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13]
: 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13]
화장실에서 자꾸 마주치던 그 녀석 - 스킨답서스
제목만 보면, 뭔가 00년대 소녀들의 마음을 아주 세게 강타했던 인소(인터넷 소설) 제목 같다. (맙소사 이제 ‘인소’라고만 말하면 아무도 모를까 봐 ‘인터넷 소설’이라는 설명을 추가로 덧붙여야 한다니!)
하지만 실상은 심장 쫄깃쫄깃 두근두근 청춘물이 아니라 특별한 긴장감 하나 없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껄렁해 보여도 나밖에 모르는 우리 학교 일짱 초미남(이런, 이것도 추가 설명을 덧붙여야 할까?)이 아니라 껄렁해도(제 맘에 안 들면 우수수 잎 털어버리는)나 밖에 모르는(예, 저는 그대들의 식 노예지요) 우리 집 상전 나의 반려 식물들과 그들의 식노예 사이의 고군분투기이다.
서론과 잡담이 조금 길었지만, ‘화장실에서 자꾸 마주치던 그 녀석’의 이름은 바로 스킨답서스이다. 이 녀석 역시 엄마의 식물 중 하나였다. 엄마는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키우고 있지만, 그중 ‘엄마의 식물’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식물은 바로 스킨답서스였다.
정말이지, 우리 엄마는 종류나 크기는 상관없이 모든 화분을 예뻐하고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의 화분 개수가 점점 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우리 집 발코니를 통으로 차지하다 못해 집 안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심지어 화장실 세면대 위에까지 점령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화분들은 싱그러운 존재감을 제각각 뿜어내며 우리 가족의 사소한 일상생활까지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잠이 덜 깬 붕어눈을 비비며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 1평 남짓, 작은 숲 ‘취미가 뭐예요?’ >
나와 동거한 지 가장 오래된 녀석이기도 하고 우리 가족의 사소하고 프라이빗한 일상생활까지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던 아주 무서운 녀석이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잠이 덜 깬 붕어눈을 비비며 양치하는’ 세상에서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 화장실에서도 녀석은 나와 함께였다. 나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네가 먼저 나를 들여다보았으니
나도 너를 들여다보겠노라.
찰랑거리는 물 안에 낱낱이 보이는
너의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 뿌리 속까지도.
처음에는 ‘수경 재배’라는 것은 전혀 몰랐기에, 햇빛 없는 그늘진 집 안 구석구석에 녀석들을 턱턱 가져다 놓는 엄마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식물은 무조건 흙 속에서만 자라는 거로 생각했는데, 투명한 유리병에 채워 넣은 물속에서도 녀석은 유유히 뿌리를 내린 채 찰랑거렸다. 잎은 또 어찌나 초록초록한 지. 싱그러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습하고 답답한 화장실 분위기를 화사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이 녀석의 이름이 ‘스킨답서스’인 것은 자취를 시작한 후, 본격적인 식집사 라이프가 펼쳐진 후였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오랫동안 서로 붙어 지냈는데도 말이다. 엄마는 항상 녀석을 ‘스킨다비스’라고 불렀다. 내가 이 녀석의 진짜 이름이 ‘스킨답서스’라고 몇 번이나 알려주었는데, 엄마는 매번 ‘스킨다비스’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엄마는 ‘스킨다비스’가 부르기 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답은 ‘스킨답서스’나 ‘스킨다비스’ 전부 녀석의 이름이었다. (엄마 미안해요….)
< 스킨답서스(스킨다비스)의 특징 >
#플랜테리어 #활용도갑 #가성비갑
#키우기쉬운식물 #공기정화
1. 구하기 쉬운 흔한 식물이라 가격이 싸다.
(작은 모종 약 2~3천 원대)
2. 수경재배, 흙 재배 둘 다 가능. 키우기 정말 쉬워서 초보자에게 강추 식물!
3. 덩굴 식물이므로 길게 늘어뜨려 행잉 식물로도 키울 수 있다. 플랜테리어 활용도 갑!
