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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카머 Nov 30. 2022

꺽이지 않는 마음 - 변방의 아시아 축구(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축구는



:

서아시아의 1차전이 끝나고 호주, 일본, 한국의 경기가 있었다. 약속한것 마냥 앞조에 서아시아, 뒷조에 동아시아가 편성된것이 신기하다. D조의 호주, 죽음의 E조의 일본, H조 한국의 1차전을 리뷰해본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프랑스 호주 4 : 1

D조 1차전

Al janoub stadium

프랑스를 만난 호주는 전반 9분 이르게 선제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결국 프랑스의 속도와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넘지 못했다. 준비한것을 바탕으로 선제 득점에는 성공하였으나, 역시나 프랑스는 강팀답게 전열을 가다듬어 상대의 수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누구나 실수는 하기에 당황하지 않고 얼마나 자신들의 것을 보여주는 지가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음바페와 뎀벨레의 속도 앞에서 호주의 후방은 쉽게도 뚫렸고 균열이 간 빈틈을 그리즈만과 지루가 충실하게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경기를 점유했다. 경기장 그 어느 곳에서도 프랑스를 제어할 수 없자 다급해진 호주는 공격적으로 임하고자 라인을 올려보지만 그럴수록 뒤쪽 공간은 더 넓어졌고 포지션 조직력은 쉽게 무너져 버렸다. 하긴 누가 프랑스의 속도를 쉽게 제어할 수 있겠냐만은 예상대로 전 대회 챔피언의 묵직한 카운터 펀치에 반격하지 못하고 백기를 들고 만 꼴이 되었다. 호주는 1차전에서 상대 주요 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했음에도 전 챔피언의 위용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들러리 역할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었을 텐데, 호주만의 어떤 색깔을 펼쳐보이기도 전에 이미 경기장은 푸른색으로 도배되었다. 호주가 웬만하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사무라이블루, 단 2번의 휘두름으로 적을 베다“

독일 일본 1 : 2

H조 1차전

Kalifa international stadium

14년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루고자 하는 브라질에게 악몽을 선사한 전차군단 독일과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으려는 일본과의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가 일으킨 이변으로 일본도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았으나 국내 언론의 많은 비난을 받았던 하지메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은 우리의 롤 모델“ 이라면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을 피력했다. 나는 ‘롤 모델’이라는 말에 굉장한 의미를 뒀다. 대체 어떤 부분을 롤모델로 삼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누구나 떠들 수 있는 괜한 말이 아닐까? 그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그들은 결과로 보여주었고, 그 과정을 파헤쳐 보는 동안 나에게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경기가 시작되자 독일은 여유롭게 경기를 장악해갔다. 전반 점유율은 72:18에 독일의 패스성공률은 93%, 일본의 유효슈팅은 1개로 틀어막으며 독일 특유의 실리축구를 구사했다. 공간이 벌어진 틈을 타 왼쪽 윙백 라움은 마치 공격수 처럼 필드를 휘젖고 다녔고, 빠른 스피드의 무시알라를 일본이 제압하기도 역부족으로 보였다. 전반을 반코트 게임으로 접수했으나 마치 자기가 모두 해결해야만 한다는 듯 권도간의 과욕은 팀플레이를 망쳤고, 더 좋은 기회에 있는 선수들을 무시하고 공격 포인트만을 올리려고 한 선수들의 전반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눈에 많이 거슬리는 45분 이었다. 귄도간의 페널티킥으로 한골을 넣고 전반을 마쳤지만 누가 알았으랴 이 1:0이라는 스코어가 일본에게 타오르는 불을 지폈던것을.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일본은 지친 구보를 빼고 도미야스를 투입하여 4백에서 3백으로 수비를 전환 3-5-2로 전술을 변경하고, 수비를 단단히 강화하고 양쪽 윙백을 더욱 올려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후반 12분 나가토모를 빼고 미토마, 마에다를 빼고 타쿠마를 투입하며 활동량이 높아진 일본은 독일 수비라인에서 부터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하프타임 라커룸 대화에서는 “대등하게 싸워볼만하다. 한점 차이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말들이 오고갔을 것이다. 후반전부터는 일본 선수들의 몸과 정신에 마치 사무라이의 정신무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서포터들은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한 듯 함께 사무라이블루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경기를 보면 후반 15분을 기점으로 일본 특유의 패스웍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독일은 점점 밀리며 라인을 내리기 시작한다. 곤다 키퍼의 슈퍼세이브가 절정에 치달으면서 25분 마침내 흐름은 완전하게 전환된다. 전반 독일이 했던 플레이를 그대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쪽 사이드를 파고들기 시작해 공격의 기점을 마련하던 그 플레이를 이토 준야, 도안 리츠가 핵심이 되어 역으로 일본이 하기 시작한 것이다. 롤모델의 플레이를 그대로 앙갚음 해주는게 일본의 ‘신의 한 수’ 였고, 독일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도 그 수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패스플레이를 가장 잘하기로 정통이 나 있는 팀이며 뻥축구가 아닌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축구를 하는 팀이다. 5명의 선수를 교체하고도 톱니바퀴처럼 조화로운 플레이를 그들은 쭉 유지한 반면, 상대를 만만하게 보았던건지 독일은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안일하고 개인적인 플레이를 했고, 그럴수록 일본의 투지는 더욱 살아났다. 독일의 턴오버를 기회삼아 타쿠마에게 이어지는 몇 번의 찬스로 영점을 잡더니, 기어코 후반 30분 물 흐르듯 부드러운 연계로 독일 골에어리어로 진입, 동점골을 성공하기에 이른다. 후반전 일본 선수들을 보면 상대 수비 최하단 라인까지 대가리 박고 쫒아가 압박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맞서 싸우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는 생각의 출발이 플레이가 풀리기 시작하며 확신으로 바뀌었고, 가드를 올리고 있다가 잽 한 두 번으로 상대방과의 거리를 가늠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명징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도 이길 수 있다.‘ 는 자신감을.

