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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May 20. 2024

주간 새미일기

2024.05.14(화)~2024.05.19(일)

2024.05.14(화)

엄마랑 동생이랑 만나 같이 점심으로 즉석 떡볶이를 맛나게 먹고 커피 한잔까지 즐겁게 마신 뒤, (엄마는 볼일이 있어 가시고) 여름이 자전거를 보러 갈까 싶어 동생차를 얻어 타고 쇼핑몰로 향하는 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애 키우는 엄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그 전화. 바로 원에서 걸려온 전화다. 둘째 어린이집 선생님이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보니, 열이 난다는 것. ㅠㅠㅠ 낮잠을 자다 울어 깼는데 보니까 열이 난다고 하셨다. ㅠㅠㅠ '그래.... 지난주 어린이날을 핑계로 바빴지... 북악스카이웨이를 시작으로, 대형 키즈카페, 에버랜드, 캠핑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놀러 다니느라 에너지를 탈탈 털어 쓸 때까지 썼는데, 안 아픈 게 이상하지... 아팠어도 진작 아팠어야 했는데, 오래 버텼다. 이제 너도 체력에 한계가 왔구나.' 싶었다. 바로 차를 돌려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문간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낮잠 자는 다른 친구들 깰까 봐 얼른 안아 올려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소아과로 향했다. (그사이 우릴 데려다준 동생은 가고 엄마가 볼일을 마치고 소아과로 와주셨다.) 일단은 단순 열감기인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나니 열이 떨어진 여름이는 다시 종알종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질문세례가 시작된 걸 보니 이제 살만하구나 싶을 때쯤 나는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첫째 유치원이었다. 전화를 받기 전부터 실소가 터졌다. '그래 같이 놀았는데, 한 놈만 아픈 것도 이상하지....ㅋ 올 것이 왔구나...ㅎ' 담임 선생님은 가을이가 열이 많지는 않은데, 점심 먹은 것을 토하고 기운이 너무 없다 하셨다. 이번에는 엄마차를 얻어 타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첫째를 하원시켜 나는 다시 같은 소아과로 향했다. 내가 첫째를 데리고 다시 오자, 간호사 선생님이 또 오실 거였으면 대기를 미리 걸어두고 가시지 그랬냐고...ㅎㅎㅎ '저도 제가 또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째도 소아과에 와서는 열이 38.7도 까지 올랐고, 열감기 진단을 받았다. 진짜 사람일 한 치 앞을 모르는 데다, 인생은 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점심때까지만 해도 맛난 것 먹고 기분이 좋았는데, 다음 주에 있을 책모임에서 나눌 책도 읽어야지 싶어 책도 싸가지고 나왔는데, 또 시간이 남으면 일기도 써야지 싶어 아이패드도 들고 나왔는데. 점심 먹고 커피마실 때까진 좋았지. 책이랑 일기는 무슨. 괜히 책이랑 아이패드 때문에 무거운 가방만 들고 어린이집과 소아과, 유치원과 소아과를 종종거리며 옮겨 다녔다. 소아과만 두 탕 뛰고 나니 진이 다 빠진다. 나도 콧물이 흐르는 게 감기의 시작인 것 같은데 내 병원은 갈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일이 (석가탄신일) 쉬는 날인데,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모르겠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 내 맘도 비가 올 것 같다.


2024.05.15(수)

