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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롱 Aug 27. 2024

성범죄 피해자의 기억

하나. 사내괴롭힘 콤보 - 교묘함과 악질로 피해자를 말려죽이는 과정 

나는 직장내 성폭행 피해자이다. 무섭고 외로운 싸움을 끝내자 마자 더욱 외로워지고 있는 요즈음,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보며 성장의 계단이었구나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누군가는 조금 덜 무섭게 이겨내기를 바라며 생생한 기록을 남겨본다.


"성범죄 가해자는 교묘한 괴롭힘을 사용한다. 내가 괴롭다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길고 긴 이야기 중에 어떤 이야기부터 쓰면 좋을까 하다가, 성범죄와 직장내 괴롭힘이 동반된 악질적 피해에 대한 마음고생이 가장 먼저 떠올라 작성해본다.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게 만드는 많은 이유들중에 하나가 이 문제일 것이다.  

 성범죄 가해자는 모든 것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대방에게서 작은 것이라도 흠을 찾아 부풀리고 '이상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굉장히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느낌은 들지만 얘기하면 예민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매우 헷갈려하곤 한다. 본인이 기분이 나쁘고 괴롭힘 당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 느낌을 믿길 바란다. 그들은 지속적이고, 악질적이고, 교묘하다. 

 나의 경우, 가해자는 사건 이후부터(사건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밝힌다) 퇴근 시간즈음 매일 저녁 식사를 하자고 DM을 보냈다. 항상 선약이 있다고 거절하자 둘이 있는 면담시간 등을 활용해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너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는 등의 불쾌한 말을 했다. 그런 시간들을 모두 피하고 거리 두기를 했었고, 이후 남자친구가 생기고 결혼을 하자 신혼여행 간 사이에 팀원들에게 너무 길게 휴가를 가기 때문에 남은사람들의 업무가 우려된다고 앞뒤로 몇 달 내내 말하고 다녔다.  (2주를 갔고, 대부분 일반 여름휴가도 2-3주정도를 가는 분위기의 팀이다.) 

 나와 친한 동료에게는 내가 내지도 않은 휴가를 결재가 올라왔는데 또 휴가가는것 같다고 없는 말까지 지어내며 이간질을 시도하고는, 나중에 항의하자 날짜를 잘못봤다고만 했다. 표면적으로는 업무 걱정을 하는 척하며, 지속적으로 동료들에게 피해자에 대해 나쁜 이미지( 휴가를 길게 가고 계속 휴가만 내어 업무에 지장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사람) 를 씌우는 것이다. 

 이외에도 퇴사 과정에서 분명히 적성 문제라는 이유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없는 팀 전체 회의에서 내가 아무 말도 없이 퇴사하겠다고 질러서 매우 혼란스럽다는 피해자 코스프레 발언을 하여, 순식간에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여론을 형성해버렸다. 다행히 나는 업무 평판이 좋았고 가해자보다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큰 지장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스트레스가 심했고, 나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피해자라면 더욱 심한 괴롭힘을 받고 있을 것이다. 언제든 '너가 예민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MZ프레임 등등, 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동료들과 피해자 사이를 긴 시간을 두고 매 순간 이간질을 한다

 그런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인데, 하나는 본인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언제든 가해자의 잘못을 외부에 고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두려운 존재이며, 피해자가 고발했을 때 원래 예민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둔다. 동시에 괴롭혀서 조직에서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왜 그걸 범죄 당시에는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는 본인이 거절당한 것에 대한 복수이다. 추근거리는 동안 피해자는 날을 세우며 도망다니지만 가해자는 아주 큰 착각을 한다. 상대가 좋게 거절하면 당연히 위계에 의해 크게 싫은 티를 못낸다고 생각하여야 하는데, 가해자의 뇌는 일반일들과 크게 다르다. 강력하게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은 본인한테 호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착각을 하며, 지속된 거부의사를 밝히면 이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위계를 사용해 복수를 하고싶은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혼자 연애하다가 차이고는 상대방 욕을 하는 셈인데, 아이가 셋 있는 유부남에 20살이나 많은 상사가, 당시 20대였던 나에게 본인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해서 계속 만나자고 해본 것이라고 하는 진술을 듣고 기함을 하였다. 믿기 힘들지만 그들이 그렇다. 성범죄가 직장내 관계일 경우, 특히 위계질서를 가진 경우 70% 이상 직장내 괴롭힘을 수반한다는 객관적 통계 자료가 있다. 따라서 본인이 성범죄를 당한 것이 직장 내이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본인 잘못이 아니고 정확하게 판단한 것이므로 중범죄로 신고하여 처리해야 한다. 절대 어렵지 않으며 가장 빠르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음 글에서는 직장내 성범죄를 당한 경우 고발하는 방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 본인은 전문가가 아니며, 성범죄 피해를 겪은 사람으로써 피해자들이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쓰는 경험담일 뿐임을 다시한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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