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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29. 2021

생일 축하해, 그레이스!

새로운 여정의 앞에 선 나를 축하해

2021년 6월 29일 오늘은 내가 만 서른 살이 된 생일이야.

우선 나 자신에게, 그동안 잘했다고,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 그동안 한 번도, 내가 나에게 축하를 해 준 적은 없는 것 같아.


이 공간을 빌려 갑작스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사실 과거 내 생일에 행복해본 적이 별로 없어. 오히려 생일은 수많은 축하와 선물과 함께 행복의 당위성이 드러나는 날이어서인지, 매번 조금 울적하고, 어쩔 줄 모르겠고, 사실 세상이 요구하는 것만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부담감에 생일날 하루는 조금 지리멸렬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빨리 끝나면 아쉽지만,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서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 다가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파티장에 혼자 와있는 느낌을 지우고 싶었던 것 같아.


그런데 있잖아, 오늘은 지리멸렬하지 않아. 아침에 잠도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 출근의 마지막 날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고 (그렇다. 나는 굳이 생일에 맞춰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짧은 시간 동거 동락했던 동료들의 깜찍한 서프라이즈 생일 축하를 받고 케이크를 잘라먹었고, 야무지게도 생일 특별 반차까지 써서 빨리 퇴근 같은 퇴사를 하고 집에 왔어.

동료들이 골라 선물해준 날 닮은 꽃: 해바라기와 빨간 장미라니 너무 행복해


항상 조금 울적하던 생일이 오늘 조금 다른 이유는 나의 내일이 설레기 때문일 거야.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 내일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거든. 내일은 같은 시간 울리는 알람 소리에 뭉그적거리며 일어나 옷을 대충 주워 입고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돼. 내 노동력을 회사에 제공하지 않는 대가로 나는 이제 조금 많이 물질적으로 가난해지겠지만, 나는 오랜 시간 숙원사업 같았던 꿈인, 시간 부자가 되었어. 이제 오늘 당장 해야 할 루틴이나, 빨리 끝마쳐야 할 프로젝트나, 머리에서 우러나온 열정으로 이야기하는 미팅은 당분간 없어.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했어. 오랫동안 염원하던 시간이 가능해져서 갑자기 허탈할까 봐 걱정도 많이 했지. 매일 늦잠 자고 넷플릭스만 보다가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 순간 잡 마켓에서 도태되면 어쩌나 갑자기 무서워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야. 하지만 두려움과 설렘은 농도만 다른 같은 감정이래. 그래서 이 농도를 옅은 설렘으로 잘 유지하기 위해 꽤 오래 계획도 세웠지. 하루하루 나를 채워 줄 책들도 구입하고,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도 만들고, 진짜 내가 잘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공부도 해보려고 해.


브런치에 지금보다 조금 더 자주 찾아오고, 내가 읽고 보고 느낀 것들을 조금 더 정제해서 함께 공유하고, 나를 좀 더 잘 돌봐줄 예정이야.


만 서른 살이 된 것을 축하해, 그레이스. 하루하루의 여백이 다채로운 색감으로 가득 찰 수 있길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위해 바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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