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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애미 Jun 15. 2024

불안을 넘어


새벽 4시 44분, 평소와는 다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이른 출근준비를 마치고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았다.

창가에 스며든 아침 햇살이 가만히 나와 노트북 자판을 비추고 있었다.

열어놓은 거실 창문너머로 들리는 새소리가 요란하다.

새들이 마치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 게으름뱅이가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그렇네!'

이렇게 홀로 있으니 마치 여행을 온 듯 들뜬 기분이 들었다.

어제부터 개고 있던 캐논변주곡을 틀었다. - 꽂히면 한 곡만 듣는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저 행복하다.

지금의 이 행복이 나에게 물었다.

'왜 너는 그때 행복하지 못했니?'


그때의 나는 불행했다.

행복은 필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며

결국 더 큰 불행이 찾아와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라 믿으며 숨죽여 떨고 있었다.

일상에서도,

혹시 우연히 작은 행운이 찾아와도 느낄 수 없었다.

이런 상태를 불안이라고 해야 할까?

그때의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까?


지금으로부터 2년 전쯤에 핸드폰메모에 적은 글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불안해하는 나.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아해야 함에 불구하고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 날이 없다며

이건 잘못된 거라며 부들부들 떨었다.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해 주지 않았던 탓일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생길 거라는 신념이 내 안에 있었다...(중략)


아래의 글은 3년 전에 쓴 글이다.


나의 인생은 통틀어서 스스로에게 정의 내린 결론은

내가 뭔가 제대로 '고장 나 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모든 사고체계 중 가장 중요한 부품하나가 빠져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중대한 문제가 생긴 상태라고

그래서 나는 고칠 수도 없고 일말의 개선도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몇 번의 아픔과 상처로 나의 마음은 이런 믿음에 갇혀 있었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낮은 자존감, 정확히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내 인생 최악의 때에도 이런 나를 치유할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도 좋은 책도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의 때가 있다.

그때를 맞나 처음으로  내가 느끼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변화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도 변화의 시작이다.


그때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어왔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서 만들어낸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건 겨우 년 전이다. 

空 한 마음에서 어떤 한 생각이 일어나 나의 감정을 만들어내며 결국은 나의 삶을 만들어낸다.

감정은 내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감정은 호르몬의 영향일 수도 몸의 컨디션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내 탓이 아니었다.

'무아'의 의미를 알고 자유로워졌다.

김주환 교수님의 저서 '내면소통'을 읽고 그분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인간의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지난날의 행동들이 이해되었다.

되풀이하던 후회와 자책그만두었다. 

지금은 단순한 삶을 추구하며 일상에 대해 감사하며 살고 있다.

몸에게 충분한 수면 주고, 좋은 식재료를 먹고, 햇빛을 쐬여주려고 한다.

(물론 운동도 하면 좋지만  태생적 기질이 운동을 너무 싫어한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고장 났던 나는 치유되었다. 단단해졌다.

예전의 나에게 미래는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지금의 나에게 미래는  나를 미소 짓게 한다.

혹시 다시 불안에 떨게 된다면 내가 쓴 한 조각 글을 찾아 읽는다.


넌 이미 그곳에 가있어!


이미 그렇게 꿈꾸는 곳에 가있는데

뭘 그렇게 싸우면서

전전긍긍하면서 사냐?

그저 꽃구경 나온 듯 웃으며 살면 되지!


이제는 조금 편안해진 지금 내가

울고 있을 과거의  나에게 말을 건다.

'괜찮아 너는 행복하게 될 거야!'

문득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으며

걸어간다. 마음이 순간 따뜻해진다.


'그래 살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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