다행히 아이들 둘 다 어제의 고열은 잡혔다. 그래도 아직은 미열이 있는 상태. 아침에는 괜찮던 날씨가 차츰 흐려지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더니... 애들도 아프고 오늘은 집에서 쉬자 싶어 집콕을 마음먹었는데,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오기 시작하자 아이들도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진다...;;; 미열도 있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려니 힘들었을게다. 그건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였다. 아픈 애 둘 데리고 집에만 있으려니 남편도 나도 점점 힘에 부친다. 점심까지는 호기롭게 김치찌개를 끓이고, 계란말이도 해서 (나름대로) 한 상 차려 먹었는데, 저녁 되니 멀 차릴 힘도 없다. 본격적으로 목이 아프다며 징징거리기 시작한 둘째가 핫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졸라서 그것만 억지로 만들고 있는데, 내가 결국 엄한 데서 터졌다. 핫케이크를 굽고 있는데 가을이가 갑자기 뜬금없이 (진짜로 앞뒤 맥락 없이) 지난번에 했던 얘기를 또 하는 것이었다. 그 얘기는 이렇다. "설현이는 나보다 어린데 왜 콜라를 먹어?" 한참 전에 한 살 어린 교회 동생과 식사를 같이 하다가 그 동생이 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목격한 뒤로 아주 심심치 않게 계속해서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원래를 내가 콜라를 마시거나 콜라가 눈앞에 보일 때만 하더니, 이제는 콜라도 없고 아무도 콜라 마시는 사람이 없는데도 갑자기 뜬금없이 한 번씩 그 질문을 나에게 해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그 질문을 할 때마다 나름대로 잘 설명을 해주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보다 이가 약해서 콜라를 마시는 게 좋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가을이에게 콜라를 주지 않는 것인데, 설현이는 그때 너무 때를 써서 그랬는지 설현이 엄마가 준 것이다.'등등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을이는 심심하면 그 얘기를 꺼내길래 나중에는 설현이 엄마를 엄마가 혼내줘야겠다면서 ‘왜 애한테 콜라는 줘가지고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냐’며 한탄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또 맥락 없이 가을이가 그 얘기를 꺼낸 것이다. 심지어 아까 점심 먹을 때도 얘기해서 내가 한 번 설명을 해 준 뒤였다. 결국 난 그 말에 화를 버럭 내고 말았다. "김가을! 그 얘기 왜 자꾸 하는 거야?!!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엄마가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어? 지금 콜라 먹는 사람도 없는데 갑자기 그 얘기를 왜 꺼내!! 너도 지난번에 할아버지가 주셔서 환타 마셔본 적 있잖아! 사이다에 딸기 타주셔서 사이다도 마셔봤고!!" 가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여름이는 나에게 "엄마 괜찮아?"라고 물었다.(두 번이나 물었다.) 나는 "아니, 엄마 안 괜찮아! 누나가 자꾸 저 얘기해서 짜증 나!"라고 대답했다.  남편은 우는 아이를 무릎에 앉혀서는 '엄마도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고, 가을이가 상대를 화나게 하려고 한 말이 아니어도 상대가 화를 내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고' 등등의 말들로 아이를 달래주었다. 나는 금세 화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정색을 하고 앉아 핫케이크를 입에 욱여넣고 있었는데, 먼저 마음을 추스른 가을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아이를 내 무릎에 앉혀 안아주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내지 못하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가을이한테 이거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해줬다고 생각하는데, 가을이가 자꾸 그 질문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너무 답답해. 그래서 콜라가 먹고 싶다는 건지, 그러니까 설현이를 혼내달라는 건지 가을이가 뭘 원해서 그 얘기를 자꾸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래서 화가 났어." 나도 눈물이 막 흘렀다. 가을이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콜라가 먹고 싶어서 그랬어..." "그래... 그랬구나... 담에 한 번 맛보게 해 줄께..." 그렇게 콜라논란은 일단락이 되었다. 아이가 별 뜻 없이 한 말에 폭발한 내가 잘못이다. 탄산음료 좀 마신다고 애가 죽는 것도 아닌데, 콜라 얘기를 자꾸 하니까 나도 더 민감하게 안된다고만 했던 것 같다. 아 힘든 하루다... 하늘도 울고 나도 운다...


2024.05.16 (목)

