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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an 26. 2024

#17 너도 나와 같을까

1월 넷째 주 짧은 글

인간관계

나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때마다, 일상 속 경험을 그저 말했을 뿐일 때마다, 상대방에게 증명하고 설명해야 한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짜증 

일상 속 짜증은 예측하지 못함에서 일어날 때가 많다. 옆방 시끄러움을 조금이라도 예측하고 싶어서 소리가 날 때마다 수첩에 적어놨다. 3주 간 데이터에 따르면 낮 12시 전에는 소리를 안 내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10시에 소리가 났을 때, 보통 한 번 30분에서 1시간 정도 틀고 조용해지는데 3시간 동안 소리가 났을 때, 평소와는 다른 종류의 이상한 소리가 날 때 짜증이 올라온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는 것이 언제쯤 편안하게 받아들여질까.



친구

리사이틀 앞두고 이렇게 예민한데도 늘 응원해 주는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앞으로 정말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이 잘해준다는 건 뭘까. 맛있는 거 사주는 거? 먼저 오늘 기분은 어떤지 안부를 묻는 거? 적당히 친한 친구들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진심으로 절친이라고 느끼는 이 친구는, 특별히 뭔가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할 것을 안다. 그런 친구가 한 명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공연 D-1

며칠 내내 스트레스받다가 드디어 설레고 신나는 모드로 진입했다. 초예민 상태에서 한층 벗어나 세상이 조금씩 핑크빛으로 보이는 시기다. 좀처럼 일 년에 몇 번 없는 시간이기에 이런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하다. 마치 산타를 믿는 어린이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설레는 것 마냥 즐겁다.


그러곤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 공연 영상을 본다. 특히 절절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영상 위주로 본다. 그들이 노래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잊고 있었던 본질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이 무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다시 깨닫는다. 노래에 온전히 몰입하고 듣는 사람에게 그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공연 당일 아침

아무 생각 없어진다. 떨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몇 시에 씻고 몇 시에 나가서 몇 시에 도착하겠다는 시간 계산만 확실히 한다.



너도 나와 같을까

영국에 살든 한국에 살든 중국에 살든 상관없이 올해 9월이 지나도 계속 연락하고 지낼 거 같고 '그러고 싶은 사람'은 친구, 졸업까지 얼굴 보는 동안 사이 좋게 잘 지낼 거 같은 사람은 지인이라고 할 때, 나는 친구라 생각하는데 그들도 나와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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