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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Jan 05. 2024

진부하지만… 새해 결심

feat. <데미안>, 헤르만 헤세

아무것도 하지 말고, (특히 공부 X)
마음껏 열심히 놀자.


 ‘마흔이 넘도록 마음 편히 지내본 적이 하루도 없구나.’를 깨달은 2023년 봄 어느 날, 내가 세운 한 해의 계획이자 결심이었다. 누가 들으면(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도) 어처구니가 없겠지만 공부 중독, 인정 중독인 나에게는 ‘한 달 안에 5kg 이상 감량’만큼이나 대단하고 큰 결심이었다.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공부는 하지 않았다. 연말이 되자 내년에는 잠깐 멈춰둔 심리학 공부를 다시 해볼까, 이왕 하는 거 본격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름 그동안 나를 지배했던 무의식에서 벗어나고자 세운 결심이었는데 12월이 되자 내 안의 초자아는 득달같이 회초리를 들고 더 이상 이렇게 놀고 있을 수는 없다며 협박을 하는 것만 같았다. 늘 그랬듯 무의식의 초자아에 이끌려 여기저기 대학원 모집 요강을 알아보고 각 대학원 교수들의 세부전공을 살펴보며 어디에 지원해야 하나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번뜩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몇 년을 공부하고 논문을 쓰고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물음에 대해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견고하고 매끄러운 어떤 것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 써 놓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표현이 바로 이러한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보았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헤르만 헤세


  알을 깨뜨리고 나오고자 밖에서는 한 땀 한 땀 균열을 만들어내고 안에서는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이 무엇인지 유심히 들여다보며 연말을 보내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2023년 12월 31일 다음 날이 2023년 13월 1일이 아니고 왜 2024년 1월 1일이어야 하는지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물음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그날이 그날인 것 같지만 알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더 이상 그날이 그날 같지는 않기에 새해 결심을 해본다.


작가가 되어보자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자.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이 무엇일지 조용히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보았다. 두껍고 무겁게 자리 잡은 ‘공부’라는 것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잘 보이지 않아 때려치우고 다시 ‘공부’로 돌아갈 뻔도 했다. 깊이 억누르고 꽁꽁 숨겨두어 찾기가 참 힘들었다. ‘공부’를 걷어내고 덜어내고 씻어내니 희미하게 저 안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내 안의 것들을 마음껏 표현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자유롭고 예술적인 영혼이 솟아 나오려 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어보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음악을 만드는 작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보기로 했다. 작가가 ‘되어본다’는 것은 그 행위를 꾸준히 해보겠다는 의미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어쩌면 올해 안에 ,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화가 나 작곡가, 출간 작가로 데뷔할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것은 실행에 빨리 옮겨야 한다. 다음 주부터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려고 미술학원 수강 등록을 하였고 아이들이 개학하는 3월에는 기타와 미디 작업을 배우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난… 이미 브런치 작가이다. 그냥 쓰면 된다.



설렌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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