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만난 고소인들은 대체로 소송에서 이기는 변호사를 좋은 변호사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필자는 의뢰인이 주장하는 내용을 솔직하게 판단해 주는 변호사가 정말 좋은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선임 계약과 상관없이' 의뢰인이 주장하는 내용을 법리(법률 원리)에 따라 판단하고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검은색을 보면 까맣다고 말하는 것처럼, 변호사는 의뢰인이 처한 상황이 형사 범죄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지 사실대로 말해줘야 한다.
당신은 필자가 너무 당연한 말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계산기에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형사사건 변호인 선임료는 평균 500만 원 수준이다(대형로펌은 1천만 원을 훌쩍 넘긴다). 변호인 선임료는 의뢰인이 변호인 선임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변호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법적으로 변호사는 의뢰인이 승소하든 말든 변호인 선임 계약서에 도장을 받아내고 형식적 의무사항만 이행하면 의뢰인에게 500만 원을 받게 된다.
형식적 의무사항만 이행하면 선임료를 받는다고?
그렇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변호사는 자신의 의견을 의뢰인에게 충실하게(?) 설명했고 의뢰인은 그 의견을 들은 뒤 계약서에 스스로 도장 찍었다. 의뢰인이 주장하는 피해 사실을 고소장으로 옮겨 적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의뢰인이 조사 참여를 요청하면 출장비를 받고 경찰서 조사실에 함께 앉아 있었다. 의뢰인이 서면 의견서를 내달라고 요청하면 별도 작성 비용을 받고 제출했다. 거기에 어떤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로 인해 수입이 낮은 생계형 변호사들은 일단 사건 수임에 목맨다. 승소는 다음 문제다. 왜냐고? 승소는 선임료 지급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송이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패소한다고 받은 선임료를 반납할 의무 따윈 없다. 이에 많은 법무법인과 변호사 사무실이 여러 지면에 승소를 자신하며 광고를 내는 거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사건도 자신들에게 오면 이길 듯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승소보다 사건 수임이 현실적으로 우선한다. 법조계의 현실은 당신 생각만큼 밝지 않다.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옹~
[좋은 변호사와 손잡는 방법]
그렇다면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 변호사를 만날 수 있을까? 정답은 연구와 발품이다. 아래에 수사관 출신의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법을 제시한다. 꼭 참고하자.
1. 주식을 공부하듯 자기 사건을 연구하라.
의뢰인은 자기 사건을 잘 알아야 한다. 필자가 이렇게 조언하면 상대방은 '법을 몰라서 변호사를 찾아가는 건데 사건에 대해 공부하라고? 그러면 변호사를 왜 찾아가, 내가 하고 말지'라고 답하곤 한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는데 절대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예를 들어 길동이가 필자에게 A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다. 그럼 필자는 무조건 A 회사에 대해 공부한다. A 회사가 트렌드만 쫓는 정체불명의 회사인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탄탄한 회사인지 알아야 주식매수를 결정하지 않겠나. 그리고 필자가 A 회사를 공부하면 길동이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 길동이는 필자를 속여 이익을 챙기려는 작전세력의 일원일 수도 있기에 그 진의를 파악하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우리말에 '그렇게 좋으면 자기나 하지'라는 말이 있지 않나). A 회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여러 문제를 걸러낼 수 있다. 필자의 공부가 나쁜 문제를 걸러내는 체망의 역할을 한다.
위 교훈을 컨트롤 C, 컨트롤 V 하자. 당신이 사기를 당한 것 같아 변호사의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 그럼 먼저 당신의 상황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공부한다. 이후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사실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다. 변호사는 당신에게 나름의 의견을 제시할 거다. 자기 사건과 사기죄를 공부한 당신은 변호사가 사실에 부합하는 좋은 의견을 제시하는지, 사건 수임을 위해서 푸(phoo)의 손에 잔뜩 묻은 꿀같이 달콤한 말만 당신 귀에 해대는지 간파할 수 있다. 주식을 공부하듯 자기 사건을 공부해야 얼치기에게 당하지 않는다.
2. 여러 변호사와 상담하라.
필자는 물건을 살 때 인터넷에서 여러 상품을 꼼꼼히 비교한 뒤 구매한다. 홈페이지나 판매 사이트에 물건의 객관적 정보가 잘 나와 있으니 손품만 어느 정도 팔면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 당신도 아마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송 대리 문제는 여러 곳을 꼼꼼히 비교하지 않는다. 10~20만 원도 아니고 몇백만 원이라는 큰돈이 들어가는 일인데도 한 번에 '탁'하고 결정하는 것에 놀란다. 그러면 안 된다.
경찰 수사관은 형사사건 전문가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이십 년 이상 형사사건만 전담한 사람이 전문가가 아니면 어느 누가 전문가겠나. 그런 경찰 수사관들도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서로 다르다. 같은 사실 관계인데도 홍길동 수사관은 유죄, 임꺽정 수사관은 무죄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개별 수사관의 역량, 사건 해결 경험, 소속 팀의 관행이 모두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변호사는 모두 한마음 한뜻일까? 그렇지 않다. 100명의 변호사를 강당에 모아 놓고 사기 사건 1개를 던져주면 엄청난 갑론을박이 벌어질 거다. 법리 다툼은 쉽게 말해 말싸움이다. 소위 문과에서 '이빨이 세다'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대한변호사협회다. 사실 관계가 명백한 사안은 한쪽으로 의견이 모이지만, 조금이라도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엄청난 논쟁이 벌어진다.
당신 사건이 바로 그런 애매한 사건일 수 있다. 그렇기에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자기 사건을 공부한 다음 변호사 사무실을 서너 군데 방문하여 상담받길 권한다. 올바른 결정에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얼토당토않은 사무장이란 인간이 상담을 진행하면 당장 그 사무실에서 나와라. 사무장은 법조인이 아니다. 그 변호사 사무실은 거들떠볼 가치도 없는 곳이다.
3. 변호사를 귀찮게 해라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면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하고 필요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변호사가 몇백만 원을 수임료로 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임료를 받은 변호인은 의뢰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고소인에게 10원도 안 받는 경찰 수사관도 고소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데,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의뢰인의 말에 귀를 안 기울인다고?
그런 경우 지방변호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을 접수하면 된다. 물론 허무맹랑한 진정은 당신의 사건을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기억해라. 하지만 돈만 받아먹고 그다음 일은 대충 처리하는 약아빠진 변호사도 간혹 있으니기억은 해두자.
[요약]
'좋은 변호사'는 현명한 의뢰인과 신의성실한 변호사가 만날 때 발생하는 화학적 결합이다.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건이 어떤 법률의 어느 죄에 해당하는지 알고, 그 죄의 기본 법리를 이해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나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수험서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사건 수임에 적합한 변호사를 고르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서 여러 변호사를 만나보길 권한다. 변호사를 선택해 사건을 맡겼다면 진행과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하자. 물론 변호사는 A를 B로 만드는 연금술사가 아니다. 그래도 의뢰인이 강조하고 싶은 사실을 경찰 수사관과 검사가 잘 받아들일 수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모쪼록 당신이 변호사를 만날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그럴 일이 생기면 필자의 조언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