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의 고정 멤버인 송지효가 최근 퉁퉁 부은 얼굴로 티비에 나왔다.
레이저 주사 600샷을 때렸다고 한다.
10년이 넘게 런닝맨의 고정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송지효를 보면서, 항상 배우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웬만한 가수나 타 연예인들이 런닝맨에 게스트로 나와 송지효와 투 샷이 잡힐 때 보면,
'역시 송지효가 배우라 예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미모의 송지효도 과한 시술로 퉁퉁 부은 채 녹화를 한 모습을 보니, 나이 듦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봐 줄만은 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어떤 누구든 본인의 외모가 봐줄 만은 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본인의 외모를 좋아하고 만족한다고 한다. 그래서 닮은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고 하지 않나. 여하튼, 나도 그런 삶을 살아왔었다.
그런데, 요즘은 나도 레이저나 시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이 듦'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은 당연한 이치인데, 마음과 머리의 속도가 몸을 따라가지 못하니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다.
올해 초, 처음으로 레이저 시술이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루비 레이저'라는 것이었는데, 색소침착을 없애는 레이저 시술이다. 처음 레이저를 알아보게 된 건 남편의 얼굴 한편에 자리 잡은지 꾀 시간이 흐른 '흑자'라는 것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제거 시술을 하러 가는 김에 나도 주근깨인지 기미인지 알 수 없는 내 볼에 오래전부터 자리한 거뭇거뭇 한 것들을 지지는(?) 시술을 받아 보았다. 일주일 정도 뒤, 붉은 기가 가라앉았고 나에겐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흑자 제거에는 도움이 좀 됐다.
얼마 전 만난 친구와도 이마 주름에 보톡스, 관자놀이에 필러를 맞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친구는 "너는 얼굴에 살이 없어서, 쳐지지도 않았다."라며 내 얼굴 상태를 칭찬했다.
그런가 싶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고. 아무튼 얼굴 쳐짐과, 주름, 흰머리를 걱정해야 하는 것.
바로 '나이 듦'을 마주한 우리네들은 의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시간을 거스르고 싶어 한다.
누가 봐도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예쁘다고 생각했던 송지효에게도 일어난 일이니, 나에겐 뭐 당연히, 또 누구에게든 들 수 있는 생각이다.
몇 년 전, 시장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스타킹을 신어 유독 더 하얘 보이던 치마 아래 드러난 내 다리를 보며,
"나도 젊었을 때에는 이렇게 다리가 하얬는데, 참, 너무 예쁘다. 곱다. 고와."
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할머니에게 다리가 뽀얗게 예뻤던 당신의 과거는 아마 엊그제 즈음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엊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멀지 않은 과거. 하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은 뽀얀 다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의 할머니. 아마, 내게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런 날이 '훅' 하고 와있지 않을까.
레이저와 보톡스 필러로 되돌리고자 하는 나의 '나이 듦' 은, 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내 마음의 속도와 기억의 속도 때문. 언젠가 그 속도의 차이가 좁혀지는 날이 오긴 할까. 분명한 사실은, 레이저 시술이 그 간극을 좁혀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 오늘도, 잠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