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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Feb 19. 2024

#19 그런 사람도 필요하지

2월 셋째 주 짧은 글 

10년 

'이제 좀 알겠다'싶으려면 10년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노래를 제대로 연습하게 된 건 2011년부터다. 그런데 2019년부터 21년 사이에는 거의 노래를 안 했으니 그 기간을 빼면 2024년이 된 이제야 '아, 이제 좀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가 되었다. 


학교 밖에서 카페, 펍, 야외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하게 된 건 2017년부터다. 그러니 '이제 좀 공연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하려면 2027년은 되어야 한다. 



얼죽아 만세 

영국인 친구에게 여긴 왜 핫초코만 있고 아이스 초코는 없냐고 물었더니 아이스 초코라는 건 처음 들었다고 했다. 핫초코가 아이스인 거냐고 신기하단다. 



그런 사람도 필요하지 

사람과 친해질 때 너무 나 혼자 앞서가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더니 "그런 사람도 필요하지"라는 말을 들었다. 그 한 마디가 참 위로가 되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더니 학기 초에 중국어 할 수 있는 걸 어필했더니 수업 시간 그룹 활동 중 내가 있음에도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잘못됐단 걸 모른다. 



5개월 차의 고비 

2,3개월 차엔 이러지 않았다. 영국에 도착한 지 3개월 안에는 아무리 불편한 점과 불만이 있어도 새로움과 설렘이 훨씬 크다. 그런데 4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설렘은 확 줄고 지금껏 쌓여온 감정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 빼고 전부 중국인인 강의실도 짜증 나고 도시에 한인마트가 없어 매번 한 번에 십만 원 가까이 배송시켜야 하는 것도 짜증 나고 주변에 화장실이 너무 안 보이니 이러다 바지에 실례한 영국인은 진짜 없었나 싶은 것도 짜증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기차 타고 본머스 갔을 때를 생각해 보자. 1시간이면 예쁜 해변가를 볼 수 있음에 얼마나 좋아했던가. 창 밖 풍경만으로도 행복해했다. 그런데 지금은 풍경은 안 보고 짜증 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우스햄튼은 달라진 게 없다. 그저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졌을 뿐이다. 옆방은 이사 온 이래 늘 시끄러웠고 여긴 늘 시골 마냥 있는 게 없었으며 원래부터 뮤직 퍼포먼스 전공에 비 중국인은 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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