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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애미 Aug 19. 2024

고양이 식당 이야기

- 하다 못해 ○○○까지 훔치는 딸년

문득 엄마가 어릴 때 해주었던 빵이 생각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우리 어릴 때 해줬던 그 빵 기억나?"

"기억 안 나지! 그때가 언제인데!?"

"사십 년 전! 여하튼 내일까지 기억해 놔!"


아침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레시피 기억났어?"

"그게 사과도 넣고 당근도 넣고 베이킹파우더도 넣고 소다도 넣고 그때는 빵 굽는 틀이 있었어. 영양빵이라고 불렀어."

"엄마 목소리 영상에 올린다!"

"하지 마!"

엄마의 전화 너머 외침에도 전화를 후딱 끊어 버리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나는 하다못해 엄마의 목소리도 훔치는 도둑이다.

엄마의 목소리를 넣어 유튜브 떡상을 노리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하는 엉뚱한 딸이 나이다.

한편으로는 엄마의 목소리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는 작업이 될 것이다.

나에게는 엄마는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이다. 엄마의 처녀 적 사진을 보고 있으면 흘러나오는 밝고 따스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엄마는 브로꼴리 헤어스타일에 통통한 몸매, 나는 그런 엄마의 뒷모습만 봐도 귀여워 웃음이 나온다. 방에 누운 엄마의 가는 팔다리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작고 연약한 여자가 딸을 넷이나 낳았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치매에게 걸리신 외할머니를 돌보랴 농사짓느라 정신없이 바쁜 엄마지만 항상 씩씩한 우리 엄마!

젊은 새댁이던 엄마가 아궁이 때던 시골에서 베이킹을 해주셨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엄마의 영양빵레시피는 지금 내가 만드는 것과 다르다. 그러나 엄마가 나에게 전해주었던과 마음과 같은 마음을 나의 딸들에게 음식을 통해 전하고 있다.


계란, 아몬드가루, 오트밀, 코코넛가루,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 소금, 에리스리톨, 코코넛오일, 코코넛밀크를 넣고 반죽을 만들고 사과와 당근을 가늘게 채 썰어 반죽과 잘 섞는다. 머핀틀에 기름을 바르고 반죽을 넣고 예열한 오븐에서 170도에서 30분 간 구우면 정말 맛있는 영양빵완성된다. 그때의 엄마의 빵은 어떤 맛이었을까? 나는 그 빵은 먹으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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