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이었다.
그 긴 시간들을 원망과 후회 채우기에는 아쉽고 씁쓸했다.
서로에게 상처만 주었던 우리는 이제야 서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이란 사람은 내 안에 또 다른 나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다지 화목하지 못했던 서로의 원가족에서 떨어져 나와 얼떨결에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내가 그때 제정신이었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겠지!"
얼마 전 우리 부부의 대화에서 했던 말이다.
우린 각자의 아픔을 지닌 채 결합했다. 참으로 어설프고 엉망인 채로 살았다.
하지만 그 회복의 첫걸음을 시작하려 한다.
- 어릴 때의 상처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남편과 대화를 통해 알아내고 싶었다.
물론 내 그림처럼 잘 그려지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나 때문에 생긴다는 그 '무시'라는 감정이 왜 생기는지 대해 물었다.
남편은 어떤 조건이 발생하면 무시받는다는 감정이 생겨 화가 난다고 했다.
계속 나에게 불만이 쌓이다 화가 폭발한다는 것이었다.
"혹시 말이야,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무시받아서 그런 거야?'
"아니 그건 전혀 상관없어. 나는 계속 당신 뜻을 따라주잖아."
"맞지! 맞지! 당신은 내 말도 잘 들어주고 내 부탁도 잘 들어주잖아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낼 땐 이해가 안 가."
잠시 시간을 두다 남편이 말했다.
"내 생각에는 내가 정말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당신이 반대했을 때 무시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갑자기 화를 내지 말고 나한테 설명해 줄 수도 있잖아 나는 당신이 화내는 것이 싫어 이젠 설명을 해줘!"
"알겠어"
그리도 두 번째 힘든 점을 말했다.
"그리고 여보가 동굴에 들어가는 게 나 너무 힘들어! 그놈의 동굴 확 쑤셔버릴 수 도 없고! 앞으로는 동굴에 들어가면 동굴 앞에 작은 팻말이라도 써서 알려줘 알았지!"
"응 알겠어"
"그리고 우리 서로 감정소비 하지 말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조심할게. 혹시 싸우더라도 차분하게 대화로 풀어보자 당신이 화만 안 낸다면 나도 화낼 일은 없을 테니까!
화내지 말고 살아보자!
1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싸움만 했다면 앞으로만 사랑만 하며 살아보자!"
나는 안다. 둘 다 회피형 인간이라는 것을
나의 경우는 나의 부모가 삶이 팍팍하고 미숙했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였다. 그래서 부모님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남편의 경우 선을 넘어버린 그의 아버지로 인해 아버지를 사랑할 수 없는 그 아픔이 더 크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상처의 그늘에서 벗어나 빛으로 나아가고 싶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좋은 것을 주고 싶다.
회피형 부부이지만 그래도 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