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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Nov 12. 2021

마음의 눈

그럼 제일 먼저 안아줄 텐데.

역지사지가 과하면

'나'는 없어지기 십상이다.


내가 없으면,

그런 날 도와줄 나도 없다.




마음엔 눈이 없어서

보이는 건 늘 상대뿐이었다.


그래서 줄곧,

번진 내 눈물 자국을 보고서야

나도 아픈 줄 알아챘다.




내가 내게 준 상처는

치유하기도 민망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게 웃겨서.

너무 뒤늦게 안 게 멋쩍어서.


그래서 미처 아물지 않은 곳에

아랑곳 않고 다시 채찍을 내리치곤 했다.




굳은살이 배기고 또 배겨 제법 단단해진 나는

이제 더이상 두려울 게 없지만,


두터운 겉껍질을 비집고 들어오는 상처는

그만큼 더 깊어서 좀처럼 나아갈 길이 없다.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했던 만행은,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보이는 데 최선을 다한 것이기에

그마저 나를 탓할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다.




다만, 마음에도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아픈 날 내가 제일 먼저 알아보고

제일 먼저 달래줄 텐데. 안아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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