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홍길동전』,
아이들이 말한 ‘진짜 정의’

– 고전 속에서 꺼낸, 지금 우리의 질문

by 글빛마루
홍길동전_고전02).png


“선생님, 그건 도둑 아닌가요?”


『홍길동전』 수업 시간,

홍길동이 도적이 되어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나눠주었다는 장면에서 한 아이가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제자들도 고민하는 듯했다.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던 순간이었다.


『홍길동전』은 고전이지만, 아이들에게 여전히 낯설고도 낯익은 이야기다.

억울하게 태어난 사람, 부당한 대우,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지금의 현실과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는 ‘정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두고 꽤 오래 이야기했다.


“나쁜 사람한테서 훔쳤다고 해도 훔친 건 훔친 거예요.”

“그 사람은 법을 어겼지만, 세상을 더 좋게 만들었잖아요.”
“진짜 정의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거예요.”


아이들의 말은 책을 넘어, 현실로 이어졌다.
정의는 누군가에게 ‘맞는 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걸 나는 그 수업을 통해 새삼 배웠다.


홍길동은 결국 율도국이라는 이상 세계를 만든다.
그곳은 모두가 평등하고, 신분의 차별이 없는 나라다.


어쩌면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해주는 것 아닐까.


나는 지금도 아이들과 고전을 읽으며, 매번 새로운 질문을 만나고 있다.
고전 속 인물이 던지는 오래된 질문은 지금 이 교실에서, 아이들의 말로 다시 태어난다.


그 순간, 고전은 비로소 살아 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질문은, 교실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계속된다.

홍길동이 찾았던 길은 수백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정의’와 ‘평등’을 묻는 그의 목소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고전은 완성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오래 묻어 두었던 질문을 꺼내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고전을 읽는 이 시간이,
언젠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작은 ‘율도국’을 세우는 시작이 되리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3편 —가짜 위로가 아닌, 참된 평안을 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