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율 빼앗는 순간, 동기는 바로 꺼진다

에드워드 데시의 자기결정성이론

by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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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슈 제기 상황


“재택 근무는 줄이고, 다시 모이자.”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조직은 대개 ‘소통’과 ‘협업’을 이유로 든다.

그런데 구성원이 체감하는 포인트는 다르다. ‘장소’가 아니라 ‘통제’의 감각이다.

그래서 같은 정책도 공지 방식과 운영 디테일에 따라 분위기가 확 갈린다.


본 장에서는 회사의 정책이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작용하는 사례를 살펴 보면서, 어떤 제도의 운영은 다각적인 고려 속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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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이 흐름은 실제로 여러 번 보도됐다.

2022년 12월, 카카오는 원격근무 체제를 정리하고 2023년 3월부터 ‘오피스(사무실) 내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보도됐다. 원격근무는 예외적으로 승인하에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2023년 1월, SK텔레콤도 재택근무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시행한다고 보도됐다. ‘사무실 출근 우선’으로 방침을 정한 흐름으로 기사화됐다.

2025년 2월에는 당근이 재택근무를 단계적으로 축소(주 1회)하는 계획을 밝힌 내용이 보도됐다. 대면 소통과 조직문화 강화를 기대한다는 맥락이 함께 실렸다.


재택 근무가 갖는 장단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오피스 근무가 갖는 장단점도 있다.

회사에서는 오피스 근무의 순기능이 강화되길 원했지만, 생각 외로 부작용이 더 커지기도 한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현장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팀장 단톡방 공지: “다음 달부터 주 3회 출근. 예외는 사유서+승인.”
팀원 속마음: “집이 편해서가 아니라, 그날은 집중이 잘 됐는데…”

그 다음부터 팀이 바뀐다.

회의는 늘어난다

보고는 더 촘촘해진다

결재는 느려진다

결과물은 좋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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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사람들은 성과보다 ‘걸리지 않기’에 민감해진다. 자리 지키기, 메신저 즉답, 출근 체크 같은 것들이 중요해진다. 조직이 성과를 올리려다가 ‘근태 게임’을 열어버리는 순간이다.


2. 접근 관점


이 단원에서 관점 전환은 이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왜 의욕이 없나”가 아니다.
“우리 조직은 왜 의욕이 꺼지게 설계돼 있나”이다.

자율이 줄어들면, 일하는 방식이 아주 현실적으로 바뀐다.


판단의 주체가 ‘나’에서 ‘승인자’로 바뀐다

목표는 ‘성과’인데, 행동은 ‘리스크 회피’로 바뀐다

대화는 ‘해법’이 아니라 ‘변명’으로 이동한다

팀의 시선은 고객보다 상사 쪽으로 기운다


여기서 자율을 오해하면 더 꼬인다. 자율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방임이 아니다. 자율은 선택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정해주는 설계다.

목적과 기준은 분명하다

다만 방법과 순서와 리듬은 조절할 수 있다

그 조절권이 책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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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사라지면 동기는 “내가 하고 싶다”에서 “시키니까 한다”로 이동한다. 그러면 사람은 최소한으로만 움직인다.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 반응에 가깝다.


3. 선각자의 제언


동기를 다룰 때 조직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보상, 규정, 감시를 강화하면 사람이 더 열심히 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에드워드 데시(Edward L.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M. Ryan)은 정반대 방향의 메시지를 오래 전에 던졌다.


자기결정성이론(SDT, Self-Determination Theory)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동기화되려면 ‘환경이 기본 욕구를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 관점은 Deci & Ryan의 저서(1985)와 Ryan & Deci의 정리 논문(2000)에서 핵심 틀로 제시된다.


이 이론은 기본 축을 세 가지로 말한다.

자율성(Autonomy, 자율성): 내가 선택하고 조절하고 있다는 감각

유능감(Competence, 유능감): 해낼 수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

관계성(Relatedness, Relatedness, 관계성): 함께하고 인정받는 감각


오늘의 초점은 자율성이다.
자율성이 무너지면 유능감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내가 조절할 수 없다”는 감각이 “내가 잘할 수 없다”로 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에서 이상한 역설이 생긴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판단을 줄이고, 시키는 대로만 한다. 실수했을 때 손해가 커지니,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해지는 것이다. 주도성이 사라진 게 아니라, 주도성이 손해가 되는 환경이 된 것이다.



