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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쿼이아 Apr 06. 2023

빌런의 도시학 2 - 선과 악이 공존하는 에덴의 중심

선과 악이 공존하는 에덴의 중심


성경에 등장하는 최초의 악당은 아담도 가인도 아니다. 최초의 악당은 인간이 아닌 뱀으로 묘사된다. 뱀이 거주하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에덴동산 중심에 있는 생명나무이다. 성경의 에덴동산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도시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거주인구 2명과 하나님의 창조공동체가 살아가는 최초의 상징적인 도시공간이라 가정해보자.


태초에 창조된 모든 피조물-땅, 물, 식물, 동물, 인간 등-이 에덴동산이라는 공간에 아무런 갈등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완전무결한 공간의 중심에 선과악을 구분할 수 있는 생명나무가 랜드마크처럼 서 있고, 그 생명나무는 인류 원죄의 근원인 뱀, 지구 최초의 빌런의 주거공간이었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가장 성스러워야 할 생명나무에 사악한 뱀이라니. 신이 창조한 세계는 무한한 상상력과 복잡성, 합리성과 모순, 예측불허의 공간인 것만은 확실하다.

완전무결한 하나님이 왜 거기에 악의 상징을 두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창세기 1장에 하나님은 빛과 어둠을 나누어 구분하였지 어둠을 소멸시키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단지 빛과 어두움 둘 다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에 빛과 어둠은 반복해서 교차하며 공존할 수 밖에 없다고 받아들일 뿐이다.


아무튼 에덴의 중심에 생명나무는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열매를 가지고 있으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 이러한 점에 아담의 아내 하와가 이끌려 유혹에 넘어갔다는 것은 인류가 인식하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중적 감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뭔가 도시의 다운타운이나 중심가에 매력을 느끼고, 도심에서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되듯이 구심력에 이끌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시의 중심부, 도심의 복잡한 공간을 상상할때 그 공간이 경건하리라 기대하는가, 아니면 재미있는 공간이기를 기대하는가. 뭔가 이벤트가 일어날 것만 같은 장소에서 아담과 하와는 결국 큰 일을 치루고 만다.


아마도 최초의 빌런, 뱀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차피 공간의 중심으로 이끌릴 수 밖에 없으며, 이 장소가 바로 빌런들이 가장 좋은 영업장이라는 것을. 그리고 인간에게 선악과를 먹게하는데 성공하였다. 창세시대 최초의 빌런과 인간의 싸움에서 빌런이 승리하게 되고, 악의 바이러스는 인간이라는 숙주를 매게로 지구 전체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형 빌런의 탄생을 예고하게 된다.


에덴의 아담과 이브(성시스티나성당, 미켈란젤로)


큰 나무는 마을단위에서 소통과 다양성이 넘치는 핵심적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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