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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프로 Mar 14. 2024

술과 똥과 노상방뇨  : 비극적 생리현상의 최후

사건 현장 이야기 : 만취자의 흑역사

  

술과 똥의 향연 : 노상방뇨



  필자의 사건 수첩에 ‘악의 경범죄 기록되어 있는 노상방뇨 사건 1개를 소개한다! 부디 당신은 이 사건의 주인공처럼 술을 마시지 않길 바라며~~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2시. '지지직~' 무전기 소리가 조용한 밤공기의 흐름을 일순간에 가른다. 이어 A 지구대에서 필자의 지구대로 여성 경찰관 지원을 요청하는 무전 내용이 들린다.


  보통 지구대에서 여성 경찰관이 필요할 땐 경찰서 112 상황실에 무전하여 '여청수사팀 소속 여성 경찰' 지원을 요청하지 다른 지구대로 요청하진 않는다.  A 지구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여수사팀이 관여할 사건(가정폭력, 아동학대, 스토킹) 아니었던 거다.

  무전을 들은 필자의 동료들이 A 지구대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다. 1시간 후, 지원을 나간 동료들썩은 동태눈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주차장에 순찰차를 주차  차량 창문을 몽땅 열고 뒷좌석에 소독약을 들이붓듯 뿌려댔다. 필자는 너무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동료들표정이 주머니 속 껌 봉지처럼 구겨져 있을까? 동료들의 입에서 나온 사건의 전말은 웃기면서도 참혹했다.




  새벽 1시경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빌딩에 진입했다. 그는 여러 층을 이동하며 빌딩을 누볐고, 어느 순간 뜨거운 사막에서 짐을 잔뜩 짊어지고 나아가다 쓰러지는 낙타처럼 복도 구석에 주저앉아 자신의 DNA가 '듬뿍' 함유된 거대하고 짙은 갈색의 덩어리 1개를 엉덩이에서 바닥으로 떨구었다.


  건물을 순찰하던 빌딩 경비원이 우연히  현장을 목격했고 즉시 112에 신고했다. 경비원은 똥을 치워야 한다는 현실이 불러일으킨 분노 때문에 신고했을까? 그 이유가 전체 비중의 35%를 차지했던 것은 사실이나, 경비원이 112 버튼을 누르게 된 핵심 이유는 대변의 주인공이 바지와 하의 속옷을 입지 않은 여성이었때문이다.


  신고를 접수한 A 지구대 경찰관들이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하였으나, 이미 그녀는 뱃속의 짐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고 홀연히 비상계단으로 사라진 상태! 설상가상으로 A 지구대의 하나뿐인 여성 경찰관은 다른 현장에 출동해 있었다.


  일단 여성을 찾아야 하니 A 지구대 경찰이 빌딩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말이야 쉽지! 몇 명의 경찰관이 십 수개 층을 샅샅이 훑는다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1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빌딩 비상계단에서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양말과 신발을 제외하곤 하의에 실오라기 하나 얹혀 있지 않았고, 엉덩이 부근엔 1급 폐기물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술에 만취하여 '수능이 5일 남은 고3'처럼 엄청난 폭력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필자의 동료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 대변이 묻은 엉덩이를 공개한 상태로 빌딩을 빠져나가려는 여성과 이를 제지하는 A 지구대 경찰이 만들어내는 지옥도. 그녀는 경찰이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하면 "XXXX" 욕설과 함께 손발을 휘저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A 지구대 경찰은 신분을 밝히지 않는 여성을 경범죄 처벌법 위반죄(노상방뇨)로 현행범인 체포했다.

  ※ 노상방뇨와 같은 경범죄라도 '피혐의자의 주거지를 알 수 없는 때에는' 현행범인으로 체포가 가능하다!


  지구대에는 피혐의자의 수갑 착용 부위를 가려주는 담요가 있다. 드디어 담요의 히든 기능이 발현될 때다. 필자의 동료인 여성 경찰관이 잽싸게 여성의 하반신 전체를 담요로 감쌌다(담요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여성을 순찰차에 태웠다. 어느 순찰차에? 필자의 지구대 순찰차에... 동료들은 사건을 담당하는 A 지구대로 여성을 내려준 뒤 지구대로 복귀하였고, 이후에 앞에서 설명한 심야의 순찰차 청소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위 이야기를 들으면서 크게 웃었지만 지원을 나간 동료들은 인생의 쓴맛을 느꼈으리라(아니 똥 맛을). 동료들이야 여성을 A 지구대에 내려주는 것으로 사건에서 손을 뗐지만 A 지구대 경찰관들은1~2시간은 더 그녀와 마주하며 사건을 처리해야 했다.


똥은 모래가 있는 화장실에서 ~~


  이후 들은 이야기인데 위 사건의 주인공은 누가 들어도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여성은 술에서 깨어났을 때 쥐구멍 아니 짚신벌레의 숨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거다. 경찰을 하다 보면 술이 원인인 사건을 정말 너무나도 엄청나게 많이 보고 듣지만 이 사건은 정말 특이한 사례여서 소개했다!


  그리고 노상방뇨 벌금(범칙금)은 5만 원이다. 노상방뇨로 적발되면 5만 원의 범칙금 + 어마어마한 쪽팔림을 함께 처분받으니 되도록 대소변은 공인된 장소(보통 '화장실'이라고 표기한다)에서 해결하자! 그리고 우리 모두 술은 적당히 마시자 ~ ~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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