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이어오다 보면 정말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올라가면 사고 싶고 떨어지면 팔고 싶다는 것이다. 주가가 한참 오를 때는 떨어지면 사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떨어지면 살 수가 없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팔아버리고 싶지만 다시 반등하면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진다.
이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코로나 버블이 한창이던 '21년을 생각해 보자. 연일 언론에서 때리는 자극적인 보도와 함께 투자가치가 딱히 있어 보이지 않는 변두리 아파트까지 들썩거리던 때. 부동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언론의 부추김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덥석 물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대다수는 무주택자다. 당연하게도 이 시기 매도에 나선 사람들은 다주택자다.
무주택자는 주식시장에서는 개미로 치환되고, 다주택자는 기관과 외국인으로 치환된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나 경험 없고 순진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자들은 항상 당한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돈을 번다. 투자 시장이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이렇게 꾸준히 잃어주는 사람이 계속해서 유입되기에 시장 자체가 유지된다.
만약 모든 투자자가 똑똑해진다면 주식 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공짜로 돈 벌 기회가 없어진다. 모든 주식과 부동산이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가 될 것이고, 그 변동 역시 지금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게 되고 거래에서 나오는 차익을 보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여러 경험으로 똑똑해진 사람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시장에 잉여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시장에 유입되어 현금을 내어놓는다. 거래소 장막 안에서 그 현금을 누가 먹느냐 하는 게임이 펼쳐진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의 저출산 문제가 주식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원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 소비하는 모든 것과 생산하는 모든 것이 GDP 안에 녹아든다.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GDP의 총량은 늘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 규모는 축소된다. 그만큼 유동성이 감소되고 투자 시장도 위축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인구의 증가로 인한 파이의 증가에 더불어 그들이 노동으로 번 돈으로 투자시장에 뛰어들어 제공하는 기대 현금까지 고려하면, 저출산으로 인한 투자시장의 위축은 더욱더 크게 다가온다. 주식시장이든 부동산시장이든 마찬가지다.
코로나 버블, 언제까지나 상승을 이어갈 것만 같던 시기에 영끌해서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몸소 받았던 밀레니엄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약 천만 명 정도로 집계된다. 다음 세대인 Z세대는 육백만 명으로, 밀레니엄 세대에 비해 40%나 적다. 그다음 알파 세대는 거기서 또 40% 이상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붐 세대를 시작으로 점점 한 세대를 구성하는 인구가 줄어든다. 2020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는 인구는 점차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합계 출산율 역시 1명의 벽을 깬지 오래다.
인구의 감소는 점차 빨라진다. 지니계수로 대표되는 양극화 지수도 다시금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데 더해 저소득층 비율마저 올라가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나라가 투자처로서 훌륭한 대상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