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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봉 Jul 06. 2021

토마토가 너~무 토마토야



진짜 열 받네...

그래, 그날은 유난히 농산물 이미지로 작업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농산물은 누끼 따기가 애매해서

풀샷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편할 수도 있지만

회사 규모가 대규모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할 이미지의 퀄리티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날의 주인공은 토마토.


늘 하던 배너 하나 만들어달라길래

배너 기계인 나는 개중 화질이 가장 좋은

토마토를 풀샷으로 넣은 이미지를 만들어서 전달했고,

그날 따라 또 유난히 바빠서 토마토는 빨리 쳐내버리고

데드라인에 다다른 다른 작업들을 하고 싶었다.


근데 화면 하단에 띠링하고 울리는 메시지.


띠링~

“황청이”님에게서 대화 요청이 있습니다.


아 황청이.. 그는 누구인가...

되는 일도 안되게 만들고

볼 만한 배너에도 똥을 처발라 흐린 눈으로 패스하게 만드는

입사를 한 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게 이 회사에 있는 건가 싶은 청이 청이 황청이 아닌가...


그에게서 메신저를 받은 날은

내가 정한 ‘조진 날’이다.


신나게 작업해서 컨펌까지 끝낸 작업도

그에게서 메신저가 오는 순간

신문처럼 텍스트를 때려 박은 전단지도 책도 배너도 아닌

정체불명의 jpg 쪼가리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그가 토마토 이미지를 받아보더니 메신저를 날린 것이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토마토가 너~무 토마토예요.’


?

??

...?????


진짜 뭔 소린가 했다.

토마토가...

너무 토마토인 게 뭔데...

화장이라도 해주라는 거야...?


씹어버리고 싶지만 그는 나보다 직급도 높고

어차피 지원부서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그를 이길 수 없다.

분하고 어이없어도 시키는 대로 해야 할 뿐.


그래서 라이선스 이미지 사이트를 뒤져

예쁘고 너~무 토마토 아니게 테이블에 이거저것 요리니 테이블보니와

올라간 토마토를 넣어 다시 보내줬더니 하는 말이


‘뭐야 뭐야 상세페이지에 있는 이미지 아니잖아~

거기에 있는 이미지가 좋단 말이야~’


라는 것이 아닌가.

네가 그건 너~~~~ 무 토마토라며...?


정말로 ‘이게 미쳤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혼자 조용히 화장실에 가서 쉐도우 복싱 한판 때리고 나와

원래 했던 너~~ 무 토마토로 다시 공유해주고

다른 일을 할 에너지를 모두 상실해버렸다.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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