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우리회의 비전 만들기 프로젝트
컨설팅 현장에서 비전 수립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우리 회사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숫자로 증명할 만한 압도적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를 아직 정리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때 유용한 사고 프레임이 ‘3최 1유’이다.
최고, 최대, 최소, 그리고 유일. 이는 멋있게 보이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현재의 축적을 정리하고 5년 뒤의 방향을 선택하기 위한 질문 도구이다.
특히 ‘5년 뒤’라는 시간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아 조직이 현실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비전의 범위이다.
워크숍에서 한 임원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사실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경쟁사 대비 특별한 게 없어요.”
이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럼 고객이 불만을 제기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대응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기점으로 대화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다.
3최 1유는 바로 이런 전환을 만들어 내는 프레임이다.
3최 1유는 네 가지 수식어의 나열이 아니다. 이는 경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전략적 선택을 압축하는 언어 체계이다.
^ 최고란 상대 평가의 언어이다.
- 업계 평균이 아니라 고객의 기대 수준에서 가장 잘하는 한 가지를 의미한다
^ 최대란 누적과 범위의 언어이다
- 기 실적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며 만들어진 경험의 폭을 뜻한다
^ 최소란 효율과 안정성의 언어이다
- 비용, 시간, 리스크 중 무엇을 가장 줄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 유일이란 방식과 맥락의 언어이다- 결과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는가’에 대한 차별성이다
한 대표는 워크숍 중 이렇게 말했다.
“다 최고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럼 뭘 포기해야 합니까?”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네 가지 모두를 최고로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5년 뒤를 기준으로 우리가 선택할 3가지 ‘최’와 1가지 ‘유’를 선언하는 것이 전략이다.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중견 기업 A사를 상정한다.
A사는 제조 기반의 B2B 기업으로, 매출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 기술력은 있으나 외부에서 명확히 인식되는 강점이 부족하고, 내부 구성원 역시 회사의 차별성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킥오프 미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 떠오르는 강점도 없습니다.”
컨설팅의 목표는 단순하다.
- 5년 뒤 회사의 모습을 구성원이 같은 언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할 것
- 단기 실적 목표가 아닌 중기 경쟁 우위의 방향을 정할 것
- 전략, 조직,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될 문장을 만들 것
이를 위해 선택한 프레임이 3최 1유이다.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5년 뒤, 고객이 우리 회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말하게 될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초기에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한 실무자가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랑 일하면 일이 깔끔하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습니다.”
이를 다시 정제한다.
“그 ‘깔끔함’은 무엇입니까? 빠른 겁니까, 아니면 재발이 없는 겁니까?”
토론 끝에 A사가 선택한 최고는 ‘문제 해결 품질’이다.
- 우리는 5년 뒤, 고객 문제 해결 품질이 최고인 회사가 된디.
- 빠른 임시 대응이 아니라 재발 없는 해결을 제공한다
이 기준은 기술, 영업, A/S, 내부 협업 방식까지 모두 관통한다.
두 번째는 최대이다. 규모의 크기일 수도 있고, 경험의 폭일 수도 있다.
워크숍 중 한 팀장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특정 산업에서는 꽤 많은 경험이 있는데, 그걸 자산처럼 쓰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를 ‘최대’의 관점으로 바꾸면 질문은 이렇게 변한다.
“5년 뒤, 우리는 무엇을 가장 많이 해본 회사가 되고 싶습니까?”
A사가 선택한 최대는 ‘산업 적용 경험의 폭’이다.
- 우리는 5년 뒤, 가장 많은 산업 적용 사례를 보유한 회사가 된다
-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문제 유형을 미리 예측한다
이 선택은 레퍼런스 전략, 신규 시장 진출, 인재 채용 기준으로 연결된다.
세 번째는 최소이다. 많은 조직이 가장 어려워하지만,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한 임원이 이렇게 말한다.
“고객이랑 일하다 보면, 우리가 잘못한 건 아닌데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질문을 바꾼다.
“그 불안은 무엇 때문에 생깁니까?”
토론 끝에 A사는 ‘고객의 불확실성’을 최소로 하겠다고 정의한다.
- 우리는 5년 뒤, 고객이 가장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회사가 된다
- 일정, 품질,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이는 내부 프로세스, 정보 공유 방식, 의사결정 구조 개선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은 유일이다. 이는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방식의 차별성이다.
워크숍 말미에 이런 대화가 오간다.
“우리 고객들은 처음부터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초반에 같이 정리해 주는 경우가 많죠.”
이 대화에서 A사의 유일이 도출된다.
- 우리는 5년 뒤, 고객 문제를 함께 정의하는 유일한 파트너가 된다
- 단순 납품자가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회사가 된다
이 유일은 조직 역량, 평가 제도, 리더십 방식까지 재설계하게 만든다.
컨설팅의 마지막 단계는 이를 하나의 메시지로 통합하는 것이다.
A사가 최종적으로 합의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5년 뒤, 고객 문제 해결 품질이 최고이며, 산업 적용 경험이 가장 넓고, 고객의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그리고 고객과 문제를 함께 설계하는 유일한 회사가 된다.”
이 문장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다.
3최 1유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다.
무엇을 최고로 만들 것인지,
무엇을 최대화할 것인지,
무엇을 최소화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유일해질 것인지를 합의하는 과정이다.
워크숍 말미에 한 대표가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는 뭘 더 할지가 아니라, 뭘 기준으로 판단할지가 정리된 것 같습니다.”
5년 뒤의 비전은 오늘의 투자, 인재, 조직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있어 보이는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는 선택이다.
컨설팅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3최 1유가 정리된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판단의 기준이 이미 공유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