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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May 18. 2023

장미

에피소드

 아파트 화단에 장미가 만개하려고 한다. 한 송이 꺾어 집에 꽂아두고 싶어졌다. 봉우리가 막 피기 직전인 것을 골라 꺾으려고 손을 뻗치는 순간 멈추고 말았다.


1. 경비원이 와서

2. 아이들이 보고 있어서

3. 꽃이 불쌍해서


삐- 모두 아니다.



진딧물!

엄청난 수의 진딧물들이 더덕도 아니면서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진딧물이 붙어있지 않은 꽃이 없다. 심지어 정체불명의 애벌레까지 꿈틀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개미도 있고 초파리 같은 것도 기생하고 있었다. 이런 걸 집에 데려올 수는 없었다.

장미를 포기했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졌다.

아, 장미는 아름다움을 얻는 대가로 이런 벌레들이 꼬이는 고통을 받는 것인가.

아니 아 다시 생각했다.

진딧물들은 장미를 괴롭히기 위해 꿀 빨고 있는 것일까, 나 같은 인간으로부터 장미를 지키기 위해 가시처럼 붙어있는 것일까.

전자인지 후자인지 장미의 입장이 궁금하다.

내가 장미라면...





나는...

장미를 얻지 못해 아쉬울까, 진딧물을 데려오지 않게 되어서 다행일까.


당연히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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