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열리 Jul 27. 2023

고시촌 사람

[#001 고시촌 사람]



23세. 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나는 고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으며 앞으로 경험하게 될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기대와 설렘, 목표 달성 시 느껴질 짜릿함,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 등 여러 방향에서 달려드는 감정들에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때를 기점으로, 내 삶의 양상은 이전과 아예 다른 모습이 되었다.


  그 해의 겨울이 절정을 향해 치달을 즈음, 세상도 유래 없는 일들이 마구 발생할 준비를 이미 마쳤던 것 같다. 코로나19, 이 말도 안 되는 바이러스가 그만의 성장기, 전성기, 쇠락기를 거치는 동안 나의 고시촌 생활도 함께 시작되고, 같은 지점에서 끝이 났다. 2019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사람들은 혼돈 속에서도 각자의 삶을 이어 나갔겠고,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자라면서 혼자만의 방도 가져본 적 없던 내가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곳은 고시촌, 말 그대로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방인으로서의 고시촌 라이프는 집에서 고작 5분 거리인 학원을 다니면서도 숱하게 길을 잃는 어리숙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은 나를  네 자릿수나 되는 버스의 번호들과 각각의 노선들을 줄줄 외우는 프로고시촌러로 키워냈다. 이 모든 과정은 나름의 우여곡절을 동반했다. 돌아보면 생각보다 작은 문제였던 일들도, 이제야 그 아찔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일들도 있다. 좋든 나쁘든, 모든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으로 시작되고 전개되었다. 사람은, 아니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매 초 매 분이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새로움이 특별함으로 기억된 날들을 내게 만들어준 이들이 있다.


  물론 아직 어리고 젊은 나이지만, 그중에서는 제일 치열하고, 불꽃같고, 스스로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약하고, 아팠고, 무기력하며, 매일 메말라가는 스스로를 그저 바라볼 뿐인, 참으로 모순적인 3년여간의 시간이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만났던 이들을 소개하며 이따금씩  함께 웃고, 슬프기도, 분노가 차오르기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제는 나도 실패 앞에 주눅 든 모습에서 벗어나 그때의 흥미로웠던 이야기들을 여러분 앞에 내어놓고 싶다.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해줄 여러분에게 미리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내 글자마다에 담긴 이야기들을, 내 생각들을, 내 감정들을 읽어준다면, 시간을 뚫고 그 시절에 도착한 여러분은 지금보다 더 어렸던 나에게 소소한 응원과 세심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풀어내는 지나간 시간이 여러분에게 향수를 일으키기도, 아예 다른 종류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나는 고시촌 사람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도 고시촌 사람들이다. 쓰일 모든 이야기들은 나,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로 전개될 것이므로 이야기의 이름을 고시촌 사람으로 정했다.






 잘 부탁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