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ay 37 당신이 읽다만 책의 에피소드 한 편을 찾아서 3분의 2만 읽습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의 나머지를 써보세요.
흑인 병사가 떠난 뒤에야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나는 'I'm a fool to want you' 유튜브에서 제목을 보았을 때 '아~ 이 노래였어?' 오래전 TV를 보던 중 어느 광고에서 이 음악을 듣게 되었다.
'누가 나른한 듯, 바보가 된 것처럼 부르지…' 무심한 듯 부르는 노래가 상당히 매력 있게 들였다.
월요일이면 금요일 밤을 기다린다. 금요일 아침이면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지루하기 그지없다. 낮잠이라도 한 숨 자면 잠시 눈을 돌릴 수 있으련만, 그저 나만 바라보는 그가 얄밉기만 하다. 그의 집착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나의 심중을 알기나 하는 듯 날이 갈수록 더 집요해진다. 떠난 흑인 병사가 그리워진다. 그와 자유롭게 거닐며 나누었던 대화가 있는 공원으로 훌쩍 나와버렸다.
창공에 펼쳐지는 구름의 변화가 무상하다. 바람이 몰고 가는 한 덩어리 구름이 마치 흑인병사가 우는 듯 보였다. 그는 본국에 가서 행복할까. 가족들과 잘 지내고 있을까. 떠나기 전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왜 울었을까. 빌리 홀리데이 풍의 재즈가 감동적이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을까… 짐작컨대 노래의 감동과 다른 개인사일 것 같았다.
내게 재즈를 권했지만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웃기만 했다. 그녀의 노래는 무미건조한 빵을 먹는 듯 읊조리는 것 같다. 그들의 영혼을 노래한다지만 당시에 그와 함께 할 땐 흘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듣고 있다. 여러 번 반복하여 들으면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리라 기대하면서. 한정된 나의 자유는 그리 길지가 않다. 아쉽지만 다음에는 사라 본의 노래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
빌리 홀리데이의 삶은 불우했다고 한다. 마약과 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원인은 어린 시절 매춘하는 엄마에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영향인 것 같다. 가수로서 성공은 하였지만 간경화로 빨리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빌리 홀리데이 사후 피츠 제랄드가 재즈 최고 가수가 됐다. 그녀의 맑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 세 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과 스캣 싱잉이 유명했다는 것을 알았다. 흑인 병사가 나에게 대신 들어달라고 했던 말은 다른 의도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재즈라는 장르만 알던 문외한이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는 화려하게 들렸다. 사라 본은 소프라노에서 여성 바리톤까지 넘나드는 넓은 음역(네 옥타브)과 길게 이어지는 비브라토는 거의 독보적이라고 한다. 내가 잠시 눈길을 돌려봤다. 이왕 옆길로 빠졌으니 재즈계 세 거장의 목소리를 비교해보면서 각자 주는 느낌을 들어봤다.
개인적으로 Summertime, 이 곡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름 모르는 병사 덕분에 1949년의 사라 본의 넓은 음역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Summertime 이상으로 좋아한다. 내 아이들이 다 자랐을 때 문득 들은 이 노래가 나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평범한 가사가 진리를 노래하였기 때문에 더 가까이한다. 나의 손전화기의 전화 오는 소리를 대신하는 곡이다.
세상은 넓다. '흑인 병사'라는 어휘도 인종 차별하는 것이므로 사용하지 말아 한다. 그가 내게 '현재의 경계를 뛰어넘어 더 넓게 멀리 보라'는 뜻 깊은 편지에 진심으로 머리를 깊숙이 숙인다.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11층 거실 창에서 사계를 감상한다. 기분좋은 저녁 노을은 내일이 기대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래 사진: 울주 선원에 핀 동백꽃. 기와 담장 너머에는 속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