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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Feb 22. 2023

삶러브리티 - 김유민(1)

아는 사람 취재하기 두번째


"스트레스긴 해요. 하지만 다 지키고 싶으니까."


두 아이의 아빠. 동희님의 남편. IT서비스 PM(Product Manager). 그리고 30대 중반의 인간 김유민. 김유민은 하나만 해도 버거울 법한 타이틀을 여럿 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인터뷰를 하며 확신했다. 그는 무엇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으며, 최선을 즐겁게 다할 수 있는 법을 기어코 찾아낼 사람이라고.


김유민은 내가 다니는 회사의 유일한 PM이다. 나의 미숙함으로 싸우기도 싸웠지만 이제는 즐겁게 동고동락한 지 8개월 째다.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운영, 영업, 사업기획을 거쳐 PM이 된 그는 마치 어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 같아 보였다. 아직도 기억난다. 익숙하던 SQL이 아닌 처음 접한 NOSQL이란 유형으로 처음 데이터 추출에 성공했을 때, 그는 마치 결승전에서 우승한 것처럼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나는 회사에서 저렇게 기뻐 소리치는 걸 난생처음 봐서 진짜 빵 터졌더랬지. 만화 보는 줄. 그러나 그 만화는 결국 해피엔딩인 성장기일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들어 나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재미있게도 가끔 신빙성이 있나? 싶은 자기 계발 방법론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찬물로 샤워를 한다던지, 목표를 100번 말한다던지, 호흡법을 연구한다던지 하는. 그런 루틴을 끊임없이 만드는 그를 나는 곧잘 놀리곤 하는데... 또 자기 계발 알토란 보셨냐고. 그러나 이젠 안다. 이 사람은 간절하구나. 가족들을 사랑하려고. 스스로를 더 잘 사랑하려고. 그래서 노력에 노력을 기울이는 거구나. 더욱 진심이 되려는 거구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필명도 쓸사입니다."


내가 보기에 이미 쓸만해 보이는데, 그는 끊임없이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그에게 쓸모를 찾는 일이란, 만족하지 않고 계속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한 큰 동력인 것 같다. 나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리스크를 지는 도전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또한 그의 가장 약한 측면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솔직함에 조금 울기도 했다.


가끔 전달받는 기획문서의 서문에서 그의 솔직한 카리스마를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요즘 시작한 그의 블로그에서 엿볼 수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쓰시도록!


http://yumin-kim519.tistory.com/


귀여우시다



요즘 어떻게 살고 계세요?


요즘 일도 열심히 하고, 애도 열심히 키우고, 와이프한테도 잘하려고 노력하고. 여러 방면에서 각각의 인격체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방면에서의 인격체를 유지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가는데, 무슨 뜻이에요?


저는 남편으로서의 저와, 아빠로서의 저와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PM으로서의 저. 각각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켜야 하는 타이틀이 여러 개랄까요.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존경스러워요.


그래서 그게 스트레스예요.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해서. 직장인으로서는 어떤 성과를 내는 게 너무너무 중요한데, 좋은 아빠가 되려면 아이들과 많이 놀아줘야 하고. 하지만 성과를 내려면 회사에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 상대적으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니까. 그걸 만회하려고 주말에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어요. 원래 진짜 집돌인데... 평일에 함께 시간을 못 보내니까 주말에는 요즘 무조건 나가요. 이제 몸을 쓰는 거지. 피곤하지만 키즈카페에도 가고 산책도 가고. 좀 힘들지만 초보라 그러려니 합니다. PM도 초보고 아빠도 초보고, 남편도 초보네요. 그래도 좀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우 어렵겠다. 그 균형을 정말 잘 지키게 되는 유민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정말 잘 지키게 되면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해요. 멋지게 다 해내는 사람이라기보다, 내 의사로 선택하는 사람의 모습인 것 같아요.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나 이게 부족해? 그럼 여기에 시간 쓸래. 이런 결정 자체를 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진짜 자유롭고 싶거든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오로지 나의 내면에서 나온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아이들이랑 시간을 보내도 될 것 같다고. 스스로 결정하는 삶. 반대일 수도 있겠죠? 아이들은 이 정도면 괜찮아. 나는 일에 몰입할래. 그런 여유를 가진 사람의 모습이 되고 싶어요. 그런 걸 하려면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풍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진짜 상상이 안 가요. 아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 부모라는 타이틀을 지기까지 두려움은 없었어요?


사실 처음엔 진짜 몰랐어요. 몰랐기에 두려움도 없었죠.


애 낳아야지, 둘째 낳아야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하게 해 보자고 했던 것 같아. 결혼하기 전에는 우리 애는 뭐 학군 중요하지 않아. 행복하게 키우자. 이런 얘기들을 주로 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우면 그렇지 않거든요. 어떻게 잘 키우지, 학군이나 물질적인 것이 먼저 보이게 되고. 예전에는 그냥 우리가 교육을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제는 환경에 영향을 실제로 많이 받는 아이들을 목격하게 되더라고요. 아내가 심지어 교직에 있어요. 그러니까 더욱 환경에 아이들이 얼마나 예민한지 눈으로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에 우리가 생각했던 철학보다는 점점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거죠.


저희는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많이 울어요.


