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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Oct 20. 2022

결국 제가 만나고 싶었던 것은 내면의 변화였어요(1)

청년활동가 다인의 이야기 (1) 

여는 말: 다인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경북 영덕의 숲에서였다. 그 후 우리는 도심 속에서 자연과 연결되는 있ㅅ는잔치,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며 생태공동체를 경험하는 생태마을디자인교육, 청년을 위한 영성 세미나에서 만났다. 함께 숲 속에서 캠핑하며 온몸으로 자연을 감각했으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축복하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스피리추얼리티, 즉 영성에 대한 편견이 많은 한국사회에서 영성에 대한 더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 수 없다‘는 다인의 말처럼, 이제는 많은 청년들이 내면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다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길이 있고, 필요한 것이 찾아오리라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삶의 여정과 가치관이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용기와 힘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전한다.                   











- 다인 안녕! 다인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어떤 활동을 해왔고, 관심사는 무엇인지도요.  


저는 다인이라고 합니다. 땅과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같이 살아가는 일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현재 담양에 살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고요. 그 이후로 여러 비수도권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방식과 사람들 사이에 관계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담양에서도 이 곳의 땅의 느낌과 지역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넥스트젠 코리아(이하 ‘넥스트젠’)라는 단체에서 세계생태마을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이 활동을 통해 자본주의 등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아가는 청년들을 만나 네트워킹을 하고 있습니다. 전환기의 청년들을 만나는 일이기도 해요.     



- 청년들이 경험하는 전환기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기억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서울에서 살았어요. 해외도 나가본 적 없고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교육을 받았고, 그 이상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다른 게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아서 힘든 시기를 거쳤던 거 같아요.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 수 없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른 방식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넥스트젠과 영성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두 번째 삶을 시작하게 되었죠. 죽었다 태어났다고 느껴졌어요. 누구에게나 그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전환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요.      


저는 이 시기가 성장에 맞는 그룹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넥스트젠에서 이야기하는 전환기란 청년에 포커싱된 전환기인데요. 청년이 마주하는 전환기는 특수해요. 지금의 도시에서의 삶은 자연과 동떨어져있고, 연결감을 경험하기 어려워요. 그 안에서 결핍과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은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찾아나가죠. 저는 이 시기를 전환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도시에서의 삶은 자연과 동떨어져있고, 연결감을 경험하기 어려워요.



-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할 거 같아요. 다인의 전환기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2년 정도 지나서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했는데요. 미술작가로 나아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그러면 뭘 해야 되나? 뭘 하고 싶지?’ 하는 누구나 하는 그 고민을 했어요. 나름 알바도 하고 일도 했는데, 다 내 길이 아니라고 느꼈던 거 같아요. 사무실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연결감을 느끼지 못해서 괴로웠어요. 특히 점심시간인데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만 밥을 먹는 거에요. 그 때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여기에 왜 있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거죠.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찾아왔어요. 우울함이 엄청 깊게 왔어요. 세월호 사건 1-2년 후였죠. 주변 친구들도 저랑 너무 다르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같이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싶었어요. 연고가 없는데도 광장에 가고, 광화문 분향소에 갔죠.     


그러다가 피스모모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어요. 평화교육 진행자 교육이 있어서 그걸 처음 이수하기 시작했죠. 피스모모는 군사주의, 젠더 등 최전선에서 행동적으로 활동하는 곳이었는데, 거기 활동가들을 보며 너무 멋있고, 설레는 마음을 느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엉엉 울기도 하고, 특히 교육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얼마나 폭력에 노출되어있는지 인지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피스모모의 교육에서는 교실의 세팅 자체도 수평적인데 그게 정말 신선했죠.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대로 잘하는 게 교육이라고 알고 자랐는데, 피스모모 같은 곳이 있어서 고마웠어요. 피스모모에서 “뭐든지 괜찮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이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것을 느꼈죠.     


상태 자체의 평화를 경험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어요.


- 피스모모를 만나면서 정말 위로도 받고 힘이 되었겠네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나는 시기였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영성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피스모모에서 활동하면서 처음 세영을 만났어요. 세영의 소개로 넥스트젠을 알게 되었죠. 넥스트젠에서 진행하는 EDE(Ecovillage Design Education, 생태마을 디자인교육)를 2016년에 처음 가게 되었어요.     

이 때도 많이 울었는데요. 만났던 사람들에게 굉장히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포근하고, 섬세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디이 기획자였던 한 친구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고운 결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직접적인 폭력에 대항하고 저항하는 평화도 있지만, 상태 자체의 평화를 경험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어요. 그 친구는 명상을 배우는 친구였고, 생태, 영성 공동체들을 다녀오며 내면의 평화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실행해나가는 사람이었어요. 너무 다정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들이 내가 어울려야 하는 친구들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함께 하고 싶은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넥스트젠 활동을 참여하기 시작했죠.     


그 후 삶의 예술학교를 알게 되었어요. 넥스트젠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소식만 받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진행하는 영성세미나 공지가 올라왔죠.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청년 활동가들을 위한 세미나였죠. 활동가 친구 중 한 명이 힘들어 보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추천해줬어요. 나는 아직 활동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갈 생각을 못했는데, 친구가 ‘너 안가면 안간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어요.(웃음)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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