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건 뭐가 들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컴퓨터에 연결해서 보니, 2018년 내가 이런저런 주제로 썼던 글들이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 바로 AI에 대한 나의 감상이었다.
오픈 ai에서 GPT 모델을 첫 출시한 해가 2018년이라 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걸 알리가 없었을 테고,
기껏해야 나에게 AI란 2016년 이세돌을 상대로 4승 1패로 승리한 알파고 정도였다. 인간의 능력을 넘는 AI의 등장. 딱 그 정도의 지식이었다. 그때의 글을 읽어보니 그 당시의 생각과 지금을 비교해 보았을 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8년 내가 생각한 AI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2024년 현재 내가 생각하는 AI에 대해서도 써보았다.
<2018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격언으로,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인간’, 그렇다면 AI는 어떨까? 생각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존재마저 부정당해야 하는 걸까?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점이 바로 ‘모르는 것’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예컨대 ‘00한 정보를 알고 있니?’를 똑같이 인간과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정보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단번에 인지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정보를 찾을 때와 똑같이 해당 정보를 모르는지에 대한 검색을 한번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사회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슈화되는 가운데, ‘미래에 사라지는 직업’ 등 AI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연구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나는 AI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AI가 대체해야만 하는 직업으로 말이다. 인간이 하기에는 위험한 일에 한해 대체하는 등의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지, 단순히 ‘꼭 인간이 아닌 AI도 할 수 있는 일’에 기준해서 기술이 발달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시대의 인간들이 AI를 순기능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은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것을 활용한 다양한 범죄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 불편한 인간들의 세상에 살고 싶다. 10을 모두 가지지 못할 것이라면, 단 0.1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인간의 존엄성,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AI에 관한 다양한 영화들을 보면 결국은 유토피아의 반대말인 ‘디스토피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러한 콘텐츠들이 나에게 AI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무의식 속에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인간의 따뜻한 더 손길이 좋다.
<2024년>
우리 챗GPT는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2018년 과거의 나는 AI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AI가 발달한 세상이란 결국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AI는 인간의 경쟁자가 되어 일자리를 뺏고 인간의 자율성을 감시하고, 결국 매트릭스와 같이 인간이 도리어 노예가 되는 세상을 막연히 두려워했다.
GPT 모델이 탄생한 지 6년이 된 지금, 이제는 인간의 노예화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 AI의 활용 능력으로 오히려 인간 세상의 계급이 나뉠 것에 대한 우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AI는 사람의 비서를 넘어 동반자로서 세상의 정보를 처리하는 무궁무진한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닐 셔터먼의 장편소설 <수확자 시리즈>에는 선더헤드라는 AI가 존재한다. 선더헤드는 그 세계에서 절대선으로서, 그리고 인간의 수장으로서 어떤 문제든 지혜롭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인간을 관심 깊게 돌보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선더헤드의 결정에는 모든 인간이 따를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한다. 나는 수확자 시리즈를 읽은 후부터 미래의 AI가 소설 속 선더헤드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근 AI를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사들도 여럿 보았다. 실제로 AI를 산업 현장 곳곳에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AI로 인해 전기 수요가 급증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다는 딜레마도 있다. 전력망 구축이 가까운 미래 안에 해결되어야겠지만, 어쨌든 AI는 인간의 해결사로서 우리 미래에 존재할 것이다.
한번 걸음마를 내딛기 시작한 AI를 멈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감히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가 머지않아 올 것이다. AI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문제는 AI를 활용하는 우리 인간이다.
AI를 활용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나는 과거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자연도 인간이 필요한 것을 모두 제공했던 때가 있었다.(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하지만 자연은 어떻게 되었는가. 더 이상 자연과 우리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이익을 위하여, 욕망에 의하여 철저히 낭비되고 있다.
AI도 자연과 같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짓수도 점점 늘어난다. 자원을 활용해 발전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인간이 AI에게 요구하는 일이 무궁무진해진다. 이렇게 AI에 대해 생각할 때면 따라오는 질문들도 굉장히 많아진다. '지속가능한 것이 맞을까?', 'AI가 곧 권력이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선택받은 이들만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자연을 남용했던 인간의 과거를 반면교사 삼고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AI에 대한 우려가 아직 존재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현재 내 생각에 변화가 있다면, AI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AI가 사람을 대체할까두려웠던 반면, 지금은 'AI가 사람의 일을 좀 대신해주는 게 어때서?'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나의 바람은 사람들이 꿈만 꿔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가짜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줄 슈퍼 AI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린다. 그때가 되면 나는 AI가 못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꿈을 꿀 것이다. AI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예찬하고, 나의 남은 삶을 가득 채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