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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Nov 09. 2021

혁명

revolution

키웨스트 등대(Key West, FL.) 종이에 펜과 수채


'혁명' 즉 revolution 이란 단어가 revolve(회전하다)의 명사형인 revolution(회전, 공전)과 같은 꼴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행성의 회전, 특히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공전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던 단어인 revolution이 그의 저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On the Revolutions of the Heavenly Spheres)>의 제목에 등장하고 나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준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말 그대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뒤집어 버렸죠. 코페르니쿠스 이후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이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닌 여러 행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인류는 깨달았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이나 우리의 인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버린 과학적 발견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뉴턴은 물리학을 통해 우주에서 별이 움직이는 원리와 지구 상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원리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것을 수학 방정식(F=ma)으로 기술해냈습니다. 이제는 중학생도 지구 상에서 물건을 낙하시키는 중력이라는 힘이 별과  사이에 작용하는 힘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300여 년 간 물리학을 지배했던 뉴턴의 이론은 20세기 들어 그 개념적 기반이 박살 났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뉴턴이 이룩했던 통일된 물리학 법칙은 길을 잃었습니다. 발표 직후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강한 의심과 반대에 부딪혔지만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고 이제는 견고한 지식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컴퓨터와 휴대폰, 우주 산업은 결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혁명적인 과학적 발견이 수세기에 걸쳐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백 년 전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꽤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평평한 지구 학회'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201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습니다.  


P.S
제가 무척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책의 한 구절을 옮깁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과학과, 집단적 의사결정의 과정을 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민주주의 사이에는 수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관용, 토론, 합리, 반대 주장의 경청, 학습, 그리고 공통의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태도이다.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른 주장을 듣고 납득이 될 경우 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며, 나와 반대되는 시각이 정답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과학과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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