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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a May 09. 2020

#5 R.Schumann의 Widmung(헌정)

손편지를 대신해 보내는 음악 편지

5월...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가족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달이다.

한국은 '어버이날(5월 8일)'이 있고, 독일은 '어머니날(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과 '아버지날(부활절 후 40일 째)'이 있다. 독일에 있으면서 맞이하는 어버이날에는 하루종일 미안함과 그리움이 적당히 버무려진 멋쩍은 감정의 그 어디쯤에 머무르게된다. 돌이켜보면 매년 4월이 시작될때 부터 어떤걸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지만, 꽃은 식상하고, 케잌은 집에 좋아하는 사람이 없고, 현금은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다는 핑계로 결국엔 전화 한통으로 끝내버린적도 적지 않은 듯 하다.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부모님들이 가장 받고싶은 선물 1위는 현금, 2위는 편지란다. (참고로 가장 받기 싫은 선물은 카네이션..) 1위와 2위사이에 존재하는 '명품백'과 '직접 접은 천마리 종이학'만큼의 간극이 재밌으면서도 난데없이 살짝 울컥 했다. 손편지 한 장이 현금 바로 다음 가는 위치에 놓일만큼 귀하단 말인가...


올해는 뭔가 대단하진 않아도 편지를 대신해 전할 수 있는 음악을 한번 준비 해보기로 했다.


https://youtu.be/LVzhgbq2oYE

오보이스트 이진태 연주


로베르트 슈만의 연가곡집 <Myrthen>의 첫곡 Widmung(헌정) op.25,1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아픔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 / 당신은 내가 날아다니는 나의 하늘
당신은 나의 근심을 영원히 묻어버린 나의 무덤

당신은 나의 안식, 나의 평화
당신은 하늘이 내게 주신 사람
당신이 나를 사랑함으로 내가 가치 있어지고
당신의 눈빛이 나를 비추고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어올리니
나의 선한 영혼 그리고 보다 나은 나...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아픔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 / 당신은 내가 날아다니는 나의 하늘
나의 선한 영혼 그리고 보다 나은 나...

Du meine Seele, du mein Herz, Du meine Wonn', o du mein Schmerz,
Du meine Welt, in der ich lebe, Mein Himmel du, darein ich schwebe,
O du mein Grab, in das hinab Ich ewig meinen Kummer gab.

Du bist die Ruh, du bist der Frieden,
Du bist vom Himmel mir beschieden.
Dass du mich liebst, macht mich mir wert,
Dein Blick hat mich vor mir verklärt,
Du hebst mich liebend über mich,
Mein guter Geist, mein bess'res Ich!

Du meine Seele, du mein Herz, Du meine Wonn', o du mein Schmerz,
Du meine Welt, in der ich lebe, Mein Himmel du, darein ich schwebe,
Mein guter Geist, mein bessres Ich!


Widmung(헌정)은 26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 <Myrthen (미르테의 꽃)>을 시작하는 첫번째 곡이다.

슈만은 1840년 신부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로 법정 투쟁까지 거쳐 어렵게 이루게 된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이 연가곡집을 신부 클라라에게 헌정했다. '너'와 '나'의 사랑 이야기로 가득한 연가곡집의 첫곡 역시 슈만의 벅찬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가곡집의 제목 '미르테'는 식물 이름인데 이 식물의 꽃은 신뢰, 축복, 순결을 상징하며 신부의 화관으로 많이 쓰이는 꽃이다. 


미르테 꽃 화관과 부케


Innig, lebhaft

이 곡의 '빠르기말'이다. Innig는 진심으로, 마음깊이, 내적으로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lebhaft는 생기있는, 쾌활한 이라는 뜻이니 '마음속에서부터의 생기' 정도로 해석할수 있겠다. 

곡은 그렇게 사랑에 빠진 이의 벅참과 설렘으로 시작한다.

8분음표 사이의 점음표와 16분 음표에 설레임을 담아 피아노 선율이 불규칙 하게 뛰어대는 심장소리 처럼 건반위를 두근거린다.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나의 기쁨, 나의 아픔...

클라라를 향해 쏟아내는 슈만의 깊은 사랑 고백 'Widmung(헌정)'의 마지막 다섯마디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선율이다. 힘겹게 이루어진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드리는 기도인 것이다.

피아노 선율이 연주하는 Ave Maria가 슈만과 클라라의 결혼을 축복하는 듯 고요히 기도를 보태며 곡은 마무리된다.


슈만의 사랑고백을 수줍게 부모님들께 전해드렸다. 

조회수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니 듣고 또 들으며 손편지 대신 보낸 음악을 읽고 계신가 보다.


아가페, 필리아, 스톨게, 에로스...

사랑의 종류는 많고 복잡하다지만 결국 모든 사랑의 마음은  맞닿아 있으니

그의 사랑고백이 부모님께도 통했나보다.

Danke, Schu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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