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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Beluga 고래아가씨 Nov 19. 2020

드라마 <스타트업> 실제 모델은?

그러나, ‘수지’는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본격화한 지 열 달이 넘었습니다. 미국은 핼러윈 이후 최근 사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6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천 7백 명을 넘었습니다. (11월 17일 기준)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는 조금씩 완화하던 레스토랑 다인-인이나 다중시설 운영 규제를 다시 강화했고, 뉴욕은 학교를 모두 닫았습니다.(11월 18일 기준)


      바깥출입이 극단적으로 줄면서 한때 각각 ‘바보상자’, ‘사회악’으로 불리던 TV와 게임이 정신 건강 유지를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는데요, 요즘은 드라마 <스타트업>이 이곳 미국 한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냥 틀어봤다가 풋풋하고 아름다운 배우들, 자료 조사가 잘 된 극본 등등의 이유로 여기에 빠져버렸다는 호평이 주를 이룹니다.


저도 막 <스타트업>을 보기 시작했는데, 실리콘밸리에 살다 보니 우연히 이 드라마가 실제 이곳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스타트업과 유사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주인공 ‘남도산’과 그 친구들이 공동 창업한 ‘삼산텍’의 모델이 바로 여기 미국에 있다는 거죠.


삼산텍 실사판 회사의 이름은 “하이퍼센스”. 하이퍼센스는 실시간으로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서, 5년 전 실리콘밸리의 한 건물 뒤편 창고방에서 시작됐습니다. 공동창업자는 유지훈/박정운/유경환 동갑내기 남성 3명으로, 회사가 지닌 기술, 회사 시작 배경, 인물 구성 등이 드라마 속 삼산텍과 일치합니다.

 

사진 1.(좌)드라마 <스타트업>의 삼산테크 동갑내기 공동창업자 3인방과 이들의 실사판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하이퍼센스’의 동갑내기 공동창업자 3인방. (우)사진 2.


무엇보다 이 세 명의 공동창업자 가운데 주인공 ‘남도산’과 같은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드라마 속 ‘남도산’은 수학경시대회 수상 경력이 있고, 창업에 나서 직접 안면 인식 프로그래밍에 성공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요, 박정운 하이퍼센스 Chief Scientist 가 바로 그 실존 인물입니다. 박정운 님은 전국 수학경시대회 1등을 거머쥔 바 있는데, 학창 시절 수학책을 소설책처럼 한 장씩 넘겨가며 읽는 특이한 공부방법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A+를 받아 서울대 수학과 수학 천재들 사이에서도 천재로 알려져 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좌)드라마 <스타트업>에서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 프로그래밍에 성공한 후 기뻐하는 주인공 ‘남도산’ (우)’남도산’ 실사판 하이퍼센스 공동창업자 박정운님

드라마 <스타트업> 제작진이 ‘하이퍼센스’와 박정운 님을 ‘삼산텍’과 ‘남도산’의 실존 모델로 삼았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박정운 님은 회사 창업 전 월스트리트 IB(Investment Bank)에서 일한 화려한 경력도 있어, 드라마 속에서 창업과 함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도산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해당 회사가 제작진에게 영감을 줬을 개연성이 보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남도산이 개발 능력은 뛰어나지만 경영 능력이 부족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다는 설정이 있는데요, 고졸 출신 서달미 역을 맡은 수지가 CEO가 됩니다. 그런데 실사판인 ‘하이퍼센스’에서는 안타깝게도 ‘수지’가 없습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다른 공동창업자 두 분이 알아서 잘하니까요.


         CEO 유지훈 님(사진 2. 가운데)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루카스필름에서 잔뼈가 굵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며, COO 유경환 님(사진 2. 오른쪽)은 실리콘밸리 게임업체를 두루 섭렵한 전문 경영인입니다.  동갑내기 세 남자가 의기투합해 2015년 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카카오 벤처스 등 VC(벤처 캐피털리스트)로부터 5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고, 실리콘밸리 본사에 이어 서울 서초동에 한국지사도 세우는 등 사세를 확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회사 설립 5년 반 만인 최근 세계적인 게임 ‘포트나이트’ 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에 인수됐는데요, 한국계 기업이 기염을 토한 이때에 드라마 <스타트업>이 방송되는 것이 우연치고는 기가 막힙니다.  ​



        드라마 ‘스타트업’을 계기로 좀 더 깊게 알게된 실리콘 밸리의 한국계 스타트업 얘기를 듣다보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이 많이 배출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업계 진출도 활발해져서 ‘수지’가 실제로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혹시나 해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하이퍼센스 홈페이지 링크와 회사 소개를 남깁니다. 인수 합병돼 곧 사라질테니 이렇게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Hyprsense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실시간으로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얼굴 인식 및 특징점 추출, 표정 인식을 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메신저 앱, 비디오 채팅 앱에 AR 효과를 입히는 기술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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