그 상황이 우리의 상황이 되는 게 눈에 선한 거에요.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보통 부모가 문제잖아요. 이제 저는 그게 남일 같지 않아요. 혹시 우리도 저렇게 아이의 마음을 놓치진 않았을까. 다온이가 우는데, 울지 말라고 잘 달래주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뭔가 욱할 때가 있어요. 늘 감정 컨트롤의 기로에 서요. 컨트롤 못할 때도 있죠. 그래도 계속 노력하는 건 아이에게 솔직하려고 한다는 거.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하고. 잘못했다고 하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솔직히 표현하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입니다.



저는 다온이 라온이도 부럽지만, 인생의 반려인을 만난 것도 부러워요. 조금 썰을 풀어주실 수 있나요.


예쁘게 각색해주세요. ㅎㅎ. 와이프는 고등학교 후배였어요. 방송반을 했었는데, 지금의 와이프와 친한 친구들이 1년 후배로 들어왔었어요. 그땐 이 애들이 너무 예쁜거에요. 제 후배가 들어왔다는 게. 그래서 되게 친하게 지냈어요. 그때는 서로 잘 따라주는 사이였고 이성적인 감정은 하나도 없었죠. 근데 와이프는 그중 제일 저와 안 친했던 친구였어요. 둘이 있으면 약간 어색한. 그러다가 함께 여행을 간 기회가 있었어요.


여행에서 와이프의 연애썰을 듣게 되면서 위로도 많이 해주고. 걔는 쓰레기야. 너는 괜찮은 애야. 이렇게 진심 어린 얘기를 해주면서 술과 감성이 곁들여진 거죠. 손이 스치는 스킨십은 있었지만 그땐 정말 건전했어요. 근데 뭔가 그걸 되게 놓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내가 암만 생각해도, 이 친구를 지금 놓치면 안 볼 것 같은 거예요. 조만간 나는 취업도 하고 많은 것이 달라질 텐데 이런 후배를 더 만나기가 쉽지 않을 거잖아요. 그래서 만날 거면 지금 만나보지, 이런 생각. 그래서 제가 막 대시했어요. 책 선물도 해주고. 당시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선물해주고 했는데.


그렇게 카톡도 많이 하게 되고. 얘기를 진짜 많이 했어요. 카페에 앉아서 네다섯 시간 얘기를 했으니까. 그때 얘기했죠. 나는 너를 생각하면 좋은 감정이 드는데, 너란 사람이 되게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고 더 인연을 만들어가고 싶다. 계속 계속 만나보고 싶은데 일단 만나보고 어떤 사람인지를 서로 알아보면 좋지 않겠냐.



그렇게 시작했는데 어떻게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 거예요?


정말 신기해요. 와이프가 파주로 교사 발령을 갔어요. 그때 저는 백수였는데. 마침 물류 쪽에 판토스라는 기업에서 파주 공고가 난 거예요. 지원해서 됐고. 나는 파주에 집을 구했는데, 어쩜 그 집이 와이프 학교까지 5분 거리였던 거죠. 너무 가깝고 편했으니까 이제 거의 같이 살게 된 거죠. 계속 같이 있게 되니까 너무 좋았지. 데이트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하고.


그렇게 지내다가 와이프가 부천으로 다시 돌아가는 계획을 세우게 된 거예요. 근데 저는 파주에 있을거잖아요. 그렇게 몸이 멀어질 것 같으니까 왠지 헤어질 것 같은 거야. 일주일에 3-4일을 같이 있다가 떨어지게 되는 거잖아요. 근데 너무 힘들 거 같대 여기 계속 사는게. 출퇴근이 어려우니까. 그래서 질렀죠. 그럼 결혼하자. 그렇게 결혼했네요. 친 형 결혼식 한 달 후에 결혼한다고 집에 알렸어요. 아마 아버지는 엄청 정신없으셨을 거야. 그렇게 16년 10월에 결혼했어요.



진짜 유민님 인생에서 했던 결정들이 안 할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헤어질 것 같은데, 만나볼래. 헤어질 것 같은데 같이 살자. 나 동희면 괜찮은데. 되게 재밌잖아요. 파주에서 만난 동료들이 지금껏 파주에 남아있는 사람도 없는데. 내 여자친구가 파주에 있을 확률과, 따라서 취업했는데 내가 파주에 갈 확률이 이게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이제 저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시작되게 돼요.



이제 일 얘기가 시작돼나요.


16년 10월에 결혼을 하고, 16년 12월에 이직을 했어요. 단 두 달 신혼.  


막 결혼하고 일하고 신혼집에 오면 6시 반쯤 됐었어요. 그럼 야구하는 날이면, 아직 야구가 한 3회 정도하고 있었거든요. 그럼 동희는 이제 훨씬 일찍 퇴근하니까. 저녁 같이 먹고 야구 보면서 와인 마시고 한 달 정도 지냈죠. 그리고 제가 이직하고 싶다는 폭탄 발언을 했어요.



말이 되나.


동희야 사랑한다!

그렇게 칼퇴를 모자랄 판에, 이직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 11시... 12시에 오는 삶이 시작되었죠.



* 삶러브리티 - 김유민(2)로 이어집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arm_l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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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어 김수아 : 92년 태어나 우울한 유년을 보내고 신학을 전공, 사랑을 글로 배워 주기적으로 아팠다. 현재는 적성을 찾아 디자인을 하는 중. IT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지만 디자인이면 뭐든, 특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만 하도록 디자인하는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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