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 자신 있는 것, 무엇보다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숨 쉬듯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외국어다. 진정 좋아하는 것은 아무리 주변에서 충분히 잘한다고 말해도 늘 속에서 갈증이 인다. 영어는 98%가 아닌 100% 네이티브가 되고 싶어 하고, 일본어는 회화가 자유로운 수준이 아닌 어디 가서 통역도 자유롭게 할 수 있길 바라며, 중국어는 표준어가 아닌 어떤 악센트로 말해도 알아들을 수 있길 바란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성인이 된 이후로 외국어 능력 향상을 쉰 적이 없다. 서울에서 외국인이 보이면 말을 걸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취미였으며 일본이나 중국 드라마를 볼 때는 나도 모르게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는지 체크했다. 특히 그동안 길거리에서 일본어가 들려서 사귄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 2017년 JLPT 2급을 취득한 이후, 독해 능력은 한 없이 떨어졌지만 말하기 능력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일본어, 중국어를 공부할 때는 그런 적이 없지만 나도 '이걸 이렇게 공부해서 쓸 일이 올까'하는 순간도 있었다. 스페인어, 불어를 처음 공부할 때는 한국에서 그 언어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도 없고 아직 유럽 여행을 해보기도 전이었기에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내게 스페인어와 불어는 마치 자취생이 세탁기 돌리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마땅히 익혀야 할 언어처럼 느껴졌다. 만 19세에 4개 국어 프리토킹을 하게 된 나라면 백세시대에 10개 국어쯤은 할 줄 알며 생을 마감할 것 같았다.
현재는 일본어와 불어를 공부 중이다. 일본어는 이미 고급 수준이기에 실력이 느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잘하기 때문에 오는 즐거움과 쾌감이 있다. 1시간 동안 일대일로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가끔 단어가 생각이 안 나 선생님이 말해주면 "아 맞다, 아 진짜 알았는데"라고 할 때가 많다. 친구와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그렇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선생님이 채팅에 적어주어서 끝난 뒤 복습한다.
불어는 아직 초급이기에 설레면서도 가끔 어렵고 답답하다. 하지만 나날이 실력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하여 고급인 언어와 초급인 언어를 동시에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이 글을 보며 도대체 뭐가 재밌는 거냐며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운동이, 또 누군가에겐 정리정돈과 청소가, 그리고 나에겐 외국어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일 뿐이다. 세상엔 열심히 노력해도 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참 많다. 그런 와중에 외국어는 내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