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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matic Jul 10. 2021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영화 밖 서술자의 개입

 디제시스 밖 서술자가 영화의 디제시스 안으로 개입하는 방식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는 킬러 인남(황정민)이 납치된 딸 유민(박소이)을 찾아가고, 레이(이정재)가 자신의 피붙이를 죽인 인남을 뒤쫓는 추격전이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인남은 유이(박정민)의 도움을 받아 유민을 찾지만 레이의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추격의 서사 구조를 가진 영화에서 추격을 가능하게 하는 탄탄한 서사는 중요하다. 그러나 <다만악>의 빈약한 서사는 제 역할을 못하고, 영화의 디제시스(영화의 가상으로 설정된 시공간의 세계) 밖 서술자가 개입되어 영화를 추동한다.     


 <다만악>의 카메라 시선은 디제시스 밖 서술자의 존재를 환기한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가끔 인물들을 따라가지 않고 머무르며, 인물의 뒷모습을 내비치거나, 공백 상태의 숏을 지속한다. 인남이 수술 방에서 유민을 구해서 나갈 때, 카메라는 곧바로 인물을 따르지 않고, 문에 시선을 둔 숏을 지속한다. 인남이 유민을 구한 상황이 종료된 후 수술방 안에는 서사의 공백만 남는다. 카메라는 인물이 부재한 자리에 남아 관객에게 빈 화면을 인식하게 한다. 영화에서 공백은 채워지길 바라는 기대를 낳거나 예상하지 못한 것이 나타날지 모르는 긴장과 공포를 일으킨다. 카메라는 공백 상태를 지속함으로써 영화의 디제시스 밖 서술자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관객들은 잠시 카메라의 시점을 통해 영화 디제시스 내 인물이 보지 못하는 것을 디제시스 밖 서술자와 동일시되어 바라본다.        


 디제시스 밖의 서술자는 영화의 디제시스 내에 존재하는 인물인 아이들의 목소리와 시선을 빌려 더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앞서 말한 부분은 영화에서 유사한 느낌을 주는 두 번의 순간이 있다. 두 순간의 유사성은 영화의 형식들로 인해 아이에게 집중된 순간, 영화의 다른 순간들과 간극이 벌어져 있는 순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먼저 한 장면은 이러하다. 인남은 차오포의 구역 내 아이들을 가둬둔 곳에서 여성을 다그치며 유민의 행방을 묻는다. 인남의 겁박과 유이의 통역, 두려움에 가득 찬 여성의 비명 소리를 비집고 난데없이 아이의 음성이 뚫고 나온다. “랑야오, 랑야오”, 갑자기 들려온 소리는 아이가 외친 것일까? 아이의 목소리는 인물의 격앙된 감정이 담긴 소리가 중첩되며 긴장을 쌓아가는 상황을 한 순간에 중단시킨다. 또 신묘한 아이의 얼굴을 담은 숏은 인물 얼굴의 관습적인 화면 배치에서 벗어나(아이의 얼굴-오른쪽 하단) 앞선 숏들과의 연속성을 지키지 않는다. 중단과 깨어진 연속성으로 인해 이 순간은 영화에서 괴리되어 영화의 ‘틈’을 만든다. 영화의 형식들로 벌어진 틈은 디제시스 밖에 존재하는 서술자의 개입을 배태한다. 위임받은 서술자는 아이의 목소리를 빌려 영화의 서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뒤 홀연히 사라진다.


 호텔 방에서 인남이 유민이를 안심시키는 순간도 주목할 만하다. 유민이를 안심시키려는 인남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유민은 인남을 지그시 바라본다. 유민의 시선은 상황의 개연성과는 무관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음악이 어우러져 영화의 표면적 서사와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유민의 무표정은 ‘아이다움’이 느껴지지 않아 아이의 형상을 벗어난 것 같다. 유민의 시선 역시 유민의 것이 아닌 영화의 디제시스 밖 서술자와 조응한 것에 가까우며, 아이의 시선은 디제시스 밖에 존재한 자의 시선을 끌고 옴으로써 인남의 약속에 의문을 표한다. 인남이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할 것을 안다는 듯이.      


 디제시스 밖의 서술자는 서사의 전환점마다 디제시스 내의 세계로 개입해 부족한 서사를 메운다. <다만악>의 서사는 디제시스 안에서 인물의 추격을 가능케 하는 동기를 빈약하게 그린다. 영화에서 인남이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던 딸을 찾고, 레이가 인남을 추격하게 된 과정은 제시만 되었을 뿐 납득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서사의 허점은 사진을 빌미로 추격을 이어간다. 사진에서 사진으로 이어지며 영화의 서사를 추동시키지만 쉽게 주어진 사진은 서사의 비워진 부분을 잇는 하나의 연결점일 뿐이다. 디제시스 내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 빈약한 서사는 디제시스 밖 서술자의 힘을 빌린다. 영화 서사의 나아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디제시스 밖에 존재하는 서술자의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개입은 영화의 디제시스 너머 세계의 존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디제시스 내 인물(특히 인남)에게 쉽게 영향을 주며 짓누른다. 이 같이 전능한 서술자의 효과는 이 영화의 장르가 관습적으로 그리는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세상과 맞닿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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