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키 Dec 08. 2023

다키의 미모

닥스훈트는 팔 다리가 짧은데, 희한하게도 다키는 짧은 팔 다리와 긴 몸통 그리고 어여쁜 얼굴이 조화를 이뤄서, 원래라면 미의 기준에서 벗어났어야 할 조합에서 요상하게 아름다움을 주곤 했다.

물론 자기 반려동물이 당연히 세상에서 제일 예쁘겠지만, 평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리가 짧네, 귀엽네를 많이 듣는 뽀르와 달리 예쁘다, 얼굴이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으니 객관적으로 자랑할만한 미모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나는 특히 거실 바닥에 누워서 다키가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 새삼 감탄을 하곤 했는데, 다키의 다리 라인부터 앞으로 돌출된 가슴, 그리고 날렵한 얼굴로 이어지는 라인이 아주 우아했다. 옆 모습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본 다키도 언제나 깜찍했는데, 짧은 다리를 커버하는 몸통의 적당한 두께감과 작고 매끈한 두상이 한 몫을 했다.

제품 디자인 부서에 짧게 발을 담가본 사람으로서 3D 물체가 여러 각도에서 조화롭기란 정말 쉽지 않은데, 다키가 그걸 해냈다.


물론 주로 위에서 다키를 보는 입장에서 다키의 미모를 완성하는 큰 부분은 닥스훈트치곤 짧은 동안페이스에 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코 그리고 길게 뻗은 속눈썹이였다. 이렇게 적고 보니 다키를 아래에서 본 적이 많진 않았던 것 같다. 다키의 주름진 턱을 쓰다듬으면서 이구아나 턱 같다고 놀렸지만 사실은 그녀의 쓰리턱 마저도 사랑스러웠다.


다키가 어렸을 적(나와 살기 한참 전에) 다키의 털은 검정색 바탕에 약간의 적갈색 털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갈색 털에 흰 털이 섞이면서 부드러운 황토빛이 나는 색으로 바뀌어서 부드러운 인상을 줬다. 물론 호통과 짜증을 주로 냈던 다키는 부드러운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녀의 털이 어느정도 중화해주지 않았나 싶다. 산책을 할 때에도 지나가는 사람들과 강아지에게 종종 시비걸기와 달려들기를 하는 바람에 우리는 긴장 속에 산책을 하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흔히 말하는 얼굴값이었나 싶다.


한 때는 다키를 교본 삼아 그려보면서 비례감과 균형미를 익혀보려는 시도를 몇 번 했었다.(마치 입시 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비너스를 그리듯이) 다키라고 부를 수 없는 희한한 닥스훈트들을 잔뜩 그리고는 내 못난 그림실력을 탓하며 관뒀었다. 어제도 아내가 굽는 강아지 쿠키 위에 하나도 닮지 않은 다키 얼굴을 그리면서 아무래도 나의 재주로는 평생 다키 미모의 반의 반이라도 모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긴 했다.


짜증이 많은 다키지만, 햇살 같은 다키의 웃는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그릴 수 없는 다키를 상상 속에서 그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은 없지만, 기억력이라도 좋아지게 호두랑 잣을 많이 먹어야 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