어제부터 여름이가 목이 아프다며 울기도 하고, 아침에 보니 허벅지에 수포도 올라왔길래 아침부터 부랴부랴 소아과 오픈런을 했다. 오늘 원래 남편 회사 팀 회식날이었는데, 여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남편은 연차를 냈다. 덕분에 우리는 소아과에 1등으로 대기 신청을 했다. 우리의 우려대로 여름이는 수족구였다. 그래서 열이 났던 거였고, 열이 떨어지자 수포가 올라온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을이는 수족구가 아니라 하셨다. (가을이는 어제저녁부터 상태가 멀쩡했다.) 의사 선생님이 가을이는 등원을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남편은 자기가 연차도 썼으니 그냥 하루 더 집에서 데리고 쉬게 하자고 했다. 아침 일찍 소아과 오픈런을 마친 우리는 집에 돌아가 짐을 챙겨 다시 나왔다. 어제도 하루종일 집에만 갇혀 있었고, 오늘 날도 좋으니 밖에 나가 햇볕도 쬐고 맑은 공기도 좀 들이켜자 싶어 멀지 않은 수목원으로 향했다. 수포 때문에 간지럽고 아픈지 여름이가 한 번씩 투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새 구경이랑 물고기구경도 하고 꽃들과 나무들도 보면서 어제와는 다른 화창한 날을 만끽했다. 그 수목원에는 폐 기차철도도 있어서 기차를 좋아하는 여름이는 철도를 걸어보며 아주 신나 했고, 가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보라색 꽃이 잔뜩 핀 것을 보고 좋아했다. 아이는 아프지만, 그래도 그 핑계로 남편이 연차도 내고 이렇게 예쁜 수목원에 와서 자연을 만끽하는 게 감사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저녁부터 징징거리던 여름이는, 밤잠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허벅지에 난 수포는 좀 가려워하면서 짜증 내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발에 수포가 나기 시작하는지 (발에는 신경이 더 몰려 있어서 그런가) 오열을 하면서 간지럽거나 아프다고 우는 것이었다. 게다가 잘 시간이라 졸리기도 할 터. 여름이는 일단 무조건 자기를 안고 서있으라 난리였고, 안아주면 그나마 잠깐 울음을 그쳤다가도 또 간지럽다며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했다. 처방받은 연고도 발라주고, 얼음찜질도 해주고, 알로에를 발라다가 부채질도 해주기를 반복하면서 애를 안아줬다 눕혔다 난리난리를 치르기를 몇 시간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는 달래도 안되니 애한테도 화를 냈다가, 남편한테 화를 냈다가, 신도 한 번 원망해본다. 내가 분명 간지럽지 않고 잘 자게 해달라고 기도도하고 잤는데 왜 이러냐고... 그렇게, 내 마음도 난리였다. 나도 감기인데 피로가 누적된 데다 잠을 못 자고 애 오열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제정신일리 없었다. 육아에서 제일 힘든 것 중 하나가 애가 오열하는 울음을 듣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것만큼 오만가지 감정이 밀려오고 괴로운 일이 없다. 나중에는 진짜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는 건가 싶었다. 해줄 수 있는 건 없는데 애가 계속 오열을 하니 말이다.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결국 화, 짜증, 슬픔, 분노 이 모든 감정을 겪어내고서야 약간 포기 상태에 이르게 된 나는 아이를 안고 거실을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안아주면 그래도 덜 우니까. 그냥 잠 자기를 포기하고 밤새 안고 있어야겠다 생각하고 걸었다. 14킬로? 정도 되는 애를 안고 한참을 있으면 팔이 저린다. 그것도 한 번씩 가렵다고 울며 뻗대는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마음은 오히려 차분하다. 너도 얼마나 졸리고 아프겠냐. 제일 괴로운 것은 너겠지. 그저 안쓰러운 마음만 남는다. 한참 안아주었는데도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자꾸만 아프고 가렵다고 운다. 열은 없지만 진통효과를 기대하며 해열제를 먹이고, 소파에 눕혀 연고를 바른 발을 연신 주물러 주었다. 그제야 아이는 좀 진정이 되었다. 졸린지 자꾸 눈이 감기는 아이의 발을 나는 그저 계속 주물러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다. 아이는 드디어 잠이 들었다. 새벽 2시 35분이었다. 밤 10시쯤부터 4 시간 넘은 싸움 끝에 우리는 드디어 (언제 끝날지 모를) 평화에 이르렀다. 너를 안고 거실을 돌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짜 ‘엄마’라는 역할이 너무너무 힘들지만, ‘장점’과 ‘단점’ 이렇게 어떠한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들을 엄마이기 때문에 나는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경험이든 감정이든 생각이든 깨달음이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픈 너와의 고단한 시간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그러니 너는 나에게 값을 것이 없다. 이 시간들이 나에게는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너를 안고 달래는 지금이 귀하다.


2024.05.17 (금)

