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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Mar 30. 2023

기적과도 같은 투자의 기회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기득권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반인이 월급을 모아 투자를 하고 그 투자에서 수익을 내서 은퇴를 앞당긴다거나, 은퇴 이후의 삶을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출현이 30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으로부터 50만 년 가까이 인류는 수렵 생활을 지속해 왔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음식물의 저장이 쉽지 않았다. 먹을 것도 많이 없었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걷고, 뛰고를 반복해야 했다. 사냥에 있어서는 항상 긴장해야 했고 부족 간의 전쟁이 잦아 평균 수명도 매우 짧았다. 이 시기에 잉여 재화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표현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것이 당연한 시기였다. 생존 그 자체를 위한 시대. 그런 시대가 인류 역사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잉여 식량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잉여 생산물을 바탕으로 지배 계급이 생겨났다. 일하지 않고 먹고사는 사람이 등장했다. 대부분은 그들에게 종속되어 고된 농사일을 계속했다. 수렵 채집하던 시기보다 더 오랜 시간, 더 지루하고 더 가혹한 노동이 강요되었다. 그 결과 신석기시대 남녀 평균수명은 구석기시대보다 줄어들었다. 평균 신장 역시 큰 폭으로 작아졌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먹을 것을 구하기는 더 쉬워졌지만 사람들은 왜소해지고, 빨리 죽었다.


극 소수의 지배층을 제외한 평범한 사람이 여가시간을 갖는다거나, 개인 재산을 소유한다거나, 미래를 꿈꾼다거나, 자살이 아닌 방법으로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개념이 생긴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설립된 것이 400여 년 전이고, 이후 네덜란드에서 영국,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세계 패권국의 변동과 더불어 각 나라의 화폐와 금융 시장이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금융 시장에 참여해 돈을 번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다. 시장에의 접근성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고, 정보도 한정되어 있던 시절이다. 무엇보다 변동성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지금 우리가 느끼기에 주식시장은 무조건 우상향 하며, 특히 미국주식은 어떤 시련과 풍파가 닥쳐와도 결국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미국 주식이 이렇게 끝없는 성장가도를 달려온 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패권국으로 거듭난 미국은 세계 금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44년 동맹국 정상을 브레턴우즈에 모아놓고 미국 달러를 금에 연동시키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킨다. 이 체제는 이후 마셜플랜과 베트남 전쟁등 미국 재정적자 확대와 지나친 화폐발행에 대한 우려로 프랑스가 달러 대신 실물 금을 요구하는 등 미 달러에 대한 신뢰가 깨지며 붕괴된다. 차마 금을 내어줄 수 없었던 미국은 1971년 달러의 금 태환을 금지시킨다.


달러의 신뢰가 깨지며 금과의 연결 고리가 무너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달러는 금에 메이지 않고 달러 그 자체로 신뢰를 받게 된다. 달러 발행의 주체인 미국이 세계 패권국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었고,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함에 따라 금 태환 여부와 상관없이 달러는 그 지위가 유지되었다.


금 태환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났고 이는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1970년대가 되어서야 일반적인 사람이 주식시장에서 콩고물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 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금융 시장에 대한 손쉬운 접근 그리고 그 안에서 과실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과도 같이 느껴진다. 이런 기적과도 같은 기회는 말 그대로 기적 그 자체이기에, 언제 잃어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현실과 이 현실을 지탱하는 체제의 기반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자각, 그리고 엉성한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꿈꾸는 달콤한 과실.


영원해 보였던 노동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류의 태동 이래 300만 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그냥 흘려버리는건 인류의 최 전선에서 살아가는 자로서 직무유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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