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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Dec 04. 2023

낯선 사람이 짜릿한 이유

사례 1.

시간만 나면 클럽을 찾는 남성 K가 있다. 

그는 회사에서는 착실하기 그지없는 직원이다. 

가끔 일에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가 가진 유일한 취미는 클럽을 찾아 진지한 연애 상대를 찾는 것이다. 

매력적이고 대화가 잘 통하는 여성을 만나면 그는 바로 교제를 시작한다. 

그는 사귀는 여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단, 그의 헌신은 그녀와 잠자리를 갖기 직전까지일뿐이다.

관계를 갖는 순간, 그녀에 대한 설렘과 판타지는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그는 실망감을 안고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한 후 다시 새로운 로맨스를 찾아 나선다. 


사례 2.

교회 오빠 S와 오랜 시간 교제했지만, 소개팅에서 만난 매력적인 남자 P에게 한눈에 반한 L.

그녀는 자신이 진정한 사랑에 빠졌음을 느낀다.       

P 생각을 하기만 해도 온몸에 짜릿한 전류가 흐른다. 

결국 그녀는 P와 결혼한다. 

결혼 후 2년이 흘렀다. 

이제 L은 남편과의 대화나 섹스에서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다. 

P에게 느꼈던 감정이 과연 사랑이었는지 의문스럽다. 

그러다 우연히 S를 다시 만나게 된 L. 

S의 변함없는 다정한 미소, 따뜻한 말투, 단정한 외모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S와의 재회는 너무나 로맨틱하다. 

P에 대한 과거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으며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S.

그녀는 S와의 연애를 이어간다.


K와 L의 사례를 보면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아침 드라마나 클리셰 범벅 로맨스 영화의 등장인물 같죠?

그만큼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왜 많은 사람이 낯선 이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요?


일부 심리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호르몬에서 찾습니다. 

특히 '도파민'이 원인이라는 겁니다. 


도파민을 처음 발견했던 과학자들은 이 호르몬이 쾌락을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섹스나 마약을 할 때 도파민 신경 세표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하면서 도파민과 쾌락이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도파민은 '기대감'을 불러오는 호르몬입니다.     

우리가 꿈과 환상을 좇도록 부추기는 것이 바로 '도파민'의 역할입니다. 

특히 기대하는 것 이상의 보상이 주어질 때 도파민은 최대치로 활성화됩니다. 


도파민은 현재의 소유물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미래에 가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또 다른 만남, 또 다른 성취, 또 다른 짜릿한 경험을 원하는 것은 도파민의 부추김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기대가 실현되는 순간, 도파민은 침묵에 빠져듭니다.

도파민이 제공하던 기대, 짜릿함, 흥분, 두근거림, 설렘은 사라집니다.


그럼 우리가 느끼는 연애 감정은 부질없는 환상일 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불쏘시개 역할을 하던 도파민이 사라지면 뇌의 지배권은 다른 신경전달물질로 넘어갑니다. 

세로토닌,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들입니다. 

이런 호르몬들은 실제 감각과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도파민이 미래지향적 신경전달물질이라면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은 현재지향적 물질입니다.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은 초기의 열정적인 사랑을 동반자적인 사랑으로 발전시킵니다. 

'지금 네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순간을 즐겨.'라고 속삭입니다.

동반자적인 사랑은 (비록 잠자리 빈도는 줄어들지만) 현재의 관계에 충실하면서 일상의 변화를 꺼리게 됩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엔도르핀이 함께 활동한다면, 즉 우리의 결혼 생활에 짜릿한 기대감과 안온한 만족감이 함께 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대감과 만족감은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 2교대로 활동합니다. 


현재 지향적인 호르몬이 주는 행복감을 '단골집'에 비유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우리는 황홀한 미각의 향연을 기대하며 인플루언서들이 알려주는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닙니다.

때로는 그곳에서 기대 이상의 놀라운 맛과 분위기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랜 단골집이 주는 매력을 새로운 식당이 100%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단골집에서 황홀한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소소하고 익숙하고 변치않는 즐거움에 매료됩니다. 

계속 단골집을 찾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가게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P.S.

도파민의 활동이 유별나게 활발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성향은 태어날 때 유전적으로 결정됩니다.

 

도파민형 인간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을 보입니다. 

- 충동적으로 쾌락에 끌려 다니는 유형

- 정서적으로 고립된 채 오직 목표와 계획만을 바라보며 직진하는 유형

- 창의적 천재이지만 자폐증 환자로 오해받을 정도로 사회성이 크게 떨어지는 유형


이 세 가지 유형은 전혀 다른 성향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재의 여유를 포기하고 미래의 보상과 성취를 극대화하는 데 온몸과 마음을 집중하다는 점입니다. 

현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미래', '기대감'에만 관심을 갖는 도파민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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