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로 첫 출근을 한 날, 회사의 브랜드 매거진을 기획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업무 시작 전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건 매거진의 용도입니다. 홈페이지에 읽을거리를 제공하려고 하는 건지, 홍보와 브랜딩이 목적인지, 기업 SNS에 분산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싶은 건지에 따라 일의 난이도와 to do list가 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기획 단계
매거진의 목적 파악하기
1)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이해도 높이기
2) 타깃 고객을 위한 정보&읽을거리 제공
3) 공감, 재미, 친밀감을 통한 브랜드 팬층 형성
4) 아카이빙&내부 기록 용도
5) 브랜드 철학, 메시지 전달 등의 브랜딩 작업
고관여 제품이나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일수록 깊이와 무게감이 있는 글을 선호합니다. 반면 고객의 연령층이 낮거나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브랜드에선 가볍고 통통 튀는 콘텐츠를 요청하는 편입니다. 이처럼 매거진의 기획과 디자인은 모두 목적과 브랜드 성격에 맞춰져 있습니다.
기존에 회사에서 연재했던 매거진을 이어서 작성한다면 앞선 사례들과 양식을 살펴보고 톤 앤 매너가 깨지지 않는 선에서, 글감으로 삼을 키워드만 확장해나가면 됩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초기 기획부터 잡아야 합니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동종 업계 회사들의 매거진을 리서치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첫 매거진의 소재를 정하기 어려울 때, 가장 무난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건 고객의 후기와 서면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우리 제품/서비스를 막 경험한 고객 분들에게 기프티콘이나 디지털 굿즈 등 작은 사례와 함께 서면 인터뷰를 요청해보세요. 구글 설문지 시트에 질문 리스트를 10개 정도 추려서(답변은 3줄 이상) 전달하면 인터뷰에 대한 서로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 단계
1) 글감 찾기
매거진 업무를 처음 접했을 땐 그냥 그날그날 떠오르는 주제로 자유롭게 작성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쓰다 보니 소재가 점점 고갈되어 막판으로 갈수록 글도 진부해지고 머리에 쥐가 나더라고요. 생각나는 대로 쓰는 방법은 업무의 텐션과 능률을 떨어트리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목차를 세심하게 짜서 글의 주제가 거기서 벗어나지 않게 하거나, 엑셀 시트에 글감으로 쓸 만한 키워드들을 리스트업 해놓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방법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목차를 탄탄하게 짜도 작업 과정에서 추가하거나 빠지는 내용이 있어서, 글감을 위한 키워드를 50개 이상씩 확보해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키워드를 찾을 땐 네이버 광고의 검색광고 키워드, 블랙 키위 사이트를 주로 이용합니다. 이 사이트들에선 우리 브랜드와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하면 연관 키워드들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검색량이랑 콘텐츠 포화도를 참고할 수도 있고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걸 또 검색하겠구나' 하며 고객의 입장에서 콘텐츠 검색 경로를 짤 수 있기에 일석이조입니다.
2) 개요 짜기&작성하기
글감을 정했다면 본격적인 글 작성의 시작인데요. 이 역시도 무턱대고 쓰기 전에 문단별로 넣을 내용들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1천5백 자~2천 자의 글을 작성한다면 대략 6 문단 정도가 필요합니다. 글을 덩어리로 나눈 후에는 각 문단을 어떤 이야기로 채울지의 개요를 정하는 거예요.
문단별 주제는 화두를 던지는 도입부부터 키워드에 대한 개념, 예시와 적용 사례, 장단점, 유의사항, 관련 제도, 의견 등이 있습니다. 분량이 부족하다면 사례를 2 문단 정도로 배치해도 괜찮습니다. 이후 문단별 주제에 맞는 정보들을 서칭하고 정보의 출처와 요약문을 메모장에 정리해둡니다. 소스는 책에서 뽑아오는 게 베스트이고,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에세이가 아닌 정보로 꽉 채운 매거진의 경우 필력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필력보단 정보의 정확성을 위한 팩트 체크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자료조사를 많이 할수록 매거진의 퀄리티가 높아지며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집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매거진 한 편을 작성하는 데 2~3시간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떤 업무든 반나절이 넘게 잡고 있다면 방법이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커요. 대부분의 경우 매거진 작업뿐만이 아니라 다른 업무도 걸쳐서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간 관리는 필수입니다. 또한 매거진 작성 시 참고한 자료들은 글 말미에 꼭 출처를 밝혀주세요.
마무리 단계
작성 후 마무리 작업에선 불필요한 내용을 빼고 맞춤법을 검사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문단 한 개 분량이 날아가는 것 같아요. 주제와 관련 없는 부분이나 늘어진 표현들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하도 글을 붙잡고 있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면, 친한 동료나 지인 1~2명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매거진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한데요. 회사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없다면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사진을 1~2장 정도 찾아야 해요. 저는 언스플래쉬 나 클립아트코리아에서 이미지를 찾는 편인데요. 그 외에도 썸네일 제작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가공할 만한 소스를 뽑아서 정리해두는 작업이 있는데 회사에 따라서 에디터가 다 할 수도, 기획만 짜서 디자인 팀에 넘길 수도 있어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