동에 대한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 그래서 나의 진심이 앞으로 해나가는 일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녹아들었으면 한다. 일에 대해 진실성을 확보한다고 해야 하나. (참, Intergrity(진실성)은 라포랩스의 핵심가치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유저에게 공감하는 것 이상으로 유저를 '사랑'하게 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또한 자연스레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에 4050대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을 사랑하기로 다짐해본다. 라포랩스를 만나기 전의 나는 중년 여성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사회 속에서 만나더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그들의 맥락을 생략해왔던 것 같다. 그게 편하니까. 어찌보면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내가 가진 배경 속에서만 이해해 온 것이다. 하지만 4050대 여성의 삶은 얼마나 다채롭고 생생한가. 얼마나 제각각 아름다운가.
나도 언젠간 4050대가 될 것이다. 사랑을 기반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바라본다면, 내가 중년이 되었을 때도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을거 같다. 패션은 세대를 뛰어넘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자기표현의 방법이라고 들었다. 사랑하는 중년 여성들, 허나 각자의 이야기가 지워지기 일쑤인 중년 여성들. 그들에게 패션이란 단순히 자존심을 넘어 자존감의 영역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이 패션에 대해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탐색하고 또 적용해보며 조금 더 인생의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 순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좋은 셀러는 4050대 여성이 정말 아름다워졌으면 (이쁜 옷 뿐 아니라 질 좋은 옷을 판매하는 셀러 포함)하는 진심을 담아 옷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의 스토리를 듣는 것 또한, 고객의 만족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지점이지 않을까 싶었다. 중년 여성으로 타겟이 좁혀져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브랜딩의 측면에서 함께 합을 맞출 수 있는 파트너로서 우리 타겟 고객의 만족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입점 셀러를 동반자로서 사랑하고 있다는 측면을 부각하면, 즉, 중년여성이 더욱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목표가 셀러의 목표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준다면, 다수의 플랫폼에서 옷을 판매하는 셀러 입장에서 더욱 우리 플랫폼에 대해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밖에도 옷을 파는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굳이 4050대 여성의 옷을 판매하는 셀러가 가지고 있는 프라이드가 궁금하고, 그 프라이드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고 싶다. 셀러분들에게 참 감사하다. 시장에서 아무 옷이나 사입던 어머니가 퀸잇의 다양한 라인업을 보고 그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취향'에 대해 얘기하며 옷을 고르시더라. 어머니의 즐거운 고민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팀을 사랑하고, 신뢰하도록 하자. 팀원 모든 분들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지난 한달 간, 히스토리를 최대한 많이 파악할 수 있었다. 차근차근 알려주시고 거기에 은은한 유머까지. 스스로 고민하며 생각했던 것들을 부담없이 내어 놓을 수 있어 좋았고, 심지어는 많은 부분 생각이 겹쳐 고민을 설득하는데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닌, 더 나은 대안을 찾는데 시간을 쓸 수 있어서 더욱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모든 구성원분들이 기본적인 생각의 지평이 넓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또 그걸 바탕으로 액션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생각 또한 들어서 든든했다.
현 상태에서, 내가 팀에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걸까 생각해보게 된다. 1:1를 해보았을 때, 유저 사이드에서의 맥락을 좀 더 파악할 수 있도록 기대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기능이 런칭 될 때 진짜 구현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기대하시는 것 같았다. 둘 다 디자이너의 역량에 꼭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서 차차 그에 대한 기준선을 높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원 분들의 목표를 듣는 것도 중요하고, 그를 엮어 일이 재밌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성과와 시너지를 내는 측면에서 정진하되, 우리의 일 또한 각자의 삶이고 때문에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도 내 역할 중에 하나이지 않나 싶다.
(셀러스쿼드 후드를 만들고 싶다 ㅋㅋㅋ)
한달은 길고도 짧다. 처음 마주했을 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그래도 안개가 많이 걷힌 느낌이다. 이 과정에서 너무 좋았던 것은, 조금씩 맥락을 파악하게 되면서 기존 구성원분들의 고민의 깊이가 조금씩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이번 주에는 특히 소름이 돋는 지점들이 있었다. 전 회사에서는 워낙 커버하는 범위가 넓었기도 해서 내가 하는 고민들이 최초일 경우가 많았는데, 라포랩스에서는 내가 고민했던 지점을 이미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심리적 안전감을 배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 주관적인 부분이긴 할텐데, 팀원 분들이 생각하는 '일 잘하는'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이너인지 다시 한 번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제는 따로 살게 된 어머니를 떠올린다. 옷을 도무지 안사는 내게 이런 스타일은 어떠냐고 먼저 옷들을 검색해서 보내주는 울 어머니.
어머니의 앨범을 본 적이 있다. 미대를 나와 한창 멋을 부릴 20대 적, 멋진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생생했다. 오래되었지만 얼마나 스타일리쉬 하셨던지. 이제는 맞는 옷을 찾을 수 없어 시장에서 이상하게 비싸게 형성된 옷을 골라 구매하시곤 했는데, 퀸잇을 소개해드리니 예뻐보이는 옷들을 캡쳐해 학창시절 소녀처럼 공유해주셨다. 배송이 온 다음엔 이거 어떠냐며, 어울리냐며.
우리는 삿포로에 가기로 했다. 어머니와 단 둘이 가는 여행은 처음이다. 우리의 공통 주제를 찾아 얘기해보는게 얼마만인지. 괜히 더 따듯한 말을 한마디 더 하게 된다. 엄마, 엄마의 청춘은 영원할거에요. 우리는 늙어가지만, 이 예쁜 순간은 영원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