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을 잃은 자
"선생님은 취업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나왔다, 한 달 뒤 백수를 향한 고등학생의 순박하고 잔혹한 질문.
백만 원 안팎의 장학금에 팔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진학 멘토링을 하게 됐다.
우리 과로 진학하고 싶다는 이 친구들을 뜯어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라나는 새싹의 여린 마음을 찢어발길 순 없어 애써 희망찬 말만 전하던 도중 이 앙큼한 질문을 받게 됐다.
그러게.
지금 누가 누굴 지도하고 있는지
백수? 학생? 아무튼? 감사합니다?
겨울방학인지, 졸업인지.
아무튼 그 요상한 단계에 드디어, 결국 돌입했다.
소속을 다시 상실했다
근 5년 만이다.
쉽게 어른이 될 수 있으리라 예상해온 것은 아니지만,
막상 아무것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있게 되었다는 건 사뭇 징그러운 일이라 느꼈다.
언젠가 저장해 둔 글이구나.
걱정마 너 내일 회사가기 싫어서 울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