전후반 통틀어 25번의 슛팅을 때리고도 필드골을 만들어내지 못한 독일에 비해 일본은 필사적으로 가져온 후반 20여분 동안의 분위기에서 2골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날고 긴다는 노이어조차 일본의 결정적 칼부림을 막진 못했고, 그렇게 경기는 끝났다. 아시아의 맹주인 우리가 18년 러시아 월드컵 3차전에서 카타르에선 일본이 또 한번 독일에게 ‘아시아포비아’를 선사했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승리의 호각이 울리자 월드컵 우승한듯 마냥 모든 선수가 승리를 자축했고, 경기장을 찾아온 일본 팬들과 함께 이 날의 승리를 사진으로 남겼다. 일본 언론은 대표팀의 승리에 ‘역사적 승리’, ‘도하의 환희’라는 타이틀로 다음날 신문 1면을 꽉 채웠다. 일본의 정신력, 선수단의 하나된 응집력, 감독의 믿음과 전술의 변화가 일본 월드컵 역사상 첫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아시아의 호랑이, 세계 무대를 호령하다“

우루과이 한국 0 : 0

H조 1차전

Education city stadium

대망의 한국 조별리그 1차전이 열렸다. 18년 감독으로 부임, 장장 4년의 시간을 공들여 준비한 벤투호의 모든 것들을 응집시켜 보여줄 차례가 되었다. 챔스에서 안와골절을 입어 100%의 컨디션이 아닌 상태의 손흥민과 대륙을 씹어먹고 나폴리의 철의장벽으로 등극한 김민재를 공수 키플레이어로 삼아 카타르로 날아왔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황의조,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온 황희찬, 국내리그에서 혹사당한 김진수 등 선수 각자 상태의 아쉬움도 있고, 경기가 코 앞인데 아직도 결정 짓지 못한 것 같은 우측 풀백 자원들을 3명이나 데리고 오는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다. 허나 이슈없는 팀이 어디 있으랴. 전력의 50%, 아니 70% 이상을 상회하는 유럽파가 빠졌다고는 하나 아이슬란드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보여준 내용은 실망에 가까웠다. 국내파 선수의 최종 점검이라는 명목하에 갑작스런 3백을 시험하면서 전술은 삐걱댔고 내용은 맥이 빠졌다. 이 시점에서 할 시험과 경기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컸다. 마지막 평가전에 이어 화성에서 진행한 월드컵 출정식은 썰렁하고 밋밋한 분위기로 종료되었다. 만원관중 팬들의 큰 힘을 얻고 가도 모자를 판에 이런 결정을 한 축구협회 수뇌부의 머리속이 궁금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팬들이 비슷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1차전 상대는 우루과이. 우루과이라면 10년 남아공에서 우리의 희망을 쳐참히 부순 수아레즈의 감아차기 결승골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 뒤로 우루과이는 국제 무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다 발베르데, 벤탄쿠르, 아라우호, 누녜스 등 빅리그에서 이름값을 하는 신성들이 등장, 적절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제는 노장 축에 끼는 고딘, 수아레즈, 카바니의 노련함에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더한 새로운 황금세대의 등장이라는 평가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현 시점 폼 1위라고 생각한 발베르데가 가장 키 플레이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상대는 강하지만 부딪혀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축구이고, 이전 사우디 일본이 보여준 집념있는 플레이를 기대했다. 우리라고 못할 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선발명단이 발표되었다. 벤투 감독은 빠르게 회복한 손흥민의 출전을 결정했다. 월클 공격수이자 캡틴으로 벌써 브라질, 러시아, 카타르까지 3번째 월드컵을 경험한 그의 출전 자체가 대표팀에게는 큰 힘이 되었으리라. 눈물 흘리던 막내에서 이젠 어엿한 중고참 선수가 되어 마스크를 끼면서도 경기에 임하는 그의 존재는 피치위의 선수들에게 누구보다 든든했으리라. 박지성, 기성용 등 그라운드 위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였던 선배들이 떠난 자리를 이어받은 그의 애국심과 대표팀에 대한 헌신은 절대로 깔 수 없는 성역이다. A매치 기간 마다 한국을 오가는 피곤한 일정에서도 그는 대한민국 축구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은 물론 그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전술이며, 전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대표팀을 이끌며 어느 정도 결과를 보여주어야 된다는 마음은 완연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 더 큰 부담으로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 국대는 메날두의 시대가 아닌 쏘니의 시대를 거쳐가고 있음을 감사할 때가 올 것이다.