4. 번식이 엄청 쉽다. 줄기를 잘라 삽목, 물 꽃이 하면 금방 뿌리를 내린다.
5. 종에 따라 흰 무늬가 예쁘게 섞인 마블링 잎들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요즘은 무늬 종이 대세. 저렴한 금액에 예쁘고 비싼 무늬 종을 키우는 기분이라 가성비 뿌듯합니다.)
6. 미세먼지 흡수, 유해 물질 제거 효과, 공기정화 식물
(*스킨답서스 잎에는 칼슘 옥살레이트라는 독성이 있어 어린 아이나 반려견이 먹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함)
“내가 키우기만 하면 식물들이 매번 죽고…
우리 집이 북향이라 그늘지고… 어쩌고…”
"괜찮아요! 물만 주세요!"
그만큼 엄청나게 키우기 쉽다. 전직 ‘식물 킬러’라서 차마 식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킨답서스’를 키워보길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자, 그럼, 스킨답서스를 키우기에 앞서 두 가지만 먼저 생각해 보자.
만약 선택하기 어렵다면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스킨답서스 모종을 구해 흙 화분에서 키우다가 갑자기 수경재배로 키워보고 싶어지면 흙에서 꺼낸 녀석의 뿌리의 흙을 깨끗이 털어내고 투명 유리 화병에 담아놓으면 된다. 아니면 스킨답서스는 번식이 쉬우니까 줄기를 잘라 삽목, 물 꽂이 두 개 다 해주면 굳이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수경재배와 흙 재배 둘 다 한꺼번에 경험해 볼 수 있다. ‘행잉으로 키우기’와 ‘바닥에 두고 키우기’의 밸런스 게임도 마찬가지다.
스킨답서스의 번식을 활용해
슬기로운 플랜테리어(Planterior)를 꿈꿔보자.
* 장점
관리가 쉽다.
흙 화분보다 물 주기를 덜 신경 써도 된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물 갈아줘야 함)
흙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서 벌레가 생길 일이 없다.
투명 유리 화병에 담아놓으면 플랜테리어 자동 완성!
(하이드로 볼이나 흰 자갈과 함께 꾸며주면 더 예뻐요)
* 단점
흙에서 키우는 것보다 영양이 부족해서 성장이 더디다. (식물 영양제를 최대한 희석해서 물에 섞어주면 해결 가능)
한 10년? 20년 전? 굉장히 오래전에 들인 애라 이 녀석의 풀네임(full name)이 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 집 스킨답서스는 잎에 무늬가 섞여 있다. 엄마나 나나 수형을 예쁘게 잡아주면서 키우기보다는 방목형으로 제멋대로 크게 놔두는 스타일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덩굴 덩굴 길게 늘어뜨려서 키우는 중이다.
지금은 따로 나가 사느라 우리 집 화장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녀석이지만, 본가에 가면 화장실의 터줏대감 같은 그 녀석과 여전히 매일 마주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요샌 잘 지내?”
천남성, 덩굴성 식물
학명 : Epipremnum aureum
유통명 : 스킨다비스, 신답서스
꽃말 : 우아한 심성, 다시 찾은 행복
온도 : 21℃~27℃ 구간 최적 (최저 온도 13℃까지)
햇빛 : 직사광선을 피한 반양지, 그늘진 곳, 실내외 어디서든 잘 자라요.
(햇볕을 쬐어주면 잎 크기가 커지고, 무늬 종일 경우 무늬가 좀 더 예뻐질 수 있어요.)
적정 습도 : 40~70%의 평균 실내 습도 (하지만 예민하지 않은 애라 습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물 주기 : 물을 좋아합니다. 겉흙이 말랐을 때 듬뿍 주세요. 수돗물 바로 사용 가능.
번식 : 공중 뿌리가 나와있는 줄기의 위아래를 잘라 섭목, 물꽂이로 번식.
<스킨 답서스의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