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기호 식품을 넘어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전문점이 많이 있지만 조금 비싸더라도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를 선택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타벅스가 주는 특별함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있으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이미지를 파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스타벅스를 찾는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마케팅’의 뜻을 찾아보면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 시장 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 촉진 따위가 있다’고 정의했다. 한 마디로 물건을 잘 팔기 위한 기술이 마케팅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마케팅 방법에 따라 판매량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조선홍보대행사 조대박>은 마케팅의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팩션(fact+fiction,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가가 상상력을 더하여 쓴 창작물) 만화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광고홍보대행사 팀장 조대박이 조선 시대로 타임슬립 하면서 자신이 가진 광고 홍보 노하우를 장사에 적용하는 이야기다. 1778년 거제도로 떨어진 조대박은 자신이 살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조팔선, 까치, 들무, 큰바다와 함께 조선홍보대행사를 만들어 장사하면서 한양으로 향한다. 돈을 벌면 벌수록, 한양으로 가까이 갈수록 정경유착화된 거대조직 ‘한울회’와 계속 부딪힌다. 마치 한양에 도착하면 한울회라는 끝판왕 최종 보스를 만날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이 만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아래 3가지에 주목해 보자.
(1) 마케팅 기법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시장조사, 마감 임박, 2+1 등 여러 가지 마케팅 기법을 만화에서 볼 수 있다. 면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크기의 죽부인을 생산하는가 하면, 오늘 아니면 다시는 구입할 수 없다는 긴박감을 유발하여 물건을 팔고, 두 개를 사면 하나 더 주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여 지독하게 안 팔리던 죽부인을 단기간에 완판 시킨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한양으로 올라갈수록 스토리텔링, 렌탈, 독점 등 마케팅 노하우를 발휘하여 부를 축적해 간다.
브랜드 웹툰을 많이 그렸던 작가의 이력 때문에 브랜드 웹툰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계속 보게 되었다는 댓글이 많다. 그러면서 마케팅을 소재로 한 이렇게 재미있는 웹툰이 왜 스스로는 홍보를 못해서(?), 요일별 순위에 들지 못하냐고 할 정도로 마니아 독자들의 응원을 받는 작품이다.
(2) 조선홍보대행사의 팀워크
함께 여행하는 조팔선, 까치, 들무, 큰바다는 조선홍보대행사의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입바른 소리로 임금에게 상소했다가 얼마 전 유배에서 풀려난 선비 조팔선, 이야기 하나는 재미나게 잘하지만 노비라는 신분의 한계를 가진 까치, 수상해 보이지만 언제나 의리 있는 방물장수 들무, 자연과 교감하며 큰 웃음을 주는 큰바다 등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환상 케미는 이 만화를 전개하는 원동력이다. 한양으로 가는 여정을 함께 하지만 각자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조대박은 현실로 돌아가고 싶고, 조팔선은 돈을 벌어 백성을 구제하고 싶다. 까치는 조선 제일의 상인이 되고 싶다. 들무와 큰바다에게도 나름의 꿈이 있다. 이들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3) 조대박의 심리 변화
조대박은 출세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다. ‘흙수저로 태어나 금수저가 되는 일이 쉬울 것 같냐’는 것이나 ‘인정에 휘둘려서는 실패자가 될 뿐’이기에 물건값을 깎아주면 안 된다는 등 돈 앞에서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 돈이 없으면 겪게 되는 현실의 처절함 때문일 것이다. 조대박은 조선홍보대행사 동료들과 함께 여행하며 조금씩 변해간다. 그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다면 이 만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조선 시대에도 마케팅이 통할지 궁금한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길.
2021.06.14. 만화규장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