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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열리 Aug 11. 2023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002 고시촌 사람]

생각을 해보니 경험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예의를 조금 버려야겠다. 완전한 비격식체로 친구에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였으니 독자분들의 양해를 바란다. 




행정고시에서는 경제학이 제일 중요함. 

그래서 아마 경제학 강사들이 돈 제일 많이 벌 것으로 추정. 

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냐고? 내가ㅜ돈을ㅜ대단히많이ㅜ내면서ㅜ다녔거든,,^^ 

전체 커리 들으면 몇백이 될듯? 그런데 이제 실강생만 한 500명인 ㅋ 

그럼 온라인은 어떨지 이과가 나와서 계산 부탁 ㅎ 심지어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국제경제학 기본서는 한 권에 대략 5만원 정도인데 일단 사야됨ㅇㅇ 대학 전공서 사던 느낌이랑은 걍 핵다름

근데 이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문제 풀이를 위한 연습책(이게 개비쌈),

역대 기출해설부터 뭐 어쩌구 특별강의 뭐 이것저것 다 하면 한 강사를 선택하고 커리 따라갈 경우 

책값으로만 경제학 한 과목에서 한 20-30만원 정도는 그냥 찍고 들어가는 거임 너무 에바세요

날강도라고 하기도 뭐한게 심지어 내용이 알참..너무 알차서 두뇌가 다 소화 못함 ㅋ 

근데 나만 그러는게 아닌 걸로 봐서 책에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 

티엠아지만 또 내가 진짜 숫자감각과 공간지각 능력이 없어서 특히 경제학에는 약했음.. 

그런데 이제 학부 때 경제학 복전했음 교수님들이 나를 이해시키는 데에 실패하신 것임. 아무튼 그럼.


여튼 그래서 오늘 얘기할 고시촌사람은 고시촌 일타 경제학 강사임.

고시촌에 경제학 강사는 되게 많고 일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상당히 분분하므로 한 인물이 특정되지 않을 것임. 혹시 보시고 본인 얘기이신 것 같고 불쾌하시면 연락주세요ㅋㅋㅋㅋㅋ

고시촌에서 일타 강사분들은 약간 연예인? 적어도 좀 인스타스타같은 느낌임. 

확실히 이 안에서 셀럽임ㅇㅇㅇ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서 루머도 짱많고 헛소리도 짱많은데 그중에 되게 설득력있는 것들도 있어서 

가끔 신기했음. 그리고 사실 나무위키에 치면 진짜 연예인마냥 개개개ㅐ개ㅐㅐㅐ길게 써있음ㅋㅋㅋ 

공부하다 쉴 때 한 번씩 읽어봤는데 아이돌 보듯이 캐해석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바로 그만둠 ㅠㅋ 정신차려,,가십멈춰,,,


그 중에서도 중에서도 오늘의 인물은 아마 인지도로는 웬만한 인플루언서는 걍 제칠지도 모름ㅋ 

물론 이제 설문 집단의 성격에 따라 굉장히 상이하겠지만서두,,,

어쨌든 그는 추정되기로 ESTJ임..I인가.. 근데 E같음 ㅇㅇ

죄송 나 엠벼 신봉자라서 캐해할 때 엠네글자 빼고는 못하는 병에 걸려 버림 아주 지독하지 ㅇㅇ

여튼 엣티제 그 자체인게 일단 개똑똑함. 

내가 경제학 그 분보다 덜 배워서가 아니라(그것도 맞긴 할걸) 그냥 말하는 거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개천재임이 분명함. 

그리고 쟈갸움,,, 파워 F인 나? 맨날 팩트로 후려맞아서 뼈가 아작이 났음ㅠ 

막 강사소개글?에 보면 진짜 혹독하게 써있음. 정확하게는 기억 안나지만 막 정신력 그것밖에 안되고 각오가 그따구면 행시 때려쳐라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ㅇㅇ 그리고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구!

그는 늘 모든 내용을 설명하고 나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라고 했다... 오죽하면 행시 그만 둔 지금도 다른 책 읽을 때 저 말이 나오면 자동으로 그의 목소리가 재생됨

독수리 같은 표정으로 정면을 노려보면서 

이 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는 걸 한 백삼십칠번쯤 들으면 수업 끝남ㅇㅇ......강조가 지나쳐요 교수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그의 수업을 들으며 진도를 따라가다가 큰 절망감에 빠져서 

혼자 독서실 벽 바라보면서 나무 무늬 관찰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음

그래서 그 날부터 경제학 기본서부터 쭉 읽고 수업에 더 집중하면서 공부량 자체를 늘렸음. 

