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fanatic, 2021>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1 올해의 웃긴 영화 1위. 2021 연예인이라면 필수로 시청해야 할 영화 1위.
한국인은 해학의 민족이랬다. 절로 실감한 오늘이었다.
울컥까지 했다는 다른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뭐 하나 깊게 파고드는 법이 없는 나의 이 성정이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다.
질투도 났다. 나보다 어린 감독님이 내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주제로 이렇게나 멋있는 영화를 만들다니!
역시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글은 상당히 개인적인 경험담과 고찰만이 있을 뿐, 영화의 백분의 일도 담겨 있지 않다.
사랑은 자해다.
취미가 사랑은 아닌지라, 그저 얕고 넓은 박애주의를 펼치며 문자투표 이상의 돈드는 덕질은 전혀 하지 않는 내게 이 다큐가 와닿지 않을 줄 알았다. 더군다나 언급된 수많은 (구)오빠들은 찍어 먹어 본적도 없는 관심 밖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일말의 빡침이 옅게 올라온 것은, 요 근래 박애주의의 한 대상인 모 그룹의 모 멤버가 떠올라서 그랬을까?
멤버가 스물 셋(아니 스물 둘...)이나 되는 통에 겨우 열 명 남짓에게만 관심이 갔다. 문제의 그 놈은 내 최애와 동료이자 친구, 내 차애와 함께 유닛 활동을 한, 그런 멤버에 지날 뿐이었다. 솔직히 그 자식이 그 짓거리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그냥 그 소식을 듣곤 다른 게 생각났다.
그 자식을 그저 웃기고 귀여운 친구라고만 이야기하던
다른 멤버들은, 걔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간일까.
속단할 순 없다. 위험하고 무례하니까. 그리고 여전히 내 바운더리 안 그들을 그 전과 똑같은 크기의 마음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그 자식을 그렇게 평가하고 심지어 입 밖으로까지 내뱉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사람일 줄 몰랐을까? 아니 몰랐더라도 붙어산 세월에서 약간의 쎄함도 느끼지 못했을까?
뭐, 알아도 "쟤 이상해" 이런 말은 못 했겠지만.
적어도 내게 너네마저 의심할 건덕지는 주지 말지.
누군가의 말처럼, 역시, 사랑은 자해다.
창작물과 창작자 그 관계.
영화에서 언급된 한 정모씨의 노래를 참 좋아했다. 여기 이 글에 나도 모르게 그의 가사를 써버리고도 그냥 남겨둘 수 밖에 없을만큼 글마의 가사가 예쁘다고 생각했고, 귀와 입에도 익어 있었다.
그래, 아름다운 글엔 아름다운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근데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시인이 친일파라는 것, 내가 좋아하던 소설가가 성범죄자라는 것, 예전에도 경험한 일이었다. 좋은 글이 기술없이 마음만으로도 가능했다면, 어쩌면 나도 멋쟁이 글쟁이가 되었을지도?
라는 내 도덕성에 대한 자만.
그래서 창작물과 창작자는 별개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게, 그 사람 그 자체인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무언가 중 하나인가?
나는 후자였다.
그러나 내가 그 사람에게 그들이 만들어 낸 어떤 창작물을 투영하는 게 잘못된 것일까? 생각하면,
잘못된 건 끝까지 숨기지 못한 너네들, 애초에 도덕성 밥 말아먹은 그놈들이 아닐까.
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소비하냐 마냐다. 범죄자에겐 돈 1원도 아깝지만,
내 지식의 체계를 위해 그들의 글과 말과 음악이 필요하다면, 바꿀만한 가치가 있을까?
죽은 사람말고는 완전한 인간을 찾긴 힘든데?
또, 아무리 무결한 사람이 존재하기 어렵대도 인류 보편적인 인간성마저 초월한 그들의 창작물만이 내게 꼭 필요할까? 다른 대안을 구하는 건 안되는 건가?
이 문제가 2차 가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한다면, 답은 나온다.
내가 베푼 사랑이 오만으로 돌아오고, 내가 쓴 돈이 범죄와 남용될 권력의 초석으로 쓰였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데, 계속해서 그들의 창작물을 사랑하는 것은 그 또한 죄가 되지 않을 순 없다.
그렇게 자기혐오에 빠지면서 나는 또 부수적인 피해자가 된다.
그럼에도 덕질은 한다.
사랑엔 죄가 없잖소.
영화 <성덕>에 대한 짧고 얕은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