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성격의 특성을 표현하는 단어를 심리학자들이 모아서 분류를 해 보았다. 비슷한 특성을 묘사하는 단어끼리 무리 지어 보았더니 대체로 5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언어가 달라도, 성격을 나타내는 다양한 단어들은 대개 이 5개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점이었다. 나이, 성별, 인종별로도 별 차이가 없었다. 보편적이라는 의미다. 성격을 나타내는 5개의 범주는 다음과 같다.
• 개방성 (Openness)
• 성실성 (Conscientiousness)
• 외향성 (Extraversion)
• 우호성 (Agreeableness)
• 신경증 (Neuroticism)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은 어떤 성격 특성을 뜻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관습에 저항적이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 쌓기를 즐긴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충동과 외부 자극에 잘 휩쓸리지 않고 질서 정연하다.
외향적인 사람은 상냥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자극을 추구한다.
우호성은 원만성이라고도 해석하는데 이 특성이 높은 사람은 남을 잘 믿고 정직하며 이타적이고 순종적이다.
신경증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필요하다.
신경증은 정서적 불안정성이라고도 하는데 이 특성이 높으면 걱정이 많고 자의식이 강하며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신경증이 낮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고 성격이 무던하다는 말을 듣는다. 신경증이 높으면 우울감에 빠지기 쉬우며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이 다섯 가지 특성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각각의 특성은 독립적이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사람은 대부분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개방성이 높고) 대범할 것 같지만(신경증이 낮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즉 외향적이어서 쾌활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신경증이 높아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에 시달릴 수 있고 (개방성이 낮아)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에 대해 호기심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또 하나, 성격을 테스트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각 특성이 명확하게 높거나 낮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격 측정을 해보면 각각의 특성마다 중간 정도인 사람이 가장 많다.
또 어떠한 특성이 높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낮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예컨대 외향성이 높은 영업사원이 좋은 실적을 올릴 것 같지만 실제로 지나치게 외향적인 사람은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외향성이 '중간'정도인 영업사원의 실적이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같은 성격의 5 요인 이론(five-factor personality theory)은 현대 심리학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성격 이론이다. 1976년 처음 제시된 이후 수많은 검증을 거쳐왔다. 이 5 요인 이론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성격이 매우 다양하며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5가지 요인을 극도로 단순화해서 각각 상, 중, 하로만 나누더라도 나올 수 있는 성격 조합의 수는 3X3X3X3X3=243가지나 된다. 성격의 몇몇 특성만을 주관적으로 보고 '당신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규정짓는 테스트나 판단은 쓸모가 없다. 무시해버리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