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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름 May 10. 2023

"소속감은 없지만, 인정받고 싶어요"

오늘의 철학 한잔 | 매슬로우 욕구단계이론


"황대리 잠깐 와볼래?"

'팀장의 호출이다. 분명 오늘 아침에 올린 기획안 때문이겠지.'


*


황대리는 홍보팀 소속 7년차 대리다. 그녀는 오늘 아침 임직원 봉사활동에 대한 기획안을 작성해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보고서를 받아 들고 고개를 까딱이며 차가운 어조로 "어 나중에 볼께."라 말했다.


'오늘 월요일이라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주말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황 대리는 그녀의 기분을 살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팀장의 깊은 한숨이 들린다. 옆옆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귀에 대고 한숨을 쉰 듯, 선명히도 들려왔다.


황대리는 이 회사에 2년 전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처음에는 규모가 더 큰 조직으로 옮기고, 연봉도 올렸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러나 다닌지 한 달만에 그 전 회사와 매우 다른 사람과 분위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전 회사는 비교적 자유로운 젊은 조직이었다. 보고서는 굳이 출력하지 않고 메신저에 첨부해 보고할 수 있었으며, 온라인을 통해 업무 프로젝트 관리부터 타부서 협업까지 할 수 있는 IT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반면, 이직한 현 회사는 대한민국 굴지의 제조 기업으로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 한 곳이었지만, 의사결정 사항이 생기면 무엇이든 일단 인쇄를 하여 결재판에 클립을 끼워 보고를 매번 해야했으며, 그녀가 보고할 때마다 팀장은 빨간펜으로 보고서의 단어와 기호, 표의 선, 행간 등 모든 사항을 체크하여 돌려보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는 그저 쇼핑처럼 의사결정 사항을 선택하기 일쑤였다.


그녀의 눈에는 동료들도 참 달랐다. 전 회사의 근속 년수는 몇년 되지 않았던 반면, 지금 회사는 평균 근속년수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녀는 이상하게 이 회사에 정이 가지 않았다. 사람도, 시스템도 그녀의 눈에는 모두 '구식'으로 보였다.



*



"네 팀장님, 부르셨어요?"

"응 보고서 말이야. '진행'이란 말을 쓰지 말고 '운영'으로 단어를 바꾸고... 그리고 이거 문장이 이상하지 않아? 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거든? 다시 좀 써줘."


'오늘도 한 번에 끝나질 않는구나.'

황대리는 본격적인 일을 진행하기도 전에 의지가 꺾여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분명히 전 회사에서는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어떤 것이 중요한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네. 나는 이 커리어에서 내 실력을 키우고 싶은데, 오늘도 빨간펜을 보며 단어만 고치고 있구나!'

황대리는 깊은 한숨을 들이 쉬다 이내 눈치를 보고 그냥 다시 마셔버렸다.

 

황대리는 일을 잘하고 싶다. 내 커리어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싶다. 하지만 왜 지금 하는 모든 일은 왜 의미 없이 느껴질까? 일이 문제일까. 아니면 지시하는 사람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일을 하는 사람의 문제일까.


황대리는 오늘도 회피하고 싶을 뿐이다.

  




Cheers! - 오늘의 철학 한잔

*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 <Maslow's hierarchy of needs theory>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이란, 인간의 욕구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이론이다.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 욕구는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아래와 같이 최하위의 1단계에서부터 최상위의 5단계까지 있다.



V 1단계 - 생리적 욕구

   :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말 그대로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 의식주에 대한 욕구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욕구라 할 수 있다.


V 2단계 - 안전의 욕구

  :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중요한 욕구다. 생명 유지를 위한 안전부터 건강에 대한 안전 등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 3년 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이러한 욕구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V 3단계 - 사회적 소속감 욕구

  :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가족부터 직장, 동호회, 모임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원만히 어울리며 느끼는 우정, 사랑과 같은 소속감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욕구다.



V 4단계 - 자기 존중의 욕구

 :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구다. 성과를 내면 그에 맞는 인정 또는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자존감, 자신감을 채우게 된다.



V 5단계 - 자아실현의 욕구

 : 가장 최상위에 위치한 욕구다.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 목표를 달성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단계다.







이 피라미드의 법칙은 하위 단계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황대리는 이직한 회사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없는 상태로 3단계가 채워지지 않은 채 4단계, 혹은 5단계로 가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속감' 자체가 모든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회사와 사람에 대한 소속감 없이 최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또한 최상의 성과를 낸다 한들 그녀는 보람을 얻을 수 있을까?


소속감과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는 팀과 회사의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회사의 시스템을 변화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황대리 그녀 스스로 회사의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사람들과 진심어린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 상황은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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