한국은 익숙한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센터백은 김민재, 김영권이 좌우 풀백은 김진수와 김문환이 맡았고, 우루과이의 무시무시한 중원을 상대하기 위해 투 볼란치로 큰 정우영과 황인범이 자리했다. 왼쪽은 손흥민, 가운데 이재성, 황희찬을 대체해 나상호가 투입되었다. 원톱은 벤투의 믿을맨 황의조가 맡았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초반부터 라인을 올려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초반에 밀리면서 주도권을 내어줄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반대양상으로 우루과이가 라인을 내리면서 신중하게 플레이를 했다. 우리의 전투적인 모습에 우루과이는 적잖이 당황한 듯 했고 선수들은 몸은 무거워 보였다. 나상호를 선봉으로 사이드를 파내자 상대 수비 진형이 어느정도 무너졌고 중원의 공간이 넓어지기 시작했고, 상대가 걷어내는 세컨볼을 잘 간수하며 우리의 흐름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다만 날카롭지 좌우 크로스는 아쉬웠다. 내려서 진을 치고 장신의 수비가 많은 상대에게 우리가 올리는 밋밋하고 높은 크로스는 막기가 편했을 것이다.

축구는 흐름의 싸움. 전반 15분 우리 진영에서 정우영의 패스미스로 공이 끊겨 바로 역습으로 이어졌고, 경기 초반을 점유하고도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자 우루과이도 점점 몸이 풀리면서 흐름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김진수의 뒤쪽, 풀백 뒷 공간으로 롱볼을 때려놓고 제공권을 통해 공을 따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아갔다. 발베르데에게 슈팅을 허용하고 나서는 우리도 반격을 시작한다. 32분 김민재가 사이드로 뿌려준 라이너 패스는 그가 왜 여러 빅클럽의 타겟이 되는지 알기에 충분했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의 시발점의 역할도 위협적인, 빠른 주력의 대인마크와 그냥 걷어내는 법이 없는 빌드업 수비는 앞으로 우리 국대 수비의 10년을 맡아줄 선수임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전반33분, 전후반을 통틀어 가장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중원에서 황인범이 우측 공간의 김문환에게 전달해준 공을 나상호와 김문환이 2:1패스로 사이드를 뚫었고 정우영에게 건네준 볼을 다시 김문환에게 전달하면서 우측에서 찬스가 났다. 낮고 빠른 크로스를 황의조가 발만 갖다 대었지만 공은 골대위로 떠버렸다. 골 결정력 한방이 있는 황의조의 폼이 안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고, 결정력도 아쉬웠다. 다만 이 10번 이내의 짧은 패스로 만들어낸 찬스를 통해서 우루과이 수비진의 기동력과 예측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을 선수들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상대를 공략해야 하고,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 계속 뛰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파훼법을 찾아나갔을 것이다. 사이드와 중앙 모든 공간과 상대 선수들 사이로 계속 공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찰나의 순간 공간을 공략하고 상대 선수들의 약점과 컨디션을 빠르게 체크해야 함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서로가 잘 하는 것을 해야만 하고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군멍군의 기싸움이 이어졌고 경기는 그만큼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우루과이 역시 코너킥에서 고딘의 헤딩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제공권의 강점을 살리며 나름의 해법을 찾아나갔다.​