여름이 몸의 수포는 더 여러 군데로 번졌다. 어떤 것은 물집이 되었고, 어떤 것은 터져 딱지가 앉았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간지럽다는 소리가 현저히 줄었다. 아침에만 몇 번 간지럽다 하더니 오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아이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같이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여름이 수포 사진을 보내게 되었는데, 다들 수포가 많다며 놀랐다. 심지어 그 사진은 수포가 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찍은 사진이라 지금이 훨씬 상태가 심한데 말이다. 여름이가 너무 힘들었겠다며 안타까워하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여름이가 대견해졌다. 새벽에 울고불고 난리를 치긴 했지만(그것도 이젠 이해가 된다.), 이렇게 많은 수포들에 아프고 간지러웠을 텐데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주고 있는 여름이에게 새삼 고마웠다. 자기 전, 그 작은 몸에 울긋불긋 잔뜩 올라온 수포들에 연고를 발라주는데 여름이가 ”앗 따거! 앗 따거! “하며 움찔움찔한다. 그래도 안 바르겠다고 울거나 거부하지 않아 연고를 골고루 다 바를 수 있었다. 그것도 기특했다. 그런데 연고를 다 바르고 옷을 입혀주는데 여름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최고! 나한테 연고도 발라주고 최고! “ 순간 맘이 저릿했다. 연고 바르는 게 따가우면서도 잘 견뎌준 게 내가 오히려 고마운데, 도리어 나에게 최고라고 칭찬해 주는 아이가 (이런 맘을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마음이 아프면서도 고마웠다. 그 병을 씩씩하게 이겨낸 것은 너인데, 고작 연고 좀 발라준 내가 최고라니. 이런 칭찬을 받아도 되나 싶은 마음에 머쓱해서 우물쭈물하다 웃어넘기고 말았다. 여름이도 최고라고 말해줄걸. 바보 같은 엄마는 고장 난 리액션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는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 나에게 여름이가 ”운전하는 엄마 멋져!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여름이 눈에는 그런 차를 운전하는 내가 멋져 보였던 것이다. 늘 하는 일이라 운전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새삼 나에게 멋지다고 말해주는 여름이 덕분에 한참을 기분이 좋았던 날이 있었다. 여름이는 그런 아이다. 질투하거나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친구의 장난감 자동차를 “멋지다!”라고 말해주는 아이. 그렇게 다른 이의 멋진 점을 잘 발견해 주는 아이다. 나는 늘 순했던 가을이에 비해 징징이 여름이가 키우기가 더 어렵다는 이유로 (그것마저 주관적이지만) 여름이의 멋진 점을 잘 발견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멋진 점을 발견하기보다 힘든 점을 한탄하기 바빴달까.) 언제나 내 육아에 매운맛을 더해주는 너라고 생각했었는데… 너는 이렇게 멋진 아이였구나… 이렇게 씩씩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나에게 힘이 되는 너였는데 내가 널 몰라주었구나… 매운맛이면 어떠랴… 그게 떡볶이의 참을 수 없는 매력이 아니던가. 누가 떡볶이 먹자 하면 거절해 본 적이 없다던 동생말이 생각난다. 떡볶이 같은 매력의 여름이… 어떻게 너를 거절하겠니. 오늘도 고마워. 넌 정말 멋진 아이야!


2024.05.18 (토)

오늘은 아이들과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놀이터에 나가 모래놀이를 했다. 놀이터 옆에 물을 쓸 수 있는 수도가 있어서 양동이에다 물을 받아다 주니 아이들을 몇 시간이고 하염없이 모래놀이를 했다. 그렇게 한참을 노는데도 지겨워하거나 지루해하는 기색 없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와 모래만 있으면 몇 시간을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래서 든 생각인데, ’(넓지 않아도) 딱 방 하나 만한 마당만 있어도 너무 좋겠다. 거기에 모래만 있다면 아이들이 한참을 재미나게 놀텐데…‘ 뭐 아무튼 모래놀이 하러 자주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오늘 하루도 자~알 놀았다!

2024.05.19 (일)

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에 갔다. 여름이는 원통으로 구블구블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타고 또 탔다. 한 번은 여름이 뒤로 어떤 형아가 같이 내려왔다. 그랬더니 그 형아의 엄마가 그 형아를 타이르시는 거였다. “ㅇㅇ아~ 앞친구가 다 내려가면 타야 해~ 바로 내려오면 앞에 내려가던 동생이랑 부딪히잖아~“ 그랬더니 여름이가 그 아주머니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여름이의 의젓한 대답에 아주머니도 “괜찮아?^^ㅎㅎㅎㅎ“하며 웃으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는 아프면 큰다는데, 여름이도 그런 것 같다. 이번에 수족구를 앓고 아이가 컸다는 느낌이 든다. 말도 더 똑 부러지게 하고, 반응하는 태도나 그런 것들이 뭐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어도 더 큰 아이처럼 행동한다고 느껴진다. 원래도 누구랑 놀 때 다른 친구랑 부딪히거나 그래도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긴 했는데, 저렇게 “괜찮아요~”하고 대답하는 타입도 아니었다. 자기랑 살짝 부딪힌 것 때문에 형이 엄마에게 한소리를 듣는 것 같으니까 자기는 괜찮다고 말씀드리던 여름이. 그것도 존댓말로.ㅋ 이상하다. 아이는 그 네 글자의 짧은 대답을 한 것뿐인데 나는 마음이 뭉클하다. 아이의 성장을 보는 것은 마음을 이상하게 간질거리게 한다. 이번 한 주 아이가 아파서 정말 정신없고 힘든 한 주였는데, 돌아보면 이 시간들도 그저 감사하게 되는 것도 이상하다. 육아란 그런 것 같다. 정말 힘든데,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 시간들인데 이상하게 지나고 나면 다 감사하게 되는 시간들이 된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도 결국은 아이를 그리고 나를 성장시키기 때문인가 보다. 힘든 것만 생각하면 아이를 안 낳는 게 나은 것 같지만, 그 성장들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 이런 걸 성장통이라 하던가. 이번주 성장통을 앓았지만, 우리는 한 뼘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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