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검진을 무사통과하며.
”작가님의 글을 300일간 보지 못했어요ㅠㅠ“
치료 기간 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이 브런치를 시작했을까.
나에게도, 동시대에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도, 피할 수 없으니 좋게 선회하여 이겨내 보자는 의도로 함께 으쌰 으쌰! 해보자는 것이 첫 시작이었다.
지난 300일의 시간 동안 나는 뒤늦게 찾아온 우울감으로 역풍을 맞아 한동안 방황했고, 아직 온전해지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에게 건넬 위로의 말이 더 이상 없을 만큼 겉으론 내내 밝고 웃으며 활기찬 사람이었기에 문제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아주 혹시나 사회에 복귀해서 출퇴근길에 또다시 지하철을 탔을 때, 공황장애가 있을 수 있으니 비상약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모든 수치가 전부 기준치보다 많이 높아요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래도 내 몸과 멘털도 잘 견뎌주고 있고 큰 스트레스가 아니겠거니 이전과 같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큼 타격감은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몸은 신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평균 기준 1단계라면, 4단계 끝자락에 올라타 있고 그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지는 못하는....
감정의 동요가 없는 그런 상태.
재취업을 하고 나서는 동료들에게 아팠었다는 걸 굳이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측은함, 동정심의 눈길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 결국은 나의 약함이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덕분에 스스로의 감정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없고, 더욱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내고 있다.
암은 내 인생에 없던 것처럼....
그저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여기고, 난 그저 천진난만한 한 회사의 소속원으로, 그저 무언가를 초월한 것처럼 보이는 감정의 동요가 없는 사람으로. 눈과 입은 항상 웃고 있는 상태로.
다른 사람이라면 최소 두 번은
번아웃이 왔을 수치인데,
우리 환우님은 악으로 깡으로
또 버티네요.
그러게요.
저는 왜 악으로 깡으로 왜 자꾸 버티려고만 할까요.
굳이 잘하려고 애쓰지 않고, 실수를 좀 해도 되고, 버티지 않고 기울어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고 싶어요.
올해 끝자락에 돼서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몇 가지 자책감을 가졌던 일들에 스스로의 탓이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정기검진의 결과를 미리 걱정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난 다 나았으니까. 그렇지만 마음속 깊이 불안감은 존재했었나 봐요. 검사 결과를 받고 온몸에 힘이 탁 풀리는 그 기분이 안도감이었나 봅니다.
앞으로는 스스로를 살피는 연습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암이 찾아온 그 순간부터 돌봐주어야 했던 것 같은데 많이 놓쳤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작은 불행이라도 찾아온다면 스스로가 두발로 잘 지탱하고 흔들림 없게끔 잘 살펴보듬어주세요. 어두운 마음도 외면하지 말고 잘 다독여주세요.
나 자신을 잘 보듬고 살피는 것. 특히 암과 마주한다면 처음이자 마지막까지 변함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