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Mar 15. 2022

나의 이름은

_ 다정한 이름을 가진 다정한 작가가 되고 싶다.





으히히히히히... 오늘로서 몇 번째 바꾸고 있는가!

작가 이름을 정하지 못해 마음에 드는 단어만 보면 30일 간격으로 프로필을 바꾸고 있는 스스로가 어처구니없고 한심해 보이다가도 괜히 설레고 피식 웃음이 난다. 어린 조카의 관심사가 만날 때마다 달라지는 것처럼 적지 않는 나이의 나는, 철없게도 갖고 싶고, 쓰고 싶고, 불리고 싶은 이름들이 너무 많다.






내 이름은 매우 흔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성만 다르고 이름이 똑같은 친구가 나 포함 총 5명, 무려 5명이 한 반이었다. 이 말은 다른 반에도 같은 이름의 친구가 더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흔한 이름이다. 이름을 검색하면 직업군마다 유명인이 당연히 있고 책과 영화의 제목과 주인공으로는 이미 많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80년대에 태어난 세대에서는 발에 치이는 이름 중 하나이다. 딱히 싫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쏙 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다른 이름을 갖고 싶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누가 기억할까 싶지만, 그래도 브런치라는 곳에 작가로서 흔적을 남기는 이름에 사사로이 애정을 담고 싶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짓는 부모의 심정과 비슷하다면 너무 거창하고 그보다는 가볍게, 연예인의 부캐가   유행했던 것처럼 말이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처럼

지금의 직업, 성격, 환경에 상관없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이름, 또 하나의 인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이름 짓기에 꽤나 몰두하고 있다.


내 이름을 재미없고 딱딱하게 여겨서인지 새롭게 짓는 작가 이름에 자꾸 욕심이 보태진다. 

유독 좋아하는 형용사나 명사,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있긴 하지만 특별히 원하는 이름이 있진 않았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하고 튀는 이름 또한 너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냥 평범하지만 매력 있고 부르기도 듣기도 편안한 이름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고유의 분위기를 가진 이름을 갖고 싶다. 

아우라가 느껴지는 이름, 이름 자체만으로 따스하고 어디선가 눈부신 빛 한 줄기가 들어올 것 같은 생명 가득한 이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름을 만났는데 유독 기억에 남았던 몇몇 이름이 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데 성격까지도 좋아 친구들 뿐 아니라 선생님까지 모두가 좋아했던 친구의 이름 

덜컥 겁부터 먹는 나와는 달리 씩씩하게 자신에게 닥친 일을 담대히 겪어냈었던 존경하는 후배의 이름 

같은 팀이라는 사실만으로 든든했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정말 똑 부러지게 일했던 선배 이름 

얼굴에 장난기 가득 품고 넘쳐흐르는 웃음을 주체 못 했던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이름

이름과 함께 좋은 사람으로, 행복한 기억으로 나에게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이름에는 그 사람이 묻어난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상대와 함께한 시간 동안 나누었던 대화와 행동들이, 그리고 살아낸 이야기가 함께 기억된다. 글을 잘 쓰는 것이 첫 번째임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왕이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간절함을 담아, 좋은 사람임이 묻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새로운 이름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몇 글자 되지 않는 그 이름에 사람의 목소리가 감싸져 누군가로부터 불린다는 건 힘이 세다.

김춘수 님의 시에서처럼 이름을 부르면 너에게로 다가가 꽃이 돼 듯 마음을 담아 부르는 이름은 다정한 위로이자 신뢰의 표현이자 묵직한 응원이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 그렇게, 난 다정한 이름을 가진 다정한 작가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이제야 책을 정리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