4. 이론에 근거한 현실적인 해법


해법은 “자율적으로 하세요” 같은 구호가 아니다. 자율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일과 대화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어렵게 말하지 않고, 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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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자율을 한 덩어리로 주지 말고, 3가지로 쪼개서 준다


자율은 하나가 아니다.

시간 자율: 언제 집중하고 언제 협업할지 조절하는 권한
방법 자율: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지 선택하는 권한
우선순위 자율: 무엇을 먼저 할지 결정하는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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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논쟁은 보통 시간 자율 하나로만 싸운다. 그런데 동기를 살리는 건 의외로 방법 자율과 우선순위 자율인 경우가 많다. “내 방식”과 “내 판단”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내 책임”이 생긴다.


팀장이 이렇게 말해보자.

“이번 주 목표는 A이다. 결과 기준은 세 가지다. 방법은 네가 정하자.”
“우선순위는 네가 잡아라. 대신 리스크는 월요일 오전에 먼저 공유하자.”


이 문장은 자유를 준 게 아니다. 경계를 준 것이다. 경계가 분명하면 자율은 방임이 아니라 책임이 된다.



4-2. ‘변하지 않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시작 전에 합의한다


자율이 깨지는 순간은 대개 중간에 룰이 바뀔 때다.

처음엔 “네가 알아서”였다가
중간엔 “그렇게 하면 안 되지”로 바뀐다.

이 전환이 반복되면 팀원은 이렇게 학습한다. “결국은 위에서 정하네.” 그러면 의견을 안 낸다. 판단을 접는다. 안전하게 승인만 기다린다.


그래서 팀은 시작할 때 이 세 가지를 나눠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 목적, 마감, 품질 기준

바꿀 수 있는 것: 방법, 순서, 협업 방식

지원할 것: 자원, 의사결정 속도, 장애물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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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합의하면 리더의 개입도 공격이 아니라 정렬이 된다.


“그렇게 하지 마”가 아니라
“우리가 합의한 품질 기준 중 어떤 부분이 흔들리는지 보자”로 바뀐다.

사람은 통제에는 반발하지만, 기준에는 납득한다. 이 말은 조직에서 꽤 자주 들어맞는다.


4-3. 1:1에서 자율을 죽이는 말을, 자율을 살리는 말로 바꾼다


자율은 제도보다 말에서 먼저 무너진다. 특히 1:1에서 ‘선의’가 자율을 빼앗는다.


팀원: “A안으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팀장: “아니, B로 가자. 내가 예전에 해봐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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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은 겉으론 “네”라고 하지만 속으로 결론을 낸다. “다음부터는 의견 내지 말자.”

그래서 1:1에는 질문 두 개를 고정 루틴으로 넣는 게 좋다.


이번 주에 내가 결정할 수 있었던 범위는 어디까지였나

결정권이 없어서 멈춘 지점이 있었나


그리고 팀원이 막힌 지점을 말하면, 리더는 결론을 내려주기보다 선택을 훈련시켜야 한다.


“내가 정해줄게” 대신
“A와 B 중 너라면 무엇을 고르겠나.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로 바꾼다.

자율은 권한 위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판단력 양육에 더 가깝다.


4-4. 출근 논쟁을 ‘장소’가 아니라 ‘업무 유형’으로 바꾼다


장소로 싸우면 감정이 커진다. 업무 유형으로 나누면 합의가 쉬워진다.

동기화가 필요한 일: 킥오프, 갈등 조정, 최종 의사결정, 관계 회복

집중이 필요한 일: 문서 작성, 분석, 설계, 개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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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규칙은 길면 망한다. 짧을수록 지켜진다.

월요일 오전은 동기화(상호 맞춤) 시간으로 운영한다

갈등 조정과 최종 의사결정은 대면을 우선한다

그 외는 집중 효율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바꾸면 “출근이냐 재택이냐”가 아니라 “성과가 나오는 방식이 무엇이냐”로 대화가 이동한다. 자율과 협업이 같은 편이 된다.


결론

통제는 순응을 만들고, 자율은 책임을 만든다. 그래서 자율을 주는 리더가 오히려 관리가 쉬워진다. 사람을 ‘관리’해서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게 ‘설계’해서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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