전반전은 점유율 53 : 36 수치로 상대보다 많은 볼을 소유하며 잘 싸워주었다. 각 방송사 해설위원들이 원정 월드컵에서 한 경기 중에서 가장 잘했다고 평가 할만큼 벤투호는 몇 가지 수비 실수 외에는 흠 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그간의 걱정을 보란듯 불식시켰다. 투지를 가지고 계속 뛰어다니면서 상대 탄탄한 미드필드 라인을 봉쇄하곤 안정감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는 것에 놀랐고, 질것 같지 않은 경기력으로 후반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유효 슈팅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고, 단순한 패스 플레이에서 변화가 조금 필요해 보이기도 했다. 막상 부딪혀보니 이기지 못할 상대가 아니였다는 것을 선수들이 가장 먼저 느꼈을 것이고, 하프타임 라커룸에선 선수들끼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고양 되었을 것이다.

후반이 되자 우루과이는 발베르데의 포지션을 더 위로 올림으로써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그에 맞서 한국은 전반부터 짜놓은 두 줄의 수비 그물망을 촘촘히 유지하면서 중원 공간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대응했다. 양팀 감독의 한 수 한 수가 아주 치열하게 필드 위에서 팽팽하게 펼쳐졌고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갔다. 후반 20분이 다가오자 선수들의 집중력은 떨어지고 체력의 부담이 오는지 결집력은 헐거워졌다. 그 틈을 우루과이가 조금씩 헤집고 들어오더니 흐름을 가져가 주도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그 흐름을 다시 가져온 것은 선수교체. 벤투 감독은 황의조와 조규성, 나상호와 이강인, 이재성과 손준호가 교체하며 분위기를 가져오고자 했고, 4-1-4-1 전형으로 바꾸며 공격을 강화하고자 하는 교체였다. 대표팀 소집때마다 경기 한번을 뛰지 못한 이강인의 교체는 다소 의외였다. 느린 우루과이를 깨는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것을 벤투 감독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빠른 기동력과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전매특허로 라리가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쳤던 그가 들어오자 흐름은 쉽게 넘어왔다. 시야체크에 이은 간결한 패스로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선수 한 명이 경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바로 입증했고 빼앗겼던 주도권을 다시 가져왔다.

후반 44분 발베르데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한국은 마지막 위기를 넘겼다. 몇 스텝 밟지 않고 때린 슛이 빨랫줄 같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그가 왜 레알 마드리드의 미래로 불리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올 시즌 골 에어리에 밖에서 무수한 대포를 꽂았던 그는 경기 후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도 상대 골키퍼의 패스 실수를 이어받아 때린 손흥민의 슛이 골대를 벗어나며 마지막 기회를 날리게 된다. 엎치락 뒷치락 치고 받으며 잔여 시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지만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골만 나지 않았을 뿐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손 꼽을 수 있는 명승부로 생각한다. 90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으니까.

무엇보다 호각지세로 맞서 싸워준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하고자 하는 의지, 누구보다 잘 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그 마음들이 플레이 하나하나 절절하게 흘러나왔다. 상대를 두려워해 내려서서 맞서는 게 아니라 몸 부딪히며 처절하게 대등하게 싸운 선수들의 플레이에 감명 받았음은 물론이다. 스코어는 0 : 0 이지만 사실상 우리가 이긴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경기를 본 전세계 사람들이 확인했을 것이다. 월드컵 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매번 조 최약체로 평가받고, 다른 팀에게 승점 3점을 쉽게 줄 수 있는 상대로 평가받지만 우리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각인시켜 주었다. 그들의 플레이가 내 가슴을 뜨겁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땀을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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