그래서 경제학 잘하게 됨 

이라고 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걍 계속 바보였음ㅠㅋㅋ 

아무리 지나쳐도 강조되지 않았음 ㅜㅋ

완전히 무기력한 나.. 어카냐 진짜..를 반복하다가 

진짜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강사 질문지에 눈물의 먹먹문을 써서 올렸음.. 

내용은 대충 나 나름 열심히 하는데 경제학 개못한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뭐 이런거였는데 

원래 강사 질문지에는 이런거 쓰는게 아니고 진짜 질문 쓰는거임ㅋㅋㅋㅋㅋㅋ

강의 듣다가 모르는 거ㅜ 인원이 너무 많아서 질문을 다 받아줄 수 없기 때문임


그래서 사실 내면서도 걍 묵살당할거라고 생각했음. 

다음 수업 시간에 조교가 답변 바구니를 들고 오면 각자의 질문지를 다시 찾아가는 형식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여다 본 바구니에 그의 답변이 있었음. 

오,,, 심장이 두근거렸음,, 설레서 아니고 부정맥 아니고 무서워서였음 진짜로. 

나한테 당신같은 빡대가리는 행시를 준비하지 마십시오 라고 할 것 같아서 바로 읽지도 못하고 집가서 읽음 ㅋ쫄보 ㅠㅋ


그런데 이제 상당히 놀란 점. 

그가 B4정도 크기가 되는 질문지에 장문으로 답변을 남겨준 것이다. 

두둥. 

이건 마치 어떤 느낌이냐면 내가 아이유 인스타에 만나서 밥 같이 먹고 싶어요 라고 111,456,256번째 댓글을 달았는데 다음 날에 회사 점심시간 맞춰서 아이유가 도시락 사들고 날 찾아온 느낌임. 쫌 에반가

여튼 그 내용은 공부방법과 응원멘트(?!?!!?1!?!?!!!!!?!!??!!?!?)가 나름 빼곡히,,,

아무튼 성의가 되게있게 써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반전매력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상당히,,은혜받은 넉김,,,ㅎ이엇거동요,,, 

근데 사실 그 답변에도 '기초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라고 쓰심

진짜 얼마나 강조를 해야 만족하실지 궁금따리 궁금따,,,

그리고 이제 그 담날 모의고사 시원하게 조지고 다시 팩폭 맞으면서 현실로 돌아옴ㅇㅇ


이 기억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한 이유는 

아마 그 안에서 처음 느낀 오묘한 기분 덕분이었던 것 같은데

뭐 이래저래 응원도 격려도 많이 받으면서 공부했고

고시촌에 있는 만큼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고립된 상태는 절대 아니었지만

사실 결국 그들도 다 경쟁자이다보니 상당히 날이 서있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 다들 제일 원하는 것은 자신의 합격인게 당연하니까. 

그래도 잘 모르는 곳에서 혼자 거기서 적응하고 혼자 사는 삶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공부도 빡세게 해야하고 우당탕탕 고시촌라이프 속에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음


그리고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안가르쳐줌

이게 무슨 말이냐면, 관리형 학원처럼 커리를 짜주거나 재수종합반처럼 다 알아서 준비해주는 구조가 절대 아니고 마치 타오바오에서 물건 사는 것마냥 알아서 잘 딱딱 정해서 공부해야 되는거임 

뭐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슈퍼쫄보겁쟁이라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봐 매번 불안했음

근데 그 답변을 받으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누군가가 처음 알려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좀 감동받았던 것 같음.. 


지금은 행시 그만둬서 그 분 볼 일도 없기는 한데 행시 때 생각하면 징글맞으면서도 고마운 분으로 생각남. 그리고 맨날 일찍 끝낸다고 하면서 수업 개늦게 끝내던것도^^....*...그리고 계속 보강 잡아서 나를 괴롭게 하던 것도^^...


여튼 읽으시는 분들도 주변에 칭찬이든 응원이든 격려든 긍정적인 말 많이 뿌리고 다니시기를.. 물론 무지성은 안됨.. 그랬다가는 캘리포니아식 화이팅 됨 뭔지 알져ㅡㅜㅜㅜ

삶은 다면적이라 한 시점에서도 어떤 부분은 꽉 채워져 더없이 흐뭇함과 동시에 다른 부분은 너무나도 황량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아내기 어려운 기분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함

그래서 본인 인생도 잘 안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별 뜻 없이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갑자기 인생명언 될지도 모르기 때문,,,선순환 기대해봅니다

튼 주변 사람에게 뭐 되게 거창한 말은 아니어도 소소하게 한 마디씩 던져주는 하루 어떠신지 ㅎ 


사람에게 주는 사람의 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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