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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경 Jun 12. 2022

독서 일기: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틴더를 시작했다

2022-06-12 일요일 책과 근황


txt.kcal에서 나온 문태리 작가의 책. 정확한 책의 제목은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틴더를 시작했다"지만 글자수로 인해 줄였다. 


이미 몇차례 게시글에서 밝혔듯 틴더라는 어플에 관심이 많았고, 사용도 해봤지만 어째 한국에서의 후기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단비처럼 발견한 책이었고 내가 어플을 사용하며 느낀 바와 거의 동일해 글을 옮긴다.




20대 후반부터 느낀 이성과의 연애



스물여덟에 이르러, 이성과 만나는 것은 내가 원치 않아도 필연적으로 결혼과 결부된다. 나는 결혼을 생각하기에 대단히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고, 비혼주의지만 (상대) 남성들은 당연히 "젊어서 그러는 것", "좋은 사람을 만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 여긴다. 단지 상대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이 그렇다. 


내 삶의 방향에 대해서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도. 

나는 그 방향에 대해 자꾸 의심하며 "깎여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 연애 초반부터 결혼이라는 제도가 싫었기에 나는 결혼에 관심 없다고 Z에게 말했었다. 그러나 그를 만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가 없는 미래가 상상이 되질 않았다. Z는 결혼이라는 형태로 그와 함께 사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연애한 지 4년이 지난 뒤부터는 어디에서 살 건지, 결혼식은 어떤 식으로 할 건지를 조금씩 고민했다. 그러나 동시에 내 안의 어떤 부분이 깎여 나간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에 상대가 없다는 것



어쩌면 놀라운 사실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미래나 나의 미래에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상대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결혼을 하거나 같이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서른다섯 정도의 나를 생각하면, 바닷가나 인적이 비교적 드문 장소에서 방 두 개 정도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 같다. 현관에서부터 이어지는 입구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고, 주로 그곳에서 글을 쓰거나 음식을 먹을 것 같다. 다른 방 하나에서는 잠을 자고, 나머지 방에는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두었거나 창고로 썼으면 한다. 적당히 유행하는 선반에는 좋아하는 만화책과 앨범 몇 개.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LP를 두고 싶다.


몸에는 타투가 한두 개쯤 더 있을 것 같고, 머리는 지금처럼 짧거나 묶었을 것이다. 아침이면 바닷가에 가 조개를 줍고, 그걸 친애하는 사람에게 보내며 바닷가 사진에 짧은 편지를 보내는 사람. 어쩌면 이방인.


최근에 만난 같은 직무의 사람은, 우리를 두고 막장(비하하려는 것은 아님) 인생이라고 했다. 카페에 가는 길, 폭주족(?) 무리와 부딪혔는데 그들과 우리가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는 거다. 


남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걸 목표로 한다면 우리는 "좋은 글"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산다. 그리고 반려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며 소파에서 늘어지게 책이나 읽고…. 글 하나에만 미쳐서 물러설 곳은 생각하지 않고 산다는 게 폭주족스럽다는 말이었다.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의 삶이라는 걸 인정하라셨는데, 나는 그 말이 충격이었다.

나처럼… 생각하는 게 소수라고? 난… 마이너가 아니야. (강한 부정은 긍정….)



마이너의 연애일지라도


솔직히 마이너로 혼자 산다는 건 고독하기는 해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진 않는다. 그냥 "왜 저래…." 하는 시선을 받을 뿐이지. 하지만 마이너(?) 방식의 연애를 한다는 건 꽤나 고민스럽다.


나는 그들의 삶을 어깨너머로 구경하게 된다. 나는 그들을 바꾸려고 하거나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그들도 나를 바꾸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이런 방식의 연애에 대해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도 사랑일까? 나는 여전히 이런 종류의 사랑도 있다고 믿는다.


나도 어깨너머의 연애를 하고 싶지, 그 이상 상대의 삶에 침투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더 어른스러운 문장은.



깎여 나가는 게 아닌 변화


어떤 사랑은 종종 그렇다. 내가 바뀌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이러한 열린 자세가, 변화하려는 마음이 정말 멋지다고 느낀다. 


하지만 변화하려는 마음과 "깎여 나가는" 마음은 전혀 다르다. 상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꽉 막히게 생각했던 사고를 유연하게 바꾸는 것. 그게 진짜 대화고 소통인 것 같다.


어떤 연애를 하든, 하지 않든. 대화와 소통에 있어 상대를 위해 깎여 나가지 마세요.

나를 지우려고도 하지 맙시다. 대신 변화하는 자세만 남겨두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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