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반드시 해야 할 한국인의 권리 찾기
찬호형 말은 들어야지
‘투머치 토커’ 박찬호 형님이 열변을 토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거로서 구단에서 각종 지원을 받고 지낼 때는 잘 모르다가, 집도 사고 딸 셋 낳고 생활인이 되어보니 한국인으로서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겁니다. 찬호 형님이 우리에게 애원하는 것은 미국 센서스, 인구 조사 참여입니다.
뒷얘기를 들어보니, 찬호 형님은 모델료를 얼마 받지 않았답니다. 센서스에 참여하는 한국인이 많을수록 개개인과 지역 사회에 돌아오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한인 사회의 권익 찾기와 잠시 다녀 갈 한국인들의 편의성 증진을 위해서 선뜻 나선 겁니다.
잠시 다녀갈 관광객에게까지도 혜택이?
예를 들면, 유학생 또는 관광객이 놀러 다니다가 사고가 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할 일이 생겼다 칩시다. 그럼 경찰서와 법원 등 관공서 또는 병원에 갈 일이 불가피한데, 그 지역 한인들이 열심히 센서스에 참여했다면 한국어 안내와 통역 서비스가 있어 비교적 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몇 년 지내다 한국에 돌아갈 사람들, 이를테면 가족과 함께 미국 지사에 파견 온 회사원은 아이들 학교에서 한국어가 병기된 통지서를 받게 될 테고, 동네에 아시안 도서관이 생기거나 한국 책 섹션이 마련돼 자녀 교육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면 더욱 해야 합니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불법체류자들은 실업수당도 신청 못하고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았을 텐데,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풀리는 긴급자금도 보통 머릿수를 기준으로 배정되기 때문입니다. 노인 지원책이나 인프라 건설과 같은 보다 거시적인 이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참정권을 지닌 시민권자 외에도 실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일정 부분 사회적 혜택을 주고, 원활한 사회 운영을 위해서 미국 헌법은 센서스 조사와 참여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외 없이 모두가 해야 된다는 거죠.
“한국 사람들은 지독하게 참여하지 않는다”? - 안 하면 벌금!!!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집계한 미국 내 한국인 수는 250만 명이 넘습니다. (2,546,952명/시민권자, 영주권자 등 재외동포 및 유학생 등 재외국민 포함/2018년 말 기준) 이에 비해, 미국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한국인 수는 약 180만 명 (2010 센서스 기준)에 불과합니다. 과거 통계에 비춰 미국 내 한국인이 연평균 1%씩 증가한다고 봤을 때, 10년 전 수치라고 해도 실제 한인 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 보면 한국인이 상당히 많다고 느껴지는데,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 가운데 한국인은 중국계, 필리핀계, 인도계, 베트남계에 이어 다섯 번째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한인한테 돌아올 혜택이 다른 민족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센서스를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보입니다.
우선, 영어 구사 능력과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연로한 이민 1세대가 한인 사회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한 노인회장님께서 안내가 필요한 어르신이 계신다고 도움을 요청하신 적이 있습니다. 전화상으로 한국말로 된 설문조사는 인터넷에서만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자, 대뜸 안 하겠다며 짜증을 내시더군요.
두 번째는 미국에 살고는 있지만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알아도 안 하는 무관심자들입니다. 이런 경우, 상당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화들짝 놀라 바로 조사에 응합니다. 허위 거짓 정보를 입력해도 벌금 $500이라니 성실하게 답변하시길 바랍니다. 답변 상 불법적인 내용이 드러나 손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거짓 정보를 입력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모든 답변은 통계 자료로만 이용될 뿐, 기밀로 철저히 보호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미국에서 외국인인 자신은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유학생들이나 파견 오신 직장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참고로 방 한 칸을 월세 내서 사는 경우, 집주인이 알아서 작성할 수도 있으니 물어보고 본인이 직접 안 해도 됩니다. 질문 항목을 보니, 별 걸 다 물어봅니다. 집에서 함께 지내는 외국에서 온 친척은 몇 명이나 있는지도 물어보더군요. 그만큼 실제 머릿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캘리포니아에 와보니, 각종 표지판이나 안내에 중국어와 스페인어가 빠지지 않고 쓰여있더군요. 두 민족이 차지하는 숫자가 워낙 많기도 하고, 영어 구사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부러웠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밥 떠먹여 주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하물며 미국인데요, 알아서 잘 찾아 먹어야지요. 중국계는 열심히 세력화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을 잇는 전철 바트에서 도입한 신형 전동차에는 LED 전광판에 한국어 안내가 뜨는 걸 봤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요. 지금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인들이 올해 센서스에 빠짐없이 참여한다면, 한국인의 권익과 편의성은 더욱 향상될 겁니다. 그 혜택이 내게 돌아올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설문조사 십 분 투자해서 십 년 간 전반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면 해볼 만한 것 아닐까요. 참고로 실리콘밸리 노인회에서는 센서스 완료한 분들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한다니까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센서스 참여할 분들 위해서 아래에 센서스 공식 홈페이지 링크 첨부했습니다.
*** 센서스 2020 공식 홈페이지 (한국어 안내) https://my2020census.gov/
***센서스 안내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