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애미 Jun 30. 2024

다시...

나는 뭔가를 해보려고 이런 시런 시도를 해왔었다. 그 일에 시간과 모든 에너지를 쏟다가 스스로가 산화되어 그만두기 일쑤였다. 늘 꾸준함 없이 중도에 그만둬버리는 어떤 '실패의 공식'이 내 안에 자리 잡혔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늘 씁쓸한 뒷맛만 느끼게 했던 나의 시도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열등감에서 출발했던 했던 것 같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위대한 사람이 되어 지긋지긋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굴러 떨어지고 또 굴러 떨어지고 동안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지쳐버린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동안 '안의 어떤 의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법을 배우게 하였고 내가 멸시했던 '그저 그럼'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그 평범함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지친 마음이 치유될수록 무언가가 차올랐다.


이 마음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


그렇게 나는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왜 나는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 Why?

그동안의 실패의 공식대로 라면 진절머리를 떨며 그 방향으로 오줌도 누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런 의문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기쁨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머릿속에 '다시'라는 단어 맴돌기 시작했다.

'그만 둠'과 '다시'의 사이에서 나는 변화되었다.

내 안의 원래 있었던 것들이 힘을 얻게 되었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배웠다.

드디어 인생의 흩어진 구슬을 하나로 꿰는 실과 바늘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리고 오래가려면 나만의 속도로 가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깃털 같은 수많은 날들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했다.

사랑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라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꿈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환희에 차있을 때




그리운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나처럼 어떤 일에 집중하다 금세 시들했던 우리 아빠였다.

그때마다 엄마는 잔소리를 했었다.

"당신은 끈질기게 하는 게 없어!"

엄마는 아빠를 닮은 나에게는

"아빠를 쏙 빼닮았구먼 쓸데없는 짓만 하는 고만!"

아빠는 왜 그랬을까?

마흔이 넘어 그때의 아빠의 심정을 추즉해볼 수 있었다.

아빠는 행복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꿈을 찾으려 하셨던 것은 아닐까?

아빠의 삶은 '다시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끝났다.

만약 아빠가 '다시'를 아셨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아빠! 나는 '다시'를 배웠어! 아빠가 나에게 꿈을 좇는 법을 알려준 것처럼

나의 아이들에게는 현실에 지쳐 꿈을 놓아 버렸을 때 다시 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게 될 것이고 금방 아빠의 나이를 따라잡게 될 것이다.

아빠의 나이를 스쳐 지나갈 때 난 어떤 마음을 아빠에게 전하게 될까?









작가의 이